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어떤 아르바이트
2007.03.26 05:09
어떤 아르바이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야) 신기정
모처럼 일찍 귀가하여 옷을 갈아입는데 둘째의 재촉이 시작된다.
“아빠 얼른 누우세요. 저 돈 벌어야한단 말예요.”
“얼마 벌건데?”
“천이백 원이요.”
엊그제 학교에 다녀오다가 지갑을 분실한 뒤로 독촉이 더 심해졌다. 우선 차 한 잔을 시켜 마시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녀석에게 머리를 맡기고 손바닥을 ‘한 푼 줍쇼!’ 하는 자세로 전환하면 반복적인 머리의 뜨끔거림과 함께 카운트가 시작된다.
이른바 '새치 뽑기 아르바이트'다. 이 아르바이트의 단가는 누가 더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느냐에 따라 개당 50원 또는 100원으로 유동적이다. 조금 아니꼬운 것은 제 엄마는 그냥 서비스로 해주거나 개당 10원의 파격 세일가격에 그것도 외상으로 모시기도 하면서, 내게는 예외 없이 아르바이트 끝을 알리자마자 현찰을 요구하여 관철시킨다는 점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지 아이들한테만은 신용불량자 같은 대접을 받는 셈이지만 이후의 편안한 저녁시간을 위해서는 얼른 지갑을 열어야 한다. 요즘은 한 수 더 떠서 돈의 종류와 개수를 지정하기도 한다. 얼마는 지폐로, 얼마는 동전으로……. 둘째의 용돈 주 사용처가 마을버스 차비인 까닭이다.
가끔 뽑던 새치가 끊어지면 가격흥정 등 나의 반격이 시작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뽑은 새치를 모은 손바닥의 자세 불량으로 아르바이트생의 호된 질책을 듣게 된다. 뽑는 목표량을 정하는 녀석의 상술 덕분에 가끔은 학창시절 머리 단속을 당해 흉측하게 남은 이발기계의 흔적처럼 새치들의 분포도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녀석의 정확한 카운트는 언제나 예외가 없다.
“스물네 개. 끝.”
알 수 없는 편안함에 잠시 시간의 흐름을 잊기 십상이기에 나의 의문부호는 정해진 순서다.
“벌써?”
그리고 순간 겹쳐지는 것은 새치를 뽑아드리는 와중에 코를 고시던 아버지의 옛적 모습이다. 세월이 또 다른 반복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었던 거다. 세월이 갈수록 나의 새치는 늘어가겠지만 어쩐지 둘째의 아르바이트가 싫지 않다.
한전 전주전력관리처 총무부 신기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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