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로 나라를 지키리라

2005.05.01 13:27

나마스테 조회 수:172 추천:13

                           옛날 옛적 이야기 하나.  

당시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열심히 글을 배웠다.  
요즘이야 입학하기 전 한글을 깨우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사교육에 반대(?)하는 올곧은 부모님 덕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야 한글을 배웠다.  

그것 참 공부는 신나는 일이었다.  
뭐- 그렇다고 공부를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니 웃지 말고. 그대도 곰곰 생각해 봐라.  
'ㄱ'에 'ㅏ'를 갔다 붙이면 '가'가 되는 놀라움.  
한 단계 더 내공이 쌓이면서 'ㅅ'에 'ㅜ'를 붙인후 'ㄹ'을 붙이면 '술'이 된다는. 수리수리 마수리... 술.  
이건 숫제 카퍼필드의 마술이었다.  

방금 한글에 눈뜬 아이들이 그러하듯 나도 학교 가는 길에 간판 읽는 게 취미가 되었다. 화장품, 식당, 칼국수, 이런 건 어린 나이에도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간판을 보았다. '대포집'이었다.  

학교 가는 지름길은 골목길이었는데 골목마다 대포집이 즐비했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한글을 배운 총명한 머리로도 '대포집'은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공산당과 간첩은 무슨 귀신 닮은 흉악한 몰골로 세뇌를 시킬 때였다.  
어린 마음에도 그 간판은 뭔가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공산당과 관계가 있는 집일 것 같았다.  
'대포'는 알았으니까.  

시가지에 그런 대포가 있는 집이 많은 것도 공산당이 싫어요~와 관계가 있다고 이해 할 수있었는데, 드디어 어느 날 '왕대포’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엄청 놀랐고 그만큼 신났다.

야! 우리나라는 정말 대포가 많구나.  
드디어 신무기 왕대포도 생겼구나.
이젠 공산당이 쳐들어 와도 왕대포를 위시해 수많은 대포집이 있으니 안심해도 되겠구나. 대한민국 만세~!  
우글거린다는 간첩이, 이렇게 많은 대포집을 보며 거시기가 쪼그라질 정도로 겁을 먹겠구나. 우리나라 만세~~!!

대포(大匏)가 '큰 바가지’즉,  술잔이란 뜻이라는 걸 안건, 총명한 머리가 쓸데없는 지식으로 채워지면서부터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공산당의 침략에서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 많은 언론에 근심도 생겼다. 그 후유증인지 모르지만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대포집에서 왕대포집까지 엄청 쏘댕겼다. 그런 후유증에 걸린 나 같은 악동들은 그 시대엔 주변에 지천이었다.  

그대, 큰잔으로, 대포로 마셔댈 '술'을, 그대는 한가지라도 아는가?  
이 세상에 술 안 마시는 민족이 없지만, 대포로 먹는 술은 한국 밖에 없다. 확실하게 막걸리 밖에 없다.  
그러니 대포집은 막걸리집과 동의이음어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술잔으로 손꼽히는 대포가 우리나라 술잔인 것도 이 막걸리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애국심이 희미해 졌는지, 나라를 지키는 ‘대포집’ 간판을 발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 대신 나라 지키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맥주, 양주, 소주, 와인 집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더불어 학생증, 사전, 시계, 잡히고 마실 낭만도, 뜻만 요란했던 허망한 왕대포처럼 자취를 감췄다.

몇 일을 변비 걸린 인간 맹쿠로 끙끙 대다가 에라~~ 염병! 어제 그집에서 한잔 했다.
이런 글을 투다닥 거리라면 2박 3일을 신나 할텐데... 체질에도 딱 이고.
그 집은 당신도 가 본 집이다. 인사동 고 갈비 집.
엘에이에서 귀환 한 후로 음주 가무는 처음이었다.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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