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 최삼용(바브)

2011.02.07 04:31

박영숙영 조회 수:631 추천:114

서릿발/ 최삼용(바브)


땅도 될 수 없고 허공도 될 수 없었다
얼음인양 보면 얼음이 아니었고
고드름 인양 보면 고드름 일수도 없던
핏기잃은 창백한 결빙체

온기를 매만지던 습도는 영하에 떨고
빙점으로 빼앗긴 지열을
온몸 세워 버텨온 하중,

영상과 영하의 실선하나 경계를
죄업인양 떠받치며 속골병에 야위어가도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은 언제나
제로를 가리키는 수은주 빨강 눈금...

독기드센 한파가 망나니처럼 칼춤추다
재채기 골골대며 고뿔에 걸리고
싸락싸락 양지품 찿아  볕뉘가 누우면
선잠 깬 겨울은 어떤 악몽을 기억할지?

이월 한 볕 열기에 허리뼈 부서지는
서릿발의 아픔을 그뉘가 알랴마는
철새울음 돌아온 갈밭길따라
홀로 저문 석양빛 애잔히 쓰러지고

저 멀리 강구비 휘도는
물구들 아래
동자개, 무리로 짝짓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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