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체온
2007.02.01 07:38
남들 자는 시간에 책상에 앉는다는
기숙사에 있는 딸과 통화를 한다
"얘야, 잘 있었니"
다소곳한 대답 “네” 하고
간단히 끝내려하지 않는 딸
그 앤
잔정이 미흡했을까
동네 참새들 곁에서 하루를 보냈을까
앞뒤 순이 뒤바뀐 듯 한 조잘거림
언제까지 들을 수 있으려나
메말랐던 수피에 물기 돌고
주름살 펴이는 소리
그러나
마음에도 없는 나의 말
"얘야, 사람에겐 생체 리듬이란 게 있단다
그만 자거라"
“싫어, 응"
한 눈 가득 딸의 어리광 안겨와
찌릿찌릿 뿌리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뿌리로
같은 손금 맞닿으면 돌고 도는 수액의 실핏줄
그런 떼거지 쓰는 딸에게
“얘야, 그만 됐다 아빠도 잠자야지"
보채고 달래는 가슴이면 얼마나 더울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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