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처음처럼

2007.03.07 14:08

최은경 조회 수:90 추천:6

처음처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기) 최은경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연신 머리를 수그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얼굴을 마주보면서 미소 한 번 짓고 또다시 인사하고 아무리 많이 해도 즐겁기만 하다. 수필창작 기초반 2007년 봄 1학기 개강 첫날 풍경이다. 2006년 가을 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 동안은 개인적인 일로 잠시 쉬었다가 2007년 봄 기초반에 다시 등록했더니 반가운 얼굴들이 기분 좋게 맞아주었다. 내 마음은 솜털 같은 구름을 타고 한없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마냥 기뻤다. 비록 짧은 가을 한 학기였지만 별다른 일이 없을 때는 수요일에 한 번씩 만났고, 가을 문학기행에도 참석하여 두루두루 구경하며 서로의 정도 돈독히 쌓았었다. 기초반이라는 공동체를 서로가 느꼈기에 반가움을 넘어서 오래 만나온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지고 가슴까지 뭉클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여기저기 새로 오신 분들도 눈에 띄어 신선함도 느꼈다. 강의가 시작되자 어느 누구도 비켜 갈 수 없는 자기 소개시간. 나이, 성별, 고참, 신참 등 상관없이 앉아 있는 순서대로 앞으로 나가 발표를 했다. 신입생들은 그 나름대로 풋풋하면서 때론 수줍은 표정까지 지으며 본인의 신상을 담담하게 말씀하셨고, 기타 몇몇 기존 학생들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농담까지 섞어가면서 좌중을 웃겨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다 보니 한 학기를 그냥 보낸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란, 왜 그리도 가슴이 떨리고 콩닥콩닥하는지, 갑자기 얼굴까지 홍당무처럼 빨갛게 물들어 버리면 정말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 되곤 한다. 그때 누구라도 한마디 거들어 주는 분이 계신다면 정말 구세주가 따로 없다. ‘제발 날 비켜갔으면 꼭 해야만 된다면 맨 마지막이 나였으면!’ 처음이라는 단어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광경이다. 수필 기초반에 등록한 신입생들을 보니 6개월 전 나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오면서 쑥스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머릿속에 많고 많던 생각들은 어디로 다 숨어버렸는지 아무런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고 입술은 왜 그렇게도 떨리는지, 또박또박 나의 생각을 다 말하지는 못한다 해도 올바르게 전달은 해야지 하는 건 나의 생각뿐, 입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반가운 선생님들, 후배들, 새로운 얼굴들, 수필창작 기초반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분위기에 정담도 나누면서 더불어 맛있는 점심까지 먹을 것인가? 어떤 이들은 인간관계를 가볍게 여기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결국에는 그 어떤 곳에도 정착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난 옛날사람도 아니면서 묵은 고추장이나 된장처럼 오래된 것이 좋고, 더 나아가서는 푹 곰삭을수록 더욱 좋아한다. 친구끼리도 오래된 사이는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다 알고 있으니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혹시 잘못하여 실수를 한다 해도 눈 찡긋하며 감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고, 가슴까지도 통해서 더욱 좋다. 황금 돼지띠라는 정해년에 다시 기초반에 등록해서 와보니 김 학 교수님도 건강하신 모습이어서 기쁘고, 멋진 이수홍 회장님, 싹싹하고 예의바른 예쁜 막내 지영이, 그 외에 여러 선생님, 후배 모두 다시 만나서 즐겁고 반가웠다. 단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내가 열심히 글을 쓰지 못한 부분이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진다. 하지만 많은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듯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조바심 내지 않고 인생을 조금씩 메워 간다는 심정으로 쓰련다. 태어날 때부터 글 솜씨가 뛰어나지 않았다면 배우면 되겠지……. 겨울이 떠나려고 서성거리며 화려한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주위를 맴돌아 26년 만에 가장 추운 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오는 봄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기초반 문우 여러분과 더불어 오는 봄을 희망차게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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