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트리(Big Tree) 앞에서
2007.11.16 08:56
빅 트리(Big Tree) 앞에서
이 용 애
태평양으로 빠져 들어가는 해를
*빅 트리 가 내려다본다
삼 백 피트가 넘는 훤칠한 키로
천 오 백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매일 같은 이별을 되풀이하는 너
손이라도 흔들어 줄 법한데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부동의 자세가 의젓하다
이별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서
밀려드는 검은 파도를 향해
내일이 있노라고 타이르는 큰마음이
조그만 나를 내려다본다
육 피트도 안 되는 키에
백년도 못 사는 일생이라서
네 앞에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내가
고개 젖혀 까맣게 올려다본다
거기엔 모든 소리가 잠적한 속에
네 몸을 감싼 안개가 유희하고
머리는 볼 수 없이 가물가물 한 채
신비를 뿜고 있었다
순간 네가 우리 인간보다 훨씬
상위의 생명체로 보였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에도
또 몇 천년을
너는 그렇게 살아가리라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빅 트리 : 북가주 서해안의 레드우드 국립공원
안에 있는 이름이 붙은 삼나무.(Redwood)
< 미주문학 > 2005 겨울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1 | 빗속의 하얀 묘비 | 이용애 | 2008.09.12 | 644 |
60 | LA의 삼월 하늘 아래서 | 이용애 | 2007.10.22 | 638 |
59 | 가을로 가는 산길 | 이용애 | 2008.10.01 | 636 |
58 | 빈터 | 이용애 | 2008.06.22 | 635 |
57 | 겨울 나무 | 이용애 | 2008.02.20 | 631 |
56 | 바람 속에서 | 이용애 | 2008.04.10 | 606 |
55 | 코스모스 | 이용애 | 2008.03.04 | 595 |
54 | 배꽃에 묻어온 묵향 | 이용애 | 2007.10.16 | 590 |
53 | 할머니와 수탉 | 이용애 | 2007.10.19 | 589 |
52 | 먼 고향 | 이용애 | 2008.09.10 | 588 |
51 | 통일동산 전망대 | 이용애 | 2007.10.18 | 572 |
50 | 산을 바라보며 | 이용애 | 2007.10.16 | 566 |
49 | 루이스 호수 | 이용애 | 2007.11.16 | 564 |
48 | 휘파람새 | 이용애 | 2008.03.18 | 552 |
» | 빅 트리(Big Tree) 앞에서 | 이용애 | 2007.11.16 | 515 |
46 | 마지막 종강 수업 | 이용애 | 2008.01.23 | 478 |
45 | 어린 자슈아 나무 | 이용애 | 2007.11.06 | 466 |
44 | 나이야가라 폭포 | 이용애 | 2007.10.17 | 464 |
43 | 뿔 사슴 한 마리 | 이용애 | 2007.11.06 | 460 |
42 | 뻐꾸기 소리 | 이용애 | 2007.10.17 | 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