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기다림

2007.05.09 07:37

방철호 조회 수:222 추천:6

기 다 림 방철호   요즈음 우리 사회는 기다림이 없는 조급한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저 빨리빨리만 하려듭니다. 그리하여 질서가 없습니다. 여유도 없습니다. 진정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믿고 기다릴 때는 거기에는 조급함이나 실망이나 부주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부유해진다고 믿을 때에는 그들의 그 기다림은 헛된 것이 아니며 거기에는 새 소망이 깃들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소망은 대단히 소중한 재산입니다. 소망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의 표적이기도 합니다.   소망이 있으면 기다려집니다. 어떠한 고난이 와도 그 고난을 극복합니다. 어떤 경우도 원망하지를 않습니다. 이것은 살아있는 기다림이기 때문입니다. 눈보라 속의 겨울철 개나리도 머지않은 봄의 따스함을 기다립니다. 남편 없는 외아들만을 바라보는 여인의 기다림은 그리 고달프지 않을 것입니다. 생활의 고달픔과 긴장된 사회 속에서도 기다림을 소유한 자에게는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얻을 것입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서러워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돌아올 것이라고 읊은 푸시킨의  소망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기다림은 우리에게 소중한 재산목록의 하나입니다. 성공의 지름길이 되기도 합니다. 미국인으로서 시인이며 편집장으로 성공한 골든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편집장은 처음에 육백 부의 구독자를 가지고 잡지를 발행했으나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뒤에는 4만 5천부를 발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칭찬하고 성공자라며 그에게 성공의 비밀을 질문했을 때 대답은 “기다렸소.”였습니다. 인정받기를 기다린 것은 아니고 돈 벌기를 기다린 것도 아니며 다만 다른 신문보다 존경받기를 기다리고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자가 되기를 기다린 것입니다. 우리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을 기다리며 힘들더라도 인내로서 기다려야 합니다. 돈 없이 가난하여 고달프더라도 부유해질 그날을 기다리면 됩니다.   우리가 소망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망을 쉽게 그리 이루어지지 아니합니다. 그래도 고난을 참고 피나게 노력하면서 기다릴 줄 알아야합니다. 우리가 기다린다는 것은 많은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며 초조와 불안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여기에는 숱한 인내가 필요하며 많은 희생이 수반되기도 합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 가면 부르델 미술관에 있는 19세기의 유명한 조각가 부르델의 작품 <페넬로피아>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간소하고도 중후한 작품으로서 침통하고도 괴로움에 찬 모양을 하고 있는 하나의 영원한 서 있는 여인상입니다. 이 조각 <페넬로피아>를 감상할 때는 시성이라고 불리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를 생각나게 됩니다. 이 서사시 오디세이의 주인공이 바로 저 유명한 트로이 전쟁의 희랍측 영웅 <오디세우스>입니다. 이의 아내가 바로 조각의 주인공 <페넬로피아>입니다. 트로이 전쟁의 무대인 트로이는 소아시아에 위치한 도시인데 트로이성은 견고하기 그지없습니다. 필자가 가보았을 때 그 견고함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 트로이성에 붙들려간 희랍의 귀인 <헬레나>를 찾기 위하여 10년간의 긴 전쟁을 합니다. 마침내 유명한 장군 오디세우스의 계략에 트로이 성은 함락됩니다. 승리를 거둔 오디세우스는 고향의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이타게섬>으로 가는 도중 10년 동안에 걸친 갖은 풍랑을 겪게 됩니다. 고향에서는 10년 동안의 전쟁에서의 남편을 기다리고 또 개선했지만 풍랑으로 인한 10년 동안을 기다리는 아내 페넬로피아를 연상해 봅니다. 20년 동안 남편을 기다리는 그녀는 그 마을에 모여든 끈질긴 구혼자들에게 시달리면서 베 짜기를 핑계로 그들의 청혼을 거절합니다. 남편을 기다리는 그녀의 마음은 애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곧 초조와 불안 그리고 한없는 우수에 잠긴 <기다리는 아내>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그리하여 브루셀 박물관의 이 작품이 유명한지도 모릅니다. 기다림은 고달프고 힘든 일이지만 값진 것입니다. 생활의 고달픔의 현 시점에서 미래의 행복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그 기다림이 이 페넬로피아처럼 불안하고 초조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생활의 승리를 할 때까지 삶에서 개선가를 부를 때까지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엄청난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급속도로 변천되어 가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노예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 40년을 기다렸으며, 예수는 구속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하여 30년을 기다렸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최후의 날을 위하여 기다리며 마음으로 미리 준비합니다. 20세기 최대의 정치가인 영국의 처칠이 서거하자 뉴욕타임즈는 “최후의 순간을 생각했기 때문에 최선의 생애를 보냈다.” 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최선의 삶을 살려고 끝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승리는 기다리는 자의 것입니다. 요즘 자기의 생명을 스스로 끊어 버리는 자살자가 많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기다림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기다림을 생각합시다.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승리는 그 기다린 자의 것입니다. 우리 다 함께 기다립시다. (2007. 5.) 광주시시민사회단체총연합 대표회장 *심사평(김학) 방철호의 ‘기다림’을 신인상 당선작으로 추천한다. 신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목사의 설교처럼 설득력을 갖춘 작품이다.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우면서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예화(例話)를 인용하여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있다. 수필로서의 구성도 짜임새가 있으며 독자가 작가의 메시지에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1인칭 문학이 아니다. 미셀러니가 아니라 에세이에 가까운 수필이라고 하겠다. 수필의 주제로 보면 가벼운 수필(輕隨筆)이라기보다는 무거운 수필(重隨筆)이며, 또 연수필(軟隋筆)이 아니라 경수필(硬隋筆)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화자는 유명한 푸시킨의 시구를 끌어들여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뒤 기다림은 소중한 재산목록이며,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자신의 메시지를 슬그머니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이 기다림이란 작품은 마치 쓴 약을 달보드레한 당의정으로 감싸서 환자에게 복용하도록 하는 양약과 같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자살하지 말고 행복한 가정, 부자가 될 그 날을 기다리라고 권하기도 한다. 승리는 기다리는 자의 것이라며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또 소망이 있으면 기다릴 수 있다고 살짝 귀띔해 주기도 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지만 관심을 끄는 예화들을 끌어들여 딱딱함과 지루함을 덜어서 독자의 입맛에 맞도록 요리한 솜씨가 좋았다. 기본이 튼튼한 수필가 한 분을 발굴하여 문단에 내놓는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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