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눈물로 밝힌 등불

2007.04.10 08:54

유영희 조회 수:98 추천:4

눈물로 밝히는 등불 행촌수필문회 봄빛 유영희 ‘등불야학교’는 전북여성장애인연대 부설기관이다. 학령기를 놓친 장애여성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개교의 목적이었다. 전임 회장이 자비를 털어, 철거를 예정인 옛 전북도청 청사의 사무실 한 칸을 임대하여 시작했던 야학교이다. 나이 쉰을 훌쩍 넘긴 휠체어 장애인 한 명이 시작당시 학생의 전부였다고 한다. 하나둘 학생이 는다는 소식과 두 분의 여성장애인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책임을 맡기 전까지는 나 역시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도 신은 이웃을 돌아볼 줄 모르는 내 마음을 녹이기 위해 전북 여장연의 대표를 맡게 하였나 보다. 교장이라는 직책을 겸하고 있건만 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런 내가 지금은 야학교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고개가 수그러들곤 한다.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며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망 앞에서 나태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장애를 안고 태어났기에, 혹은 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에 사고나 병으로 장애를 입어 교육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 외형이 어떤 모습이든 그들의 의식은 맑고 건전하며 삶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삶을 향해 꿈틀대는 모든 열정이 장애라는 감옥에 갇혀 배움의 길마저 차단당했던 우리의 이웃들. 배움을 향한 열망은 세상을 향한 도전정신이 되어, 수업 중 그들의 시선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다. 모든 과정의 검정고시를 마치면 대학에 진학하여 소외된 이웃들에게 등불이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살아가는 멋쟁이들이다. 휠체어가 아니면 이동을 하지 못하는 중증장애학생이 학교에 오는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 사는 학생을, 자원봉사자는 날마다 3층에서 업어 차에 태우고 학교로 온다. 밥을 떠먹여줘야 하는 학생,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없는 학생……. 장애인 야학교의 자원봉사자는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일들을 담당해야 한다. 좁고 낡은 사무실에 칸을 막아 만든 교실은, 유리창 사이로 스미는 찬 기운을 비닐로 막아놓았지만 집요한 외풍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단열이 잘 되지 않는 건물은 한 여름에도 서늘함이 느껴진다니 지난겨울 그들이 견디었을 추위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상담을 신청한 학생에게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겠다고 작정한 이유를 물었다. “이름 쓸 수 있게 되면, 은행에 가서 제 손으로 직접 돈을 찾고 싶어요.” 공부하여 본인이 안고 있는 장애를 토대로, 소외계층을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는 원대한 꿈이 아니라 고작 은행에 가서 돈을 찾기 위해서라니?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 꿈이 얼마나 원대하고 피맺힌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몸도 불편하지만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는 그녀는 이웃사람에게 늘 돈을 찾아다 달라고 부탁을 하였더란다. 그러던 어느 날, 인출을 부탁받은 이웃이 해가 저물도록 나타나질 않았다. 뒤늦게 사람을 찾아 나섰을 때, 그녀의 통장은 비어있었다. 기초수급자로 정부에서 나오는 얼마 안 되는 생계비를 아끼고 아껴 기백만 원이 통장에 모아졌다. 이웃은 오백만원도 안 되는 돈을 다 인출하여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다. 돈 잃고 사람까지 잃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의 신뢰마저 잃어버린 그녀의 꿈은, 한글을 깨우쳐 통장에 있는 돈을 자신이 찾아 쓰며 상실된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장애, 비장애, 남녀에 관계없이 배우기를 원하는 분은 누구라도 등불야학교의 학생이 될 수 있다. 학생은 벌써 26명이나 되었고 그 숫자는 늘어만 간다. 모든 학생들이 등불야학교에 오기까지의 삶은 눈물로 점철된 여정들이다. 눈물 속에 세워진 그들의 꿈은 오늘도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교육환경이지만 그것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지는 못한다. 배움을 차단당한 채 살아온 과거의 열악한 상황보다 도전을 시작한 지금은, 소망이 있는 어려움이기에 능히 감내하는 등불야학생들이다. 전북여성장애인연대 부설 등불야학교는 오늘도 학생들의 눈물을 연료로 불을 밝히고 있다. 그렇게 피어난 등불이 훗날 어둠에 갇힌 이웃에게 소망의 빛이 되리라 나는 굳게 믿는다. 에필로그 KBS 2TV '사랑의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사랑의 가족’이 4월의 산타할아버지가 되어 저희에게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 4월 12일 16시~16시 30분까지 방송합니다. 아름다움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기를 소망합니다. 그 프로에서만은 수필가 유영희가 아닌 등불야학교 일원이 되어 실컷 망가졌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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