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별난 마스크

2007.04.07 09:17

김세웅 조회 수:82 추천:5

별난 마스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고급) 김세웅 달력으로는 지금이 4월 초, 봄이 한창 무르익다가 시들어가는 시기다. 하지만 마지 못해 억지로 시집 온 여인처럼 짜증이 너무 심하다. 지금까지도 강원도 산골에는 눈꽃이 피어 오돌오돌 떨 만치 찬 바람이 연일 불어 온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꽃샘 추위쯤이야 그렇다 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의 황사가 몰아치기도 한다. 중국 쪽으로부터 엄청난 황사먼지가 날아와 짙은 안개처럼 하늘을 뿌옇게 뒤덮고 우리들에게 덤벼든다. 그 먼지의 성분들은 중금속, 유황 등 인체에 극히 나쁜 것들이 태반이라는데 평년의 5-10배나 몰려 오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1910년대에도 이 근래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황사가 날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래도 고비사막이나 중국 등지에서 생성되어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자연현상이라 그 완화책은 가능하겠지만 말끔히 막아내기란 어려운 일인가 보다. 실로 심란한 얘기다. 아마도 지구환경 파괴로 인한 기상이변(気象異變)이 그를 더 한층 심화시킨 점도 영향이 클 것이다. 이번 한 차례 날아온 황사가 무려 15톤 트럭 5,000대분이라니 역사상 처음으로 황사경보가 나오고 언론매체에서 ‘황사테러’라고 아우성인 것이 적절한 말인 것 같다. 앞으로 올해에  그런 황사먼지가 4,5차례 더 날아 온다니 걱정이다. 장래 어느 때까지 이런 악질(惡疾)같은 침입자의 횡포를 참아야하는 것인지 암울할 뿐이다. 이런 것을 두고 옛 어른들은 춘래불사춘(春來 不似春)이라 했던가. 그래도 명색이 봄이 찾아오니 나뭇가지에는 새 싻들이 다투어 파아란 손을 내밀고 있고, 집 앞 뜰에는 예쁘게 화장을 한  꽃들이 활짝 피었다. 그리고 그 꽃들도 나날이 더해가는 지구의 환경변화를 걱정하며 소근거리는 것만 같다. 올해는 황사먼지 덕에 색다른 마스크가 새로이 등장했다. 얼핏 해골 모양이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그런 마스크를 착용한 여인네를 어쩌다 볼 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그 수효가 부쩍 늘었다. 여러 해 전에 우리나라에서 음용수를 사서 마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실감이 나지 않더니 어느덧 우리 생활에 보편화 되어버렸듯이, 지구의 오염도가 날로 심해지는 판이니, 마스크도 아마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 마스크를 처음 보았을 때 하필이면 그런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었다. 해골을 보는 것 같아 언짢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추위나 황사먼지의 피해를 막고 또 적외선의 피해를 막아보려고 만든 도구임을 모르진 않지만 그 디자인이 보기에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마스크를 착용하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싹 가리는 판이니 더 많이 보급되는 날이면 범죄에 악용 되는 일이 없도록 미리 대비책을 세워 두어야 할 것 같다. 모름지기 이런 제품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여러 색상을 넣어서 미관상으로도 그럴듯한 제품을 만들어 유통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인들이 얼굴에 쓰고 있는 마스크가 왜, 흉측스럽게 보이고 불쾌감을 자아내는 걸까.  짐작컨대 그 마스크가 해골 모양인지라 은연중 자기 해골을 연상케 되는 데서 그런 것은 아닐른지. 될수록 장수를 누리고 싶고 생의 종말을 수긍하고 싶지 않은 잠재의식의 발동 탓이 아닐까. 사람은 빠르거나 늦거나의 차이뿐 누구나 한 줌 재가 아니면 해골이 되고 말 숙명인데, 잠깐인들 그런 혐오감을 가질 것이 무어란 말인가. 그리고 가끔 여러 곳에서 골치거리로 대두되곤 하는 묘지문제도 그렇다. 서구사회나 선진화된 나라들을 다녀 보면 묘지(墓地)를 마을 인근이나 중심부에 두어 산 사람들과 더불어 살거나, 공원처럼 아름답게 가꾸어,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경모(敬慕)하며 쉬는 공간으로 삼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망인(亡人)에 대한 도리이며 후손들의 마땅한 의식이라 여겨져 우리도 민과 관이 나서서 그런 풍습을 만들어 보자는 캠페인이라도 펼쳐 보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왜, 도시 외곽에 납골당이나 묘지를 설치하려면 혐오시설이라고 시민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자기 부모나 친척, 친한 벗이라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자기는 절대로 늙지 않을 것처럼 여기며 노인들을 버릇없이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200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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