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대체 무슨 일이래?
2005.04.01 15:47
아니,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치면 어쩐댜!
어쩌면 벌써 산타모니카 YOU HOME 의 거시기 위에 누워 있을랑가도 모르것네?
참 큰일이구먼 그려, 끌끌끌...
>꽃샘 추위에, 아득하게만 생각 들었던 봄은 이미 북한산을 점령했다.
>그 봄을, 만지고, 더듬고, 부비다 보니 나를 구성한 세포가 우우 일어나 신명이 났다.
>산과 사람이, 천지가 흠씬 봄기운에 젖어 있다.
>
>지척에 있는 북한산을 가려면 많이 망서려 진다.
>왜냐하면 인구 천 만명이 넘는 서울 사람들이 열병처럼 모두 등산 신드롬에 빠져 있어 그렇다. 주말이던 주중이던 이름 알려진 등산로는 완전히 시장터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현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디 산악인들만이 전세를 낸 북한산일까.
>산을 통하여 건강과 정신적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마음은 그래도 줄지어 오르는 사람들을 따라 간다는 게 아무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
>그러나 북한산에도 사람들이 없는 코스가 몇 군데 있다.
>구파발에서 송추쪽으로 연결되는 솔고개에서 시작하는 상장능선이 그곳이다.
>백운대까지 크게 활처럼 굽어져 이어지는 이 능선은 릿지 등반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여인네의 풍만한 몸매를 닮은 하얀 화강암릉이 많다는 것이 이 릿지의 특성이다.
>바위와 바위를 이어가다 보면, 로프 없이는 조금 망서려지는 그런 암벽이 이곳에는 지천이다. 그런 점이 사람들의 출입을 자연스레 막고 있는 듯 한데 이 능선은 조망이 일품이다.
>
>왼쪽으로는 사패산, 도봉산 오봉, 선인봉등이 보이고, 가야 할 앞쪽으론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등 우뚝하다.
>산이 아름다우려면 골계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런면에서 북한산과 도봉산을 이어 가는 골계미는, 한국에 단 하나 이곳밖에 없는 걸작품들의 노천 박물관이다.
>바위를 잡는 손끝은 아직 차갑지만, 대기는 봄이 이미 점령했다.
>따가운 봄볕에 땀이 흐른다. 휘이훠이 걸으며 맞는 바람도 봄바람이다. 잎새보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는 착한 실눈을 뜨고 있다. 가지 끝에 앙증맞은 촉을 틔워 내고 있다.
>
>규모가 커서 그렇지 이 능선은 경주 남산을 닮았다. 하얀 화강암들도 그렇고 마사토양에 잘생긴 소나무가 많은 것이 꼭 남산을 확대 해 놓은 모습이다.
>
>인수봉과 마주 바라보고 있는 영봉에 도착하니 4시간이 흘렀다.
>인수봉에는 많은 클라이머들이 붙어 있다.
>요즈음 암벽등반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들은 아줌마 부대다.
>꽉 조이는 타이즈를 입고 어려운 코스에도 주눅 들지 않고 전문 등반가 못지 않는 기량을 보이고 있다. 저렇게 한국의 아줌마들은 씩씩하니 보기 좋다. 약동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은 아줌마들에게서 나온다던가
>
>영봉 주변에는 인수봉에서 조난사한 많은 산악인들의 추보 동판과 비석이 있다. 그중 몇몇은 익히 아는 사람들이기에 공연히 숙연해진다.
>그래서 이 봉우리를 靈峰이라 부른다던가.
>인수산장부터는 백운대에서 하산하는 사람 오르려는 사람들로 시장통이다.
>그래도 놓칠 수 없어 오른 백운대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
>하산하여 꿀 맛 같은 막걸리를 퍼 넣으며 본 북한산엔 헬리콥터 한 대가 선회를 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봄맞이 산행이 시작될 것이고 따라서 사고가 잦아지면 저 헬리콥터도 바빠지겠지.
>
>...................
>"4월 3일이 무슨 날인 줄 알아?."
>이게 또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온공일. 온전한 공일. 즉, 일요일이잖아. 난 설악산 나물 뜯으러 가는 날이고. 근데 그건 왜?."
>"..........."
>
> 대답 없음이 오래 지속되는 걸 보니 큰일났다.
> 어이쿠! 이런 세상에! 순각적으로 수화기를 놓칠뻔 했다.
>"농담이고 당신 생일이잖아. 그걸 모를 줄 알고? 흐흐."
> 웃는 건 입이지만 등줄기로 서늘한 한기가 돌았다.
>
> 그래서 부랴부랴 태평양을 건넌다.
>
어쩌면 벌써 산타모니카 YOU HOME 의 거시기 위에 누워 있을랑가도 모르것네?
참 큰일이구먼 그려, 끌끌끌...
>꽃샘 추위에, 아득하게만 생각 들었던 봄은 이미 북한산을 점령했다.
>그 봄을, 만지고, 더듬고, 부비다 보니 나를 구성한 세포가 우우 일어나 신명이 났다.
>산과 사람이, 천지가 흠씬 봄기운에 젖어 있다.
>
>지척에 있는 북한산을 가려면 많이 망서려 진다.
>왜냐하면 인구 천 만명이 넘는 서울 사람들이 열병처럼 모두 등산 신드롬에 빠져 있어 그렇다. 주말이던 주중이던 이름 알려진 등산로는 완전히 시장터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현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디 산악인들만이 전세를 낸 북한산일까.
>산을 통하여 건강과 정신적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마음은 그래도 줄지어 오르는 사람들을 따라 간다는 게 아무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
>그러나 북한산에도 사람들이 없는 코스가 몇 군데 있다.
>구파발에서 송추쪽으로 연결되는 솔고개에서 시작하는 상장능선이 그곳이다.
>백운대까지 크게 활처럼 굽어져 이어지는 이 능선은 릿지 등반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여인네의 풍만한 몸매를 닮은 하얀 화강암릉이 많다는 것이 이 릿지의 특성이다.
>바위와 바위를 이어가다 보면, 로프 없이는 조금 망서려지는 그런 암벽이 이곳에는 지천이다. 그런 점이 사람들의 출입을 자연스레 막고 있는 듯 한데 이 능선은 조망이 일품이다.
>
>왼쪽으로는 사패산, 도봉산 오봉, 선인봉등이 보이고, 가야 할 앞쪽으론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등 우뚝하다.
>산이 아름다우려면 골계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런면에서 북한산과 도봉산을 이어 가는 골계미는, 한국에 단 하나 이곳밖에 없는 걸작품들의 노천 박물관이다.
>바위를 잡는 손끝은 아직 차갑지만, 대기는 봄이 이미 점령했다.
>따가운 봄볕에 땀이 흐른다. 휘이훠이 걸으며 맞는 바람도 봄바람이다. 잎새보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는 착한 실눈을 뜨고 있다. 가지 끝에 앙증맞은 촉을 틔워 내고 있다.
>
>규모가 커서 그렇지 이 능선은 경주 남산을 닮았다. 하얀 화강암들도 그렇고 마사토양에 잘생긴 소나무가 많은 것이 꼭 남산을 확대 해 놓은 모습이다.
>
>인수봉과 마주 바라보고 있는 영봉에 도착하니 4시간이 흘렀다.
>인수봉에는 많은 클라이머들이 붙어 있다.
>요즈음 암벽등반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들은 아줌마 부대다.
>꽉 조이는 타이즈를 입고 어려운 코스에도 주눅 들지 않고 전문 등반가 못지 않는 기량을 보이고 있다. 저렇게 한국의 아줌마들은 씩씩하니 보기 좋다. 약동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은 아줌마들에게서 나온다던가
>
>영봉 주변에는 인수봉에서 조난사한 많은 산악인들의 추보 동판과 비석이 있다. 그중 몇몇은 익히 아는 사람들이기에 공연히 숙연해진다.
>그래서 이 봉우리를 靈峰이라 부른다던가.
>인수산장부터는 백운대에서 하산하는 사람 오르려는 사람들로 시장통이다.
>그래도 놓칠 수 없어 오른 백운대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
>하산하여 꿀 맛 같은 막걸리를 퍼 넣으며 본 북한산엔 헬리콥터 한 대가 선회를 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봄맞이 산행이 시작될 것이고 따라서 사고가 잦아지면 저 헬리콥터도 바빠지겠지.
>
>...................
>"4월 3일이 무슨 날인 줄 알아?."
>이게 또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온공일. 온전한 공일. 즉, 일요일이잖아. 난 설악산 나물 뜯으러 가는 날이고. 근데 그건 왜?."
>"..........."
>
> 대답 없음이 오래 지속되는 걸 보니 큰일났다.
> 어이쿠! 이런 세상에! 순각적으로 수화기를 놓칠뻔 했다.
>"농담이고 당신 생일이잖아. 그걸 모를 줄 알고? 흐흐."
> 웃는 건 입이지만 등줄기로 서늘한 한기가 돌았다.
>
> 그래서 부랴부랴 태평양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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