<제2회 맑은누리문학상 심사평>




경험을 넘어서는 시적 상상력




  박남희(시인, 문학평론가)





문학작품을 심사하는 일은 심사위원의 취향이나 평가 기준을 객관화하여 문학작품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문학작품은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언어화하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경험과 상상력이 길항하면서 새로운 시적 공간을 창출해 낸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작품은 단지 현실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새롭게 창조해내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문학작품 중에서도 특히 시는 겹의 언어와 다중적 사유체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산문에 비해 새로운 상상력이 더 많이 요구된다.



제2회 맑은누리문학상은 산문은 제외하고 운문(시, 시조, 동시)만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전체 응모원고는 350여편에 달했지만 최종적으로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열여섯 분의 50여 편의 작품이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은 응모자의 이름대신 번호가 매겨져 있어서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주최 측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들 작품들은 저마다 일정한 수준을 가지고 있었지만, 눈에 띄는 작품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것은 이들 작품이 대부분 평이한 진술에 머물고 있어서 일상적 경험을 넘어서는 시적 상상력이 부족해보였다.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이 있거나 언어를 끌고 가는 시적 사유의 진폭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이들 중 내용이 지나치게 산문적이거나 평이한 상상력에 머문 작품들은 우선적으로 제외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들은「떠돌이 물」외 2편(시)과 「분수」 외 3편(시조), 「참새가 물어온 아침」외 4편(동시), 「대문」외 3편(동시) 등이었다. 이들 작품들은 각기 장르가 다르고 작품 수준도 비슷해서 대상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대문」외 3편을 응모한 김면수님의 동시들은 시인의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진폭이 미더웠으나 언어를 다루는 시인의 상상력에 새로움이 적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대문」이나「눈」과 같은 작품들은 이 시인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참새가 물어온 아침」외 4편을 응모한 김수희님의 동시들은 응모한 모든 작품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믿음이 갔다. 이 분의 작품들 중에서 심사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참새가 물어온 아침」이다. 이 작품은 길이는 그리 길지 않지만 시적 발상이 신선하고 짜임새가 있어서 깊은 숲속에서 발견한 맑은 샘물을 보는 것처럼 투명하게 읽혀졌다.

「분수」 외 3편을 응모한 송옥선님의 시조들은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보내온 모든 작품들마다 오랜 숙련을 엿볼 수 있게 해주어서 시인의 내공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시조의 정형률에 갇혀 있어서 언어를 다루는 솜씨에 비해 리듬을 끌고 가는 보폭이 단조로워 보였다.



「떠돌이 물」외 2편을 응모한 윤영기님의 시들은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인의 체험과 상상력을 연결하는 시적 언어의 진폭이 넓어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많아보였다. 특히「떠돌이 물」은 대체로 호흡이 긴 것이 흠이지만, 전체적으로 신선한 발상으로 체험을 새롭게 갈무리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이 시인은 앞으로 시적 호흡을 안으로 응축시켜서 명징한 이미지로 부조해내는 역량을 키워나간다면 보다 큰 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최종심에 오른 내분의 작품들을 모두 대상이나 우수상 안에 넣고 싶었으나, 심사 기준에 의해서 「대문」외 3편을 응모한 김면수님의 동시들을 아깝게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심사자는 대상 수상 작품으로 윤영기님의 「떠돌이 물」과 송옥선님의 「분수」를 놓고 끝까지 고심하였으나 언어를 다루는 솜씨에 비해 호흡이 단조로운 「분수」보다는,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활달한 상상력으로 시적 체험을 갈무리하는 솜씨가 돋보인「떠돌이 물」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수상한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면서 아깝게 탈락한 분들에게도 아울러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최종심 심사위원:



박남희 약력: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시집으로 『폐차장 근처』,『이불 속의 쥐』,『고장난 아침』이 있고, 평론집으로 『존재와 거울의 시학』이 있으며, 현재 고려대 숭실대 강사, 계간 《시산맥》주간으로 있다.






▣ 예심 심사위원

맑은누리문학 작가회장 외 3명



제2회 맑은누리문학상 수상자 명단


구분     성명          작품명        분야          비고

대상    윤영기        떠돌이 물       시          경기 과천시

우수상  송옥선        분수            시조        경기 고양시

우수상  김수희  참새가 물어 온 아침   동시        경북 구미시

장려상  김면수        대문            동시        경기 성남시

장려상  이은지        말의 일일       시          경기 성남시(대진고)

장려상  유다은        매장            시          인천시 계양구

장려상  김형철        개망초          시          인천시 연수구

장려상  김태수        아침놀          시조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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