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환희의 대박
2007.02.26 06:50
환희의 대박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야) 박세규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오르는 산길. 아직은 2월 중순인데도 날씨가 포근하여 곧 봄이 다가올 듯 대지에서도 흙냄새가 풍긴다. 산 정상에 도착하여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바로 옆 큰 나무에 까치가 찾아와 요란스럽게 노래를 부른다. 왠지 오늘은 좋은 소식이 올 것만 같은 기대감에 부푼다. 아니나 다를까, 제17회 대한문학 수필 신인상 당선자 글이 담긴 책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등단소식을 받았을 때도 기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내 글이 실린 책을 내가 직접 받아보니 잃어버린 소중한 보물을 찾은 듯한 기쁨으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이 얼마나 기다렸던 꿈이던가? 나는 이제 걸음마 단계의 초보 수필가이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머나먼 길이지만 오늘의 이 기쁨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따르릉! 요란한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박세규씨 댁이죠?”
“네, 제가 박세규입니다.”
“아 그러세요. 축하드립니다. 어제 면접 합격입니다.”
학교 졸업 후 몇 군데 이력서를 내고 발버둥쳤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는데 서류 전형과 2차 면접에도 합격했다고 출근 날짜를 통보해주니 날아갈 듯한 큰 기쁨이다. 회사에 몸담고 일할 때는 정말 직장의 소중함을 모르고 27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보수가 많든 작든 50대에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이던가?
구름이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흐르지 않는 것처럼, 내 인생도 또한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직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이렇게 기쁨이 줄줄이 이어질 줄이야. 아이 방에서
“야! 당첨!” 함성이 들려 달려가 보니 큰 아들이 수원 아주대학 4학년인데 장학금 220만원을 타게 되었단다.
“아들, 애썼다. 그리고 참으로 기쁘다.”
아들의 두 손을 굳게 잡고 기쁨의 악수를 나누었다. 마음에 근심이 없으면 좋은 날. 마음에 번뇌가 없으면 기쁜 날이라 했는데 근심과 번뇌는 커녕 하루에 큰 기쁜 소식이 세 곳에서 터졌으니 환희의 대박날이 아니던가? 예고도 없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인간사에 만감이 교차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한꺼번에 모두 가지려 말고 더 바라지도 말자. 이 모습 이대로가 축복인 것을. 고개 숙여 감사할 뿐이다.
(200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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