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 속으로

                        이 용 애

안개 자욱한 새벽 산길을
표지판 따라 시속 오십 마일로 달린다
신호등도 가로등도 없는 내리막길엔
내 앞에도 내 뒤에도
달리는 차는 없다

양쪽 길옆을 비켜서서  
안개로 겹겹이 몸을 감싼
산 능선이
수줍게 따라온다

내 가슴은 차분하게 들 떠있다  
이토록 기막히게 아늑한 길을
혼자 달릴 수 있는 행운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어제 하루동안
모두가 쏟아놓은 흔적을
겹겹이 덮어버리고
뿌듯한 가슴으로
유영하고있는 새벽 안개

그 길을 나는
다시 흔적을 남기며
새벽을 달린다

안개로 감싼 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