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란(洋蘭) 앞에서
2008.10.26 13:38
양란(洋蘭) 앞에서
이 용 애
동네 마켓에서 사 온 낮선 양란
두 송이 피어있던 꽃
며칠사이 하나는 떨어지고
봉오리 하나 둘 누렇게 시든다
아침 햇살 따라 자리 옮겨 본다
화분 밑에 자갈 깐 수반 받치고 물을 준다
그래도 눈길 돌려버린 애물 단지
이번엔 하루 몇 차례씩
분무기로 물을 뿌려 본다
그제야 생기가도는 작은 입술들
두 개의 꽃대에서 활짝 웃음이 터졌다
아직도 조롱조롱 터지려는
저 귀여운 다섯 송이 아가들
양란 살려놓고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무거울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
다시 시작 하고 싶은 지난날들
낯선 황무지에 옮겨진 우리 아이들
제가 알아서 물 찾아 뿌리 내리고
햇살 따라 가지 뻗던 어린 나무들
그 와중에도 올곧은 나무로
잘 자라준 고마운 나무들
이제 양란 앞에 서서
나는 자꾸 부끄러워진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앞에
한없이 초라해지는 내 모습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1 | 환호하는 샌 듄스(Sand Dunes) | 이용애 | 2007.10.12 | 202 |
80 | 경계선 | 이용애 | 2013.03.26 | 219 |
79 | 황홀한 산길 | 이용애 | 2007.10.12 | 224 |
78 | 작은점 하나로 | 이용애 | 2007.10.12 | 231 |
77 | 눈길 | 이용애 | 2007.10.12 | 232 |
76 | 황야에서 들리는 소리 | 이용애 | 2007.10.12 | 234 |
75 | 아가야 | 이용애 | 2007.10.12 | 239 |
74 | 내 꺼 줄께 | 이용애 | 2013.03.26 | 240 |
73 | 발자국 | 이용애 | 2007.10.18 | 242 |
72 | 낙엽으로 떨어지는 날 | 이용애 | 2007.10.12 | 244 |
71 | 한 그루 나무로 | 이용애 | 2007.10.12 | 246 |
70 | 성묘 길 | 이용애 | 2007.10.12 | 252 |
69 | 가을산을 오르며 | 이용애 | 2007.10.12 | 253 |
68 | THE LITTLE JOSHUA TREE | 이용애 | 2007.11.13 | 256 |
67 | 비개인 산 길에서 | 이용애 | 2007.10.12 | 261 |
66 | 태평양 한 쪽 끝에 서서 | 이용애 | 2007.10.22 | 261 |
65 | 하얗게 달려오는 벌디산 | 이용애 | 2007.10.18 | 264 |
64 | LA의 새벽 하늘 | 이용애 | 2007.10.19 | 272 |
63 | 이슬이여 | 이용애 | 2007.10.30 | 274 |
62 | LA로 이사 온 설산(雪山) | 이용애 | 2007.12.13 | 2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