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겨울의 옆모습을 보며

2007.02.11 14:35

정현창 조회 수:99 추천:13

겨울의 뒷모습을 보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정현창 축제가 끝난 무대는 언제나 어수선하고 쓸쓸 하기만 하다. 대자연의 축제이며, 생명의 축제인 제3막 9장의 장엄한 축제는 항상 위대하였고, 신비롭기까지 했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이 완벽하게 치러낸 축제가 끝난 무대는 퇴장하려는 출연자들의 소란과 이제는 헤어져야 한다는 서운함이 교차되고 있었다. 규모가 크고, 성공적인 축제 뒤에 오는 시원섭섭한 감정은 각자의 가슴에 더욱 높은 물결을 일으키고,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모든 출연진들이 무대복을 벗고 퇴장한 뒤, 축제를 위해 만들어 놓았던 소품들까지 치워져 무대가 정리되면 성공적인 축제의 뒤풀이가 벌어진다. 하늘에선 하얀 꽃가루를 뿌려지고 도시의 교회와 거리거리에는 꼬마전구로 장식된다. 축제가 벌어지고 있을 때에는 무대 뒤 그늘에서 외면당했던 사람들을 기억해 선물을 나누어주며 위로해 주기도 한다. 지난 축제의 성공을 축하하며 건배를 한다.  사랑과 선물과 인정이 넘쳐난다. 술과 정에 취하여 밤을 새운다.  그렇게 겨울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른다. 겨울은 축제의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다. 뒤풀이가 끝나고 나면 휴식도 잠깐, 새로운 항해를 알리는 고동소리가 울린다. 알프스에 오르려는 산악인의 심정으로, 먼 항해를 시작하는 마도로스들의 마음으로, 스타트라인에 선 마라토너들의 결의에 찬 정신으로 또 다른 축제를 시작한다. 어느 동해의 바닷가에서, 높은 산정에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새로운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두 손을 모은다. 이렇듯 겨울은 끝과 동시에 시작이 함께 공존하는 매듭이다. 매듭 없는 대나무를 보았는가. 매듭이 있으므로 곧고 긴 장대가 되는 게 아닐까. 또한 겨울은 심판의 계절이다. 지난계절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편암한 휴식이 있지만, 베짱이처럼 즐기기만 했던 사람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겨울은 시즌이 끝나고 훈련하는 프로 선수들처럼 단련의 시간이다. 성공적으로 축제를 치르려면 혹독한 수련이 필요하다. 겨울이 없는 열대지방의 나무들을 보면 나이테가 없이 단단하지 못하고 무르다. 다른 계절은 감성적(感性的)인 사람이 되어 즐기면 되지만, 겨울엔 철저히 이성적(理性的)사람이 되어야 한다. 겨울은 대지의 중심이다. 축제의 주최자이다. 겨울은 계절의 주인이다. 손님은 축제가 끝나면 곧 떠나지만 주인은 남아서 주위를 청소하고 또 다른 축제를 준비해야 한다. 꽃과 나뭇잎은 손님으로 초대되어 겨울이 되면 떠나지만 나무와 뿌리는 주인이기에 겨울동안 새로운 봄을 준비하지 않는가. 귀 기우려 들어보면 겨울밤 창밖에서 힘들어 울고 있는 나무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떠난 관객들이 그리워 울고, 축제준비에 힘들어 울고 있는가 보다.   같은 길에 서있는데도 어떤 사람들은 봄이 오는 길목에 서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겨울이 가는 길목이라고 하고 싶다. 봄, 여름, 가을은 왔다 가면 그만이지만 겨울은 주인이기에 다른 계절 속에 항상 함께 있어야 하고 봄 속으로 가기 때문이다. 봄을 맞는다고 한다.  누구를 맞는다는 건 그 사람의 화장한 앞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를 보낸다는 건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겨울의 뒷모습은 모든 것을 내주고 떠나는 아버지들의 뒷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그처럼 고되고 쓸쓸한 뒷모습이 있었기에 화려한 대단원의 막을 올릴 수 있는 게 아닐까. 난 지금 축제가 끝난 무대를 힘써 청소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온 겨울이 가는 길목에 서있다. 입춘이 지나고 축제의 개막을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지난  겨울 어떻게 준비를 했던 상관없이 막은 열리고  장엄한 2007년 축제는 시작될 것이다. 긴 겨울동안 힘들었는지 눈은 감기고 온 몸이 나른하다. 겨울이 가는 길목에 서서 저만치 축제를 즐기려 화사한 차림으로 다가오는 봄 처녀를 보노라니 정신이 바짝 든다. 지난 겨울동안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던가.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세심히 둘러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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