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비 내리던 날

2006.04.12 19:59

나마스테 조회 수:221 추천:18



봄 날, 섬진 강변은 발정이 났다.
도발이라도 하듯 발칙하며 농염한 꽃 세상, 벚꽃 잔치였다.
‘벗고 피는 꽃’이라 ‘벚꽃’이란 이름이 붙은 건 아닐까.
하늘을 가린 화개골 꽃그늘 터널을 걸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지명이 화개(花開)란 것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벚꽃은 짧게 지는 꽃이다.
그러므로 만개한 꽃을 볼 수 있는 시간 맞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해 벚꽃을 찾아 다녔지만 이렇게 눈부셔 마주 보기 어려운 꽃 잔치 세상은 처음이다. 화개골 깊숙이 자리 잡은 천년 대찰 쌍계사까지 벚꽃은 하얀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발가벗은 발칙한 꽃들이 고즈넉한 사찰을 포위하고 있다니.
그런 풍경이 부끄러워 섬진강은 짐짓 묵언으로 흐르고 있는 걸까.

아니다.
제 몸 불살라 타오르는 벚꽃은 제 신명에 겨워 한판 벌리는 봄 축제였고, 가지마다 하얀 연등 무수히 사루워 꽃 공양 올리는 중이다.
화개골짜기 흐르는 물소리.
바람 소리.
봄노래 목청 돋우는 새소리에 맞춰 팔랑 거리는, 벚꽃 잎 닮은 나비의 춤사위.
모든 게, 저 스스로 그리 된 것이고 우리는 그걸 자연이라 부른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비가 날린다.
회오리치며 하얗게 쓸리는 낙화를 보면 아득하기도 했다.
피며, 지고 있는 벚꽃.
그런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술 마시는 일뿐이었다.
벚꽃 그늘에 차려진 술상 위로 올려다 본 하늘은 없었다.
꽃 등불 눈부셔 그 광휘가 눈을 멀게 한 것일까.
청하지 않아도 소줏잔에 날라든 꽃잎처럼 어느 곳에나 온통 하얀 벚꽃 세상이라 그랬다.

사월의 화개골은 어디를 가도 벚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벚꽃은 세상을 태우고 사람 마음마저 불태우고 있다.
봄 한가운데 솟은 사월은 그런 계절이다.
오호! 그렇구나.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인 것이로구나.  

                   시. 윤석홍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
점점이 수놓은 섬진강변 따라
물때 맞추어 올라오는 물고기처럼
저녁 놀이 지는 강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찬란한 부활을 꿈꾸는 벚꽃도
한껏 물을 빨아 들이고
쌍계사 골짜기마다 피어나는
차향기가 나른한 오후를 깨우며
망각이 부서지도록 생경한 초록은
참으로 감동이었습니다

하얀 모래밭에 꽃그림 수 놓듯
그리운 사람들 불러들이고
너른 악양들녘과 푸른 강물이
잊혀져 가는 우리네 동심을
새록새록 깨우는 봄날의 사랑은
참으로 기쁨이었습니다

.........사진설명을 꼭 해야 할까? 꽃 길을 끝까지 따라가 보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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