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유토피아를 꿈구며

2007.03.30 12:41

박주호 조회 수:53 추천:8

  유토피아를 꿈꾸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박주호   나는 이상향 농촌을 꿈꾸며 살아 왔다. 푸른 언덕 위에 내가 좋아하는 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맑은 시냇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 나는 기타를 치고 아내는 노래 부르는 곳. 잘 지은 유럽의 농가처럼 양옥으로 하얀 집을 짓고 멋진 자동차가 있는 생활.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은 이런 이상을 꿈꿀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꿈만 꾸다가 세월은  다 흘러 버렸다.   요즘 벌어지는 한미FTA가 우리 농촌을 말살시킬 위기로 다가온다. 농촌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농민들은 연일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쌀과 쇠고기는 절대로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 년이 넘게 협상을 해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거리로 나섰던가. 작년에는 집회를 하다가 농민이 다치고 죽는 불상사가 나기도 했었다. 그것은 목숨으로 우리 농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미국과의 협상도 시한에 쫓기고 있다. 밤새 협상을 반대하는 단체들과 농민들이 촛불 집회를 갖고 있다는 뉴스다. 그런데 나는 강 건너 불 보듯 남의 일처럼 지켜 보고만 있었다. 나도 농민이라는 말을 누구에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았다면 감히 나설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디에고 나설 생각은 없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쌀 시장은 절대로 미국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쌀은 우리의 생명이고 국민의 주권이기도 한 것이다. 주권을 남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50%밖에 안 되지 않던가. 지구는 온난화로 기후가 변하고 있다. 변하는 기후에 대처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시련을 동반할 것이 뻔하다. 그러면 반드시 식량위기가 올 것이다. 언젠가 통계를 보니 지구상의 인구가 전쟁으로 죽은 숫자보다 굶어 죽은 숫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쌀이 없으면 죽는다.  옛날 소련이 빵 때문에 해체되었다고 했다. 당장 북한 주민들도 우리가 쌀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또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쌀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될 지도 모른다. 국민이 굶는다는 것은 국가의 주권을 지켜낼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밀가루 음식과 패스트푸드식품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쌀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며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의무 수입물량으로 외국에서 쌀이 들어왔다. 우리 쌀보다 미질이 좋다는 등 가격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등 당장이라도 외국쌀이 우리 시장을 잠식할 것처럼 불안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우리의 쌀을 지켜주고 있다. 외국쌀과 국산 쌀을 섞어 팔 상인은 있을지 몰라도 알고는 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냥 국민정서에 의지할 수만은 없다. 품질과 가격경쟁에서 진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시장경제원리인 것이다. 한없이 정부의 지원과 보호 속에 낙후된 영농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과감히 구조조정도 해야 하고 발상과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온 것 같다. 다수확 품종이  우리의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게 했다면 이제는 고품질로 떳떳한 상품경쟁을 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 국민들은 명품을 찾듯 쌀도 고품질을 찾지 않던가. 이제 소규모 영농으로는  수익성이 없다. 과감한 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내가 고민하는 것도 쌀농사를 지어 경제성을 맞출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직도 적정면적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진퇴양난이다. 최소한 3만 평은 되어야 수익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제 정부도 과감히 농촌에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은 농민에게 지워진 각종 규제를 풀고 농업의 자생력을 키워줘야 할 것이다. 나는 우리 농촌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오고 살아가는 우리 농민을 사랑한다. 안타까움이 사랑은 아니다. 더 먼 미래를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하는 것이 진정 사랑일 것이다. 관습과 타성, 그리고 정부에 대한 의타심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뛰는 우리 농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상향 농촌이 우리 모두의 꿈이었던 시절,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들을 낳고 열심히 살아 왔지만, 아직도 유토피아의 꿈은 꿈으로만 남아 있다. 언젠가는 그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9200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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