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구상나무

2007.04.05 07:59

윤상기 조회 수:85 추천:6

구 상 나 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야) 윤상기 얼었던 땅이 풀리며 새로운 생명이 지표를 뚫고 새순을 뽑아 올리는 3월이면 자연의 경이와 신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봄이 오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마음은 벌써 지리산 천왕봉에 가있다. 그 지리산에는 나를 반겨주는 진달래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오늘 지리산을 찾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7부 능선에 오르니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한줄기 바람은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 내 심신을 상쾌하게 해 준다. 산이 좋은 것은 내 자신도 만물 중 하나의 작은 존재라는 실체를 알게 해주는 일이다. 유난히 큰 몸집의 천년거목이 우리를 바라보고 서있다. 우리가 높은 고산 지대를 지나다 보면 세찬 바람과 한겨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하얀 고사목들이 군데군데 서있다. 이게 주목나무와 구상나무들이다. 이 나무는 죽어서도 비바람에 씻기고 눈보라를 견디며 둔탁한 나뭇가지만 남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나무를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사는 나무라고 한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토종나무로서 한라산, 무등산, 지리산, 덕유산에만 분포하는 수종이다.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이 나무는 학명이 아비에스 코리아나 (Abies Koreana) 곧 한국의 전나무라는 뜻이다. 이 귀한 나무를 윌슨이란 독일 식물학자가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하여 붙인 이름인데 약 100년 전쯤 독일로 건너갔다 한다. 독일 사람들은 이 나무를 목재와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개량하여 지금은 수백 만 달러의 외화까지 벌어들인다고 하니 우리로선 참으로 억울한 생각이 드는 나무이다. 일년 전에 학업 연수차 독일에 갈 기회가 있었다. 독일은 조림이 세계에서 제일 잘된 나라인데 도시의 공원은 가는 곳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잘 가꾸어져 있었다. 우리가 머물던 연수원도 10만 평의 부지에 울창한 숲이 조림되어 있었다. 연수원을 걷던 중 우뚝 서있는 구상나무를 발견하고 단숨에 달려가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있는 헤어 비어만 박사에게 이게 한국의 나무인 줄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그 친구도 한국의 전나무라고 대답해주었다. 균형 잡힌 삼각 원뿔 모양의 나무형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했는데 줄기마다 하늘을 향해 죽순처럼 솟아 있는 모습이 특이했었다. 그 독일 땅에서 나무 중 으뜸으로 대접받는 우리나라 구상나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나무의 존재와 가치를 모르고 이제야 희귀성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이제야 21세기 밀레니엄 나무로 지정하고 나무의 보존과 보급에 힘쓰는 실정이다.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준다. 우리 삶의 공간에 나무가 없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의 것 가운데 좋은 것이 많은데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 그대로다. 이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졌으니 미제상품이 홍수처럼 몰려올 것이다. 그만큼 주름진 농민의 한숨소리도 크게 들려오고 있다.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 것이고 농촌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농민들은 항상 더 가난하게 살 것인가? 외롭게 서있는 구상나무 잎을 따서 손바닥에 비벼본다. 싱그러운 향내가 내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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