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노년을 즐겁게

2007.06.23 07:39

김영옥 조회 수:142 추천:10

노년을 즐겁게                                                                                                                     행촌수필문학회  김영옥   지금이 노인시대라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일이다. 열차를 타거나 공원엘 가도 노인들, 재래시장엘 가도 사고 파는 노인이 많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보이는 것은 노인들뿐이니, 저 노인들이 어떻게 무슨 일을 하며 살아 갈 것인지, 궁금해지고 염려스럽다.       얼마 전 이웃에 사는 분의 권유로 건강식품을 파는 곳에 갔더니 65세에서 80세 사이의 멋쟁이 할머니들 100여 명이 모여 손뼉을 치며 웃음꽃이 만발하였다. 점심까지 주면서 재미  있게 놀아주니 돈인들 아까울까? 어느 자식들이 그토록 반갑게 맞으며 즐겁게 해줄 것인가. 매일 출근을 하다시피 가는 것도 이해가 된다. 요즘 그런 곳이 많아 집에 있는 노인들은 몸이 불편한 분들뿐이다. 수영장이나 병원 물리치료실, 건강기구 파는 홍보관, 동마다 있는 복지회관, 어디엘 가도 노인들이 득실거린다. 한마디로 지금은 노인시대다. 시간만 있다면 나도 그런 곳에 가서 놀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니 말이다.         현재 7,80대 부모들은 시대를 잘 못 만나 젊은 시절을 가난과 문맹으로 온갖 어려움을 다 겪으며 살았다. 자식들에게만은 우리 같은 삶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너나없이 허기진 배를 졸라매고 자식들 교육에 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땀이 밴 옷에 무거운 쌀자루를 짊어지고 김치단지에 옷보따리를 이고 들고 어둑한 골목길을 헤매며 도시에서 공부하는 자식 집을 찾는 초라한 아버지, 어머니들, 이 세상 어느 모습이 그 보다 더 숭고하고 아름다우리요.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부모들이 그토록 노력했기에 이 나라가 이만큼이라도 잘살게 되었다고 한다면 누가 부인하겠는가? 최선을 다한 우리 노인들이 대접을 받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 세태는 나이 먹었다 해서 누구의 돌봄을 원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 때까진 자기 부양은 자기가 해야되는 세상이다. 거저 먹고 노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어 지금까지 쌓은 경륜에서 얻은 것들을 사용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 버는 재주는 없으니 재물은 물려줄 게 없고 내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지혜라도 일러주어 어려운 세파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게 해 주고싶다. 찾아보면 노년에도 할 일이 참 많다. 어떤 분들은 등굣길에 어린 학생들을 돌봐주는 일을 하는가 하면 자기도 노인이면서 외로운 노인의 말벗도 되어주고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일도 한다. 건강해지려고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을 즐기기도 하고, 전문지식이 있는 분들은 무료로 강의도 한다. 노년에는 돈 버는 일을 떠나서 무엇인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봉사정신으로 할 때 즐거움을 얻는다.       90이 넘은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구구팔팔’ 이라는 유행어가 나돈다.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이란다. 요즘은 먹거리도 풍부하고 위생도 좋아 오래 살 수밖에 없다. 세상이 핵가족화되면서 노인들도 자녀들과 같이 살기를 원치 않는다. 옛날 시집살이를 하며 많은 식구들의 치다꺼리에 너무 힘들었으니 노년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살고싶은 것이 공통적인 바람이다. 일흔 둘인 나도 몸은 비록 척추협착으로 허리가 아파 고통스럽지만 마음은 아직도 꿈 많은 소녀다. 나는,  일 욕심이 남다르게 많아 귀하게 얻은 이 시간을 어떻게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할까 늘 고민이다. 소녀시절부터 꽃 가꾸고 바느질하고 공부하길 좋아했으니 그것들을 지금도 하고싶다. 가족들을 돌보느라 못했던 공부도 하고싶고, 창조주의 뜻을 알았으니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 일도 하고싶다.    요즘 나는 무척 행복하다.  직장 가진 딸들의 외손자녀들 셋까지 7살이 되도록 길러주고 나니 칠십의 고개를 넘게 되었다. 이제 모든 무거웠던 짐들은 벗었다. 성경공부를 하면서 창조주의 뜻을 알게되어 아름다운 이 지구를 영적낙원으로 가꾸는 일에 동참하고싶어 한 달이면 70시간 이상을 진리를 알리고 가르치는 일에 봉사한다.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의 즐거움은 그 이상 더 없다. 멀리 있는 자녀들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 입문하여 71세인 지난해는 종합문예지 <대한문학>에서 등단을 하는 기쁨도 얻었다. 봉사하랴 ,글 쓰랴, 시간에 쫓겨 영감님 시중에 짜증을 내면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 역정을 내는 것은 그 일이 아무 가치가 없다며 무리하지 말라.” 고 정곡을 찌른다. 가끔 바느질도 하면서 꽃들로 집안을 꾸민다. 이층 옥상에 여러 가지 채소를 가꾸노라면 세상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꽃향기가 쫓아버리고 무공해 유기농의 식품을 먹으니 일거양득이다. 노년에 얻은 귀한 이 시간들을 가치 있게 사용하려고 늘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온 열정을 다 하는 게 노년을 더 값지고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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