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수필, 늘그막에 만난 나의 반려자

2007.07.14 16:32

임두환 조회 수:88 추천:15

수필, 늘그막에 새로 만난 나의 반려자                                         - 수필창작기초반을 마치며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  임두환 태양을 바라보고 길을 걸으면 빛을 보지만, 태양을 등지고 길을 걸으면 그림자만 본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자기 장점을 키우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성취의 맛을 보지만, 자기의 단점만 꼬집으며 나는 할 수 없다고 자기를 부정해버리는 사람에게는 좌절과 패배가 뒤따를 뿐이다.           나는 매주 수요일이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 나간다. 이날은 수필창작과정 기초반 강의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행여 이날을 놓칠세라 달력의 수요일엔 동그라미 표시까지 해두었다. 내가 수필을 알게 된 동기는 우연이  아니었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전매청시절 동료였던 친구를 만났다. 그는 전매청이 담배인삼공사로 바뀌면서 전북대학교 일반직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세월은 흘렀던지 그 친구도 퇴직해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붓글씨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옛날 취미생활을 같이하며 뜻을 함께했던 친구였다. 친구는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건네주기가 바쁘게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친구에게서 받은 광고전단을 펼쳐보니 2006학년도 제2학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입학안내였다. 안내서를 보는 순간 그 많은 교육과목에 깜짝 놀랐다. 교육복지학부, 생활교양학부, 스포츠건강학부, 어문학부, 예술학부, 직업교육학부 등 6개 학부에 296개 과목이나 되었다. 그야말로 열린 대학, 담이 없는 대학, 지역민의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는 듯했다. 나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수필창작과정, 영어회화과정, 스피치기법과정, 서예심화과정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수필창작과정에 더 관심이 쏠렸다. 이유는 내 인생의 흔적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였다.     서둘러 등록하려는데 또 하나 고민이 있었다. 야간반이냐, 기초반이냐가 문제였다. 직장을 생각하면 야간반이 좋겠지만, 글 쓰는 데 워낙 초보여서 기초단계부터 배워야 했다. 내 자신 기초반이 제격이라 생각되었다. 2006년 8월 20일 등록을 마치고, 9월 6일(수요일)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금년도 9월이 면 수필공부를 시작한지 벌써 만 일년이 된다. 열심히 귀 기울여 들었더니 이제야 수필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수필을 수강하던 첫날이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103호실 문을 열었다. 먼저 온 수강생들은 책상에 놓인 교재를 뒤적이며 교수님 들어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수님은 흑판에다 김학(金鶴)이라고 크게 쓰시더니 이름풀이와 함께 약력을 소개해주셨다. 사회경력, 문단경력, 저서(수필집), 화려한 수상경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셨다. 다음으로는 수강생 자기소개순서였다. 첫선을 보는 자리였던지 모두들 긴장된 모습이었다. 약간 서먹서먹하긴 했어도 자기 소신과 신념을 밝히는 데는 나이가 없어보였다. 뜻을 같이하며 꿈을 이루려는 문우 23명은 금방 친숙해질 수가 있었다. 기초반의 발전을 위해서 큰 박수로 분위기를 잡고는 첫 수업에 들어갔다.   교수님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흑판에 크게 쓰셨다. ‘무슨 일을 하려면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수필창작 기초강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로부터 시작되었다. 문학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 정서, 상상 등을 문자와 기호로 표현하는 언어예술이라고 했다. 문학의 종류는 운문과 산문으로 나뉘고, 수필은 인생과 자연 등 생활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바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는 산문이며, 독자의 마음에 정서적 그린벨트를 만들어 주는 게 수필이라고 하셨다.   수필을 쓰는 데는 제목, 서두, 내용, 결미로 구성 된다며, 제목을 정하는 데는 자기 아들의 이름을 짓는 마음으로 많이 생각해야 되고, 좋은 수필이란 미사려구를 가급적 줄이고 나뭇잎을 떨궈버린 겨울나무와 같이 써야 한다고도 하셨다. 수필은 1인칭의 문학으로 진솔한 자기반성이 필요하고, 남의 잘못을 꾸짖거나 자기자랑을 내세우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했다. 수필은 머리로 쓰지 말고 발과 가슴으로 써야 된다며, 암탉이 많은 먹이를 주워 먹어야 튼튼하고 영양가 높은 달걀을 낳듯이 많은 독서와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수필은 초등학교 상급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하고, 수필을 써 놓고 탈고할 때는 한문이나 외래어는 최대한 우리말로 고쳐 써야 된다며 자상하게 일러주시던 교수님께 고마움을 느낀다.     이밖에도 수필을 공부하는 사람의 바른 자세를 지적해 주셨다.   첫째: 등단을 서두르지 말자. 둘째: 작품발표에 연연해하지 말자(완성도 높은 작품만 발표). 셋째: 다른 문학 장르를 기웃거리지 말자. 넷째: 컴퓨터를 읽혀 원고를 워드로 작성하자. 다섯째: 원고는 오래두고 퇴고를 거듭하자. 여섯째: 등단 뒤 자기고장의 문학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은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 수필이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수필이며, 형식이 없는 게 수필이라고 한다. 초보자 일수록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운전하는 자세로 도전하라는 말씀도 하셨다. 그런데도 쓸수록 어려워지는 게 수필이다. 좋은 수필을 쓰려면 수필쓰기 5단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제선정 *관련소재 모으기 *틀 짜기 *원고쓰기 *글 다듬기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중에서도 틀 짜기가 서툴러서 애를 먹는다. 글이 써지질 않을 때는 J수필창작론도, 교수님의 저서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도 펼쳐 본다. 마로니에 샘가 행촌수필 사이트를 찾아 회원들의 글방도 기웃거려 본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수필창작기초를 배우며 나름대로 22편의 습작을 써보았다. 교수님께서는 보름 터울로 작품이 한 편씩은 나와야 3년 이내에 수필집이 나올 수 있다고 은근히 글쓰기를 부추기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무 짬도 모르고 습작에 몰두했으나 날이 갈수록 터울이 늦어진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몇 편의 습작을 읽어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쓸데없는 미사려구와 중복된 문구로 지면만 메우려 했던 내 수필이 부끄럽기만 하다. 언젠가는 쌓여진 습작을 모두 끄집어내어 리모델링해볼 생각이다. 지난 1년 동안 기초반에서 있었던 많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정성껏 지도해주셨던 김학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함께 공부해온 기초반 문우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편에 나오는 말이다. “임하이선어(臨河而羨魚), 불여귀가직망(不如歸家織網)” 냇가에서 고기를 욕심내고 서있는 것은, 집에 돌아가서 그물을 짜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남이 잡아 놓은 고기를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그물을 짜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수필은 나의 반려자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꿈 너머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게 바로 나의 꿈이다.                                                        ( 2007년 6월말 기초반을 수료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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