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운다

2006.08.17 13:26

나마스테 조회 수:286 추천:20



매미가 운다.
후텁지근한 여름밤이다. 나무숲에서 울던 매미는, 빌딩 숲도 숲이라 생각했을까. 매미는 휘황한 네온 싸인 곁 가로수에서 요란스레 울고 있다. 가로수 마다 울어 대는 매미 소리가, 나무를 고성능 스피커로 만들어 놓았다.  

원래 매미는 낮에만 운다.
일출과 일몰을 기준으로 울던 매미였는데 서울 매미는 밤에도 운다. 처음엔 쓰르라미 인 줄 알았다. 내가 성장했던 시골 유년의 기억엔 밤에 우는 풀벌레는 쓰르라미와 귀뚜라미뿐이었으니까.
착한 셀러리 맨 출근하듯 해 뜨면 울고, 해지면 잠잠해지는 게 매미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밤 마다 하도 요란하여 관심 있게 듣고 보니 분명 매미 소리였다. 어떻게 매미가 밤에도 울지? 이것도 생태계의 교란 때문일까? 가로등과 네온싸인이 낮처럼 밝아 매미에게 울 때라고 착각하게 만든 건가?

밤에도 우는 매미는, 밤낮없이 바쁜 서울 사람을 닮은 지도 모르겠다.  
매미가 들었으면 더 시끄럽게 울 노릇이지만, 질펀한 유흥 주점의 여자를 속 된 말로 ‘매미’로 부른 적이 있다. 그 여자들이 노래하던 집을 매미집이라 불렀던 이유가 그런 거다.

그곳이 왜 필요 했을까.
숫컷의 본능을 겨냥한 상업화 된 장사 속 때문이다. 생식의 본능은 원래 성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숫컷의 생식 본능은 목숨 걸고 거듭 남을 행하는 일이다.
그런 담론은 이제 무의미해 졌다.

매미는 왜 밤에도 울까?
그렇다. 매미의 울음 역시 종(種)의 번식을 위한 것 일뿐이다. 그게 매미가 우는 목적이고 결론이다. 그래서 매미에게는 죽어도 울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러므로 매미는 우는데 목숨 걸었다. 곁의 나무에서 우는 경쟁자 보다 더 크게, 씽씽 달리는 차량의 소음 보다 더 크게 울어야 한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시끄럽다는 짜증이 사라지고 공연히 마음이 짠해진다.
온갖 도심의 소음 중에서, 도드라지게 울어야 될 이유가 눈물겹다.
매미는, 매미집 암컷과는 달리 숫컷만 운다.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으로 공명판이 터져 나가라 운다. 그 울음소리에 끌려 암컷이 수컷 가까이로 날아오면 교미를 한다.

번식의 울음 전쟁에는 양보가 있을 수 없다. 매미 자신들도 과도한 울음 노동에 잠시 쉬기도 하지만, 어느 수컷이 울기 시작하면 금시 평화가 깨진다. 다른 수컷이 질세라 따라 운다. 그래야 암컷을 차지 할 확률이 높아진다.  

매미는 덧없는 일생에 대하여 사람은 많은 비유를 만들어 냈다,
생명에 대한 허무를 매미에게서 발견해 냈다. 짧게 사는 목숨의 대명사가 될 만큼 매미는 수명이 짧다. 매미가 어른이 되어, 울며 구애를 하다 늙어 죽는 시간은 보통 열흘에서 스무날쯤 된다.
그 짧은 시간에 매미는 사랑을 해야 한다. 섹스를 해야 하고 잉태를 하여야 하며, 알을 낳아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매미의 울음은 오랜 시간 준비 된 것이다.
어려운 환경을 뚫고 살아남은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면, 그 시끄러운 비명의 정체를 이해 할 것 같다. 매미가 나뭇가지에 낳은 알은 눈이 오기 전 유충으로 부화된다. 그 후 매미 유충은 땅 위로 떨어져서 흙 틈 사이를 찾아 땅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가로수 아래에 변변한 땅이 있을까. 그래도 돌덩이처럼 단단한 흙은 헤집고 땅 속으로 들어  가야 산다. 그렇게 땅 속으로 들어 간 매미 유충은 수년에서 길게는 십년이 넘도록 땅속에서 보낸다.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어둔 땅 속에서 기나 긴 세월을 보낸다. 한 달을 채 못 살, 빛나는 태양과 공기를 즐기기에 바친 세월이 너무 길다. 한 철 울음 울기 위한 준비 치고는 너무 아득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서울 매미의 울음은 비명처럼 들린다.
짧게 울다 갈 매미는 그래서 더 요란해야 거듭 난다. 그래야 종을 번식 할 수 있다. 산 속보다는 턱없이 적은 아스팔트 곁 가로수마다 촘촘하게 붙어 있는 경쟁자들이 운다. 하염없이 지난했던, 땅 속 어둔 세상을 벗어 난 서울 매미가 밤인들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 서울은 덥다. 되던 일도, 글쓰기 중독에 빠져 잘 안된다. 누가 이런 일을 가리켜 주었을까? 착한 내게.
더는 견딜 수 없어 24일 도망치기로 했다. 아득한 곳으로.

칭짱 철도라는 게 있다. 북경에서 기차 타고 히말라야를 넘는 티베트 라싸에 도착하는 철도다. (첨부 파일 눌러라)
실크로드의 대척점 표현으로는 스틸로드쯤 되겠지.
고소증에 머리는 지근 거리겠지만 선선할 것이다. 어쩌면 추울 수도 있겠다. 한 2주일 쯤, 사진 찍는 인간과 함께 가는 여정이다.

거기도 매미가 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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