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4월의 합장

2007.04.16 14:44

정현창 조회 수:88 추천:13

4월의 합장(合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야) 정현창                                                                                                                                  4월은 일년 중에 제일 변화가 많은 달이다. 오늘의 하늘은 어제의 하늘과 다르고, 바람 또한 다르다. 하루하루 다른 꽃들이 피어나고, 어제의 산과 들이 아니다. 차분히 책이라도 읽으려 하면 4월은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봄바람에 꽃향기를 실어 보내 유혹하기도 하고, 화사한 봄꽃들을 동원하여 밖으로 불러내기도 한다. 결국 내 마음은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 내 나이 벌써 이순(耳順)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봄의 유혹에 흔들릴 나이는 아니지 않는가. 산등성이의 아지랑이처럼 아물거리는 마음을 붙들어야지 하며 두 손을 모으고 흐트러졌던 마음을 모은다. 내 안의 소란을 잠재우려면 두 손을 모으고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마음 깊은 곳에서 들리는 영혼의 소리를 들어야한다. 겨울동안 추워서 타지 못했던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서 손질했다. 그 동안 쌓인 먼지를 닦아낸 다음 낫트부분은 조이기도하고 베어링에는 기름도 쳤다. 오랜 만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니 중심도 잘 잡히지 않고 발목도 아프다. 하지만 얼굴을 스치는 봄바람의 감촉과 온몸으로 느껴지는 속도감은 몹씨 상쾌하기만 하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처음 배울 땐 무릎에 손을 얹어놓고 걷기연습부터 한다.  걷기에 자신이 생기면 두 손을 모은 채 앞으로 나가는 연습을 한다. 손을 앞으로 모으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 자세가 바르게 되고 몸의 중심이 잡힌다.  또한 불안한 마음까지도 안정된다. 그 뒤에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양손을 멋지게 흔들기도 하며 뒷짐을 지고 달리기도 한다. 뒷짐지고 타면 자세는 불안해지지만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아 속도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어 많은 선수들이 이런 자세로 탄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달집을 태우면서 보름달을 맞는다. 동산 위로 떠오르는 둥근달을 보며 두 손을 맞잡고 마음을 모아 소원을 빈다. 사람들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때면 각자 자기가 믿는 절대자에게 기도를 드린다. 우주나 자연에게, 또는 부처님이나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손을 단정히 모으고 머리를 숙여 간절히 기원한다. 불교에서의 합장(合掌)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인도의 전통적인 인사법으로서 인사 및 예불, 법회 등 불교 생활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쓰이는 예법이라고 한다. 합장은 두 손바닥을 마주 합하는 자세인데 손바닥이 밀착하여 빈틈이 없어야 하며 손가락 사이가 벌어져서도 안 된다고 한다. 두 손을 통해서 마음을 모으고, 나아가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 하나의 진리 위에 합쳐진 한 생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에서 기도를 드릴 때 두 손을 모으는 것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그 옛날 춘향골 월매가 이 도령의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정화수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원했던 것도 같지 않을까 싶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인 '만종'에서 기도드리는 부부처럼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인 모습은 절대자를 향한 존경의 표현일 것이다. 오래 전 대통령선거 때 모 후보가 두 손을 모은 채 ‘믿어 주세요.’라고 호소를 해 한때 유행어가 되기도 했었다. 어린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들에게 야단을 맞을 때는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감이라는 의미나 고맙다는 의미로, 또는 찬양한다는 의미로 박수를 칠 때도 두 손을 모은다. 어른과 악수를 하면서도 두 손으로 감싸면 존경의 표현이고, 무엇을 받을 때는 공손히 두 손으로 받으라고 가르친다. 이렇듯 두 손을 모은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공경, 사랑과 애원의 뜻이 들어있다. 단지 두 손을 모은다는 의미를 넘어 마음을 모으고 바친다는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다. 요가에서 제일먼저 하는 행동은 두 손을 모으는 일이라고 한다. 웅변을 하면서 내 주장을 펼 때는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고 두 손을 벌리며 ‘강력히 주장합니다.’ 라고 외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는 두 손을 단정히 모으고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두 손을 뒤로 모을 때도 있다. 양반들이 거드름을 피우며 걸을 때나 방관적인 태도를 보일 때는 뒷짐을 진다. 또한 경찰이 용의자를 잡아갈 때도 손을 뒤로 모으고 포박하기도 한다. 내 마음이 흐트러진 것이 4월의 유혹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꼭 봄꽃 때문만은 아니다. 나의 교만과 이기심, 오만과 편견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남을 업신여기고 나만 생각하는 마음만 있었지, 언제 상처 입은 타인을 위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 한 번 한 적이 있었던가.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준적이 있었던가. 내가 두 손을 모았던 때는 양손을 입에 대고 내 목소리만 높이기 위해 모으지 않았던가. 나를 믿어달라는 공약(空約)을 하기위해 두 손을 맞잡고 높이 들었지 않았나 싶다. 권력자들 앞에서 나만의 영달을 위해 손금이 없어질 만큼 두 손을 비벼대며 비굴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다른 이를 위해 두 손을 모았던 것보다 나를 위해 모았던 일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나에게 낮아지는 것을 가르쳐 주려는 듯, 화려하고 눈부신 높은 자리를 버리고 벚꽃 잎이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 봄의 유혹에 끌려 나를 잊어버리기 쉬운 4월,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본다. 흐트러진 마음을 모우고 봄을 잔인한 계절로 느끼며 힘들어하는 이웃들을 위해 기도의 시간을 가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7.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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