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컴퓨터를 향해 첫 발을 내딛으며

2007.04.05 09:12

최은경 조회 수:70 추천:7

컴퓨터를 향해 첫 발을 내딛으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기) 최은경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우스 포인트를 이리저리 굴리다 드디어 내가 찾고자 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검색했다. 컴퓨터 초보인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이란에서는 자동차가 지상이 아닌 창공에서 주행을 하고 활주로도 없이 내려올 공간만 있으면 아무 곳에서나 착륙하는 시대, 이렇게 자고나면 모든 것이 변화되어가는 정보화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책을 보면서 혼자 독학이라도 하라는 남편의  한마디에 왠지 자존심도 상하고, 서운하기도 하여 말을 듣지 않고 지내다가 수필 공부를 하게 되면서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자연스레 컴퓨터공부도 하게 되었다. 어깨너머로 아이들에게 대충대충 물어보면서 알고 넘어가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공부를 하신 선생님께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주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마침 집에서 가까운 진북문화의집에서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수필반 막내 지영이와 함께 등록을 했다. 평소 기초반 수필공부를 할 때 옆자리에 앉은 지영이가 자기는 기계치라서 아직까지 컴퓨터도 제대로 못한다며, 가끔 푸념 섞인 말을 했던 터라 지영이에게 전화를 하니 “언니, 저도 꼭 하고 싶어요.” 했다. 2개월 코스라 ‘혼자 배우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동무가 있다면 서로 도와 줄 수도 있으니 능률도 배로 오르겠구나!’ 싶었다. 본인이 직접 와서 등록해야 한다는 말에 장소도 익힐 겸 곧바로 갔다. 4월 3일 화요일, 드디어 첫 수업일이다. 컴퓨터 선생님 소개보다는 관장님 훈시가 길어서 지루하던 차에 수수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외모를 가진 남자 선생님께서 인사를 하고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정말 초보 반이구나라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속으로는 웃음도 났지만 함께 하는 다른 분들은 정말 초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 조용히 따라 했다. 그러면서 느꼈다. 컴퓨터도 켜고 끄는 것만 순서대로 잘 해도 수명이 1-2년은 차이가 나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이래서 하나하나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날 수업은 거의 다 아는 수준이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선생님 물음에 대답도 힘차게 하면서 적극적으로 배우니 짜증도 나지 않고 오히려 재미가 있었다. 물론 성의 있게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덕분이란 걸 왜 모르겠는가! 배우는 학생들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10명이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도와가며 지내다 보면 2개월이 언제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 버릴 것만 같다. 첫 수업이 끝나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쏟아 주시는 선생님께서 한 몫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벌써부터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조금만 지나면 컴퓨터에 대해 모두를 귀찮게 하던 엄마가 혼자 알아서 할 것이며, 나아가 더 잘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으름장 아닌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려면 일단 출석률이 좋아야 하겠기에 담장너머 하얀 목련이 나를 보고 손짓을 해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벚꽃이 온 천지에 흐드러지게 날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해도 마음을 다잡을 것이며, 장미의 계절인 오월이 다가와 빨간 장미가 가슴 저리게 보고파지면 새빨간 립스틱으로 입술을 곱게 단장하고서 거울을 보며 활짝 웃고는 돌아서서 찬란한 봄이 나에게서 탈 없이 지나가기를 손 모아 빌 것이다. 정해년의 봄은 내가 ‘컴퓨터 마니아로 다시 태어나는 계절이 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다.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9
어제:
26
전체:
214,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