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공원에서 만난 인형들

2007.04.19 13:30

황춘택 조회 수:77 추천:9

공원에서 만난 인형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금요) 황춘택 맑고 신선한 공기라면 누군들 싫어하랴! 그런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고 싶다. 낭만의 바닷가에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볼 때나,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볼 때 얼굴에 스치는 그 맛을 느껴보고 싶다. 도시거리에서 차들 때문에 갓길만 걷다가 숲이 우거진 자연공원에 들어서면 신선한 공기에 활기가 넘치고 마음도 여유로워 자주 들르고 싶어진다. 언젠가 가보고 싶던 충청북도 음성군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을 찾았다. 큰 바위로만 깎아 만든 인형들이 들어가는 길 양쪽에 줄지어 서있어 관객들을 환영해주는 것 같았다. 넓은 공원 안은 인형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어 첫 눈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테마별 조각상도 수 백 기가 있어 볼거리로 흥미로웠다. 실물처럼 만든 인형마다 드러나는 예술성은 누구라도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외국 관광객들이 이곳에 와서 자기나라의 위인 상을 발견한다면 마음속으로 얼마나 반가워할까! 17만 평의 널따란 부지에 14년이란 긴 세월 동안 그 지역의 정신과의사가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이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고자 이 인형들을 만들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골이 들어찬 인형에는 세계적인 정치지도자, 발명가, 과학자, 철학자, 탐험가, 예술가, 종교가, 노벨상수상자들이 초청 인사들처럼 서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갈 때는 혹시라도 시선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이 일기도 했다. 맨 처음 눈에 들어 온 인형은 코미디언으로 인기를 모았던 고 이주일 씨의 얼굴이었다. TV화면에서 마지막까지 금연광고로 애연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특이한 동작으로 관중의 시선을 모았던 그가 이제는 저 세상 사람이 되어 굳은 인상으로 서있으니 애처로웠다. 그의 허망한 인생을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다른 인형 앞에서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머뭇거리고 있었다. 살며시 어깨너머로 보니 콧날이 우뚝하고 머리는 곱슬머리에다 귀엽게 생긴 서양사람 얼굴이었다. Tomas alva edison(토머스 엘바 에디슨)이란 이름이 그 밑에 보여 친근감이 들었다. 발명왕 에디슨! 그가 전등불을 발명해 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밤마다 어둠 속에서 얼마나 답답하게 살고 있을까! 그 고마움을 지금까지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야 그의 앞에 서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의 장례식(1931.10.18) 때에는 미국 국민이 1분간 전등불을 끄고 애도의 묵념을 올렸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3개월 밖에 다니지 못하고 가정형편도 곤란해 기차 속에서 신문팔이를 하던 그가 어떻게 일천 삼백여 가지의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의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재능을 알고 소질을 살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흔히 정성과 사랑의 자모(慈母)는 많아도 자식의 재능을 알고 소질을 살려 가르치는 현모(賢母)는 드물다고 말들을 한다. 맹모삼천지교나 이율곡의 신 사임당, 크락쿠스 형제의 코르넬리아, 아우쿠스 티누스의 모니카, 나폴레옹의 레티지아, 링컨의 낸시 계모사라 등이 그런 어머니들로서 자식의 이름을 크게 떨치게 했던 분들이리라! 그때 젊은 여성 한 분이 무엇인가 말하려는 태도로 다가 왔다. “저는 이곳 해설사입니다. 저기 지게 위에 사람을 짊어지고 걸어오는 꼬마인형을 보아주세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렸다. 지게 위의 사람은 고개를 옆으로 숙인 채 팔도 아래로 힘없이 떨어뜨리고 있었다. "아들이 늙고 병든 아버지를 짊어지고 깊은 산속으로 고려장 하러 가는 중입니다. 옛날 풍속으로 부모가 노망들면 깊은 산중 묘실에 옮겨놓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돌로 쌓아 봉토를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고려시대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왜정시대 일본 사람들이 우리의 충효사상을 왜곡시키려고 더욱 떠벌였던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공원 안을 돌아보면서 17만 평의 거대한 부지에 14년 동안 위인의 인형을 돌로 깎아 세워 그 인형을 보도록 하여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이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그 정신과의사를 거듭 칭찬하고 싶었다. 역사공부는 학교교실이나 좁은 방에서 글로만 배우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이곳의 실물 같은 인물상을 보면서 스승과 제자 그리고 온 가족이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이해하는데 더욱 보탬이 되리라 여겨졌다. 위인들의 정신과 업적을 떠올리며 인류 문화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음을 생각할 때 우리의 꿈과 희망이 솟아나는 산 교육장이 되길 바라며 공원을 나왔다. (2007.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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