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고스톱
2007.05.12 07:19
고스톱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기) 이수홍
오늘 다정한 친구 세 사람이 우리 집에서 고스톱을 쳤다. 조커를 바꾸니 오동 석장이 되어 폭탄을 날리고 이어서 국진피로 설사를 해놓은 국진을 가지고 와서 쓰리고로 각 2만원 상한선을 때렸다. 이쯤 되면 군산 친구는 자리를 바꾸자고 하는데 오늘은 그냥 끝내고 말았다. 딴 돈을 돌려줬지만 잃은 것 보다 훨씬 기분이 좋았다.
내가 고스톱을 처음 친 것은 1970년 무주경찰서에 근무할 때였다. 군청 과장, 지역유지 두 명, 나 등 넷이 자주 어울리는 멤버였다. ‘설마 수사과장인 내 돈을 따가지고 가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수사과장 돈을 따먹으면 신고도 못한다고 기를 쓰고 덤비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잃으면 도로 줄 줄 알고 적당히 했지만 나중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튼 1년 동안에 한 달 월급정도는 날렸지만 술 마시는 것으로 본전을 찾았으니 속이 쓰리지는 않았다. 다음해 장수경찰서에서 나와 경찰동기생인 김 과장에게 고스톱을 치며 돈을 빌려주었다. 내가 군산경찰서로 발령이 났는데 김 과장이 생각지도 않던 그 돈을 보내주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일은 잊혀지지 않는다.
1980년도에는 고스톱을 많이 쳤다. 어깨가 아프고 팔다리가 저리다가도 고스톱만 치면 씻은 듯이 낫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상가(喪家), 계모임에서는 고스톱이 필수 놀이였다. 특히 상가에서는 철야를 하기위하여 고스톱을 친다. 밤새기 좋은 걸 보면 시간이 잘 가는 오락임에 틀림없다. 철야를 한다는 핑계로 도박을 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관광을 가서 밤새워 고스톱을 치고 다음날은 눈을 감고 관광을 한다. 해수욕장에 가서 밤새도록 고스톱을 치고 물에 한 번 들어가지 않고 돌아올 정도로 재미는 있는 놀이이기도 하다.
우리 잉꼬모임은 네 부부다. 매월 1일 모임 날이면 으레 고스톱을 친다. 남녀 네 명씩 두 팀으로 나눠 고스톱 치기에 딱 알맞다. 여자들은 1점에 백 원짜리로 상한선을 1인당 2천 원으로 하고, 남자들은 3점에 천 원짜리로 1인당 5천원 상한선으로 친다. 아무리 많이 따도 돌려주고 많이 잃어도 2천원이나 5천원을 잃고 돌려받는다. 그래도 기를 쓰고 고스톱을 친다. 돈의 많고 적음은 전혀 관계가 없다. 다시 돌려주더라도 일단 딴 게 기분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돈이 나가면 열을 받아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자리 탓을 하면서 자리를 바꾸기까지 한다.
고스톱을 치며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점수가 오를 확실성이 있을 때 고를 해야 하는데 가능성만 가지고 해서 바가지를 쓰는 수도 있다. 그래도 위험한 장사가 남는 게 많다고 고를 한다. 함께 고스톱을 쳐보면 그 사람의 매너를 알 수도 있다. 흔히 잃었다는 사람만 있지 땄다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부자간에 쳐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상사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한 ‘교제화토’란 것도 있고, 부부간에 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아내와는 잘 안친다. 돈이 오고 가야지 주머닛돈이 쌈짓돈인 게임은 재미가 없다. 컴퓨터로 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두 번 쳐보고 시간이 아까워서 손을 뗐다.
오죽하면 국민운동이니 초등학교 교과목에다 넣어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오겠는가. 고스톱손자병법이란 책도 나왔다. 한국인의 필수 놀이문화요, 치매예방제라는 등 별스런 예찬론이 그럴듯하게 떠돈다.
잃지 않은 고스톱 50계명도 있는데, 제1계명은 돈을 잃지 않으려면 아예 치지를 마라, 제50계명은 마음을 비워라 등이다. 초보자도 꼭 알아야 할 사항은 상대가 첫 번째 먹는 것을 잘 보아야하고 쇼당은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스톱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스톱 칠 때면 ‘가방 크다고 공부 잘 하냐?’ ‘국진껍데기는 파출소 앞에서도 먹어라.’ 등, 별의 별 재미있는 소리가 다 나온다.
모여서 함께 보내는 시간에 정치얘기나 남의 험담을 하는 것보다 고스톱을 치는 것이 훨씬 좋다. 재미있는 놀이인 고스톱을 시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고스톱에 빠져서 건강을 해쳐서는 안 될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지 않던가.
[2007.5.1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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