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하얀 묘비

2008.09.12 05:47

이용애 조회 수:644 추천:101

   빗속의 하얀 묘비

                      이용애

알래스카 *스캐그웨이Skagway에서
*화잇 패스White Pass로 오르는 산 중턱
젖은 나무 묘비들이
우리를 맞는다
기찻길 옆 숲 속에 총총히 서서

금광에 생계를 매었다가
비명에 죽어간 그들의 이름이
까맣게 살아있는 하얀 나무 묘비들
비에 젖은 채 차창 밖으로 따라온다

가족의 방문조차 어려웠을
먼 북녘 땅 외진 산 속에
외롭게 누워있는 그들
그나마 기찻길 옆이라 다행일까

산 능선을 따라 흐르는
잿빛 비구름이
그들의 넋을
천천히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금을 캐려다
객지에서 죽어갔을 그들
혼령이 비가 되어 온산을 적신다
힘겹게 산을 오르는 기차를 따라오며
내 가슴을 흠씬 적신다



*Skagway : 1897년 골드 러시 때 형성된 알래스카 서해안 항구 도시.
*White Pass : 스캐그웨이에서 금을 캐러 산으로 오를 때 거치던 지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 내 꺼 줄께 이용애 2013.03.26 240
80 경계선 이용애 2013.03.26 219
79 나뭇잎의 항로 이용애 2012.04.17 316
78 숲길에 맴도는 어떤 기원 이용애 2012.01.12 355
77 그 꽃 이용애 2011.04.15 710
76 태평양 물결 위에서 훌라 댄스를 이용애 2011.04.15 777
75 가랑잎의 여망 (餘望) 이용애 2010.10.09 692
74 시(詩)도 주울 수 있을까 이용애 2010.07.08 763
73 세歲밑의 길목에서 이용애 2010.01.09 785
72 이사(移徙) 이용애 2009.07.31 866
71 식물원植物園에서 이용애 2009.01.26 901
70 세 살박이의 신사도 紳士道 이용애 2009.01.26 874
69 양란(洋蘭) 앞에서 이용애 2008.10.26 866
68 잿빛 바다 이용애 2008.10.17 735
67 물안개 이용애 2008.10.17 706
66 가을로 가는 산길 이용애 2008.10.01 636
65 라일락 꽃 향기 이용애 2008.10.01 795
» 빗속의 하얀 묘비 이용애 2008.09.12 644
63 먼 고향 이용애 2008.09.10 588
62 빈터 이용애 2008.06.22 635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7,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