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놀이터의 꿈

2007.07.26 14:58

오명순 조회 수:73 추천:7

놀이터의 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오명순 일터로 가는 길에 숲이 우거진 작은 놀이터가 있다.가까운 길을 마다하고 그 놀이터를 가로질러 간다. 왜냐 하면 그 곳에는 여러 나무들도 있지만 솔방울이 아주 작고 많이 달린 재래종 소나무가 20여 그루쯤 있기 때문이다. 떨어진 솔방울을 만지며 눈을 감고 솔향을 맡으면 고향 앞산에 서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평안해진다. 겨울은 겨울대로 눈쌓인 정취에 취하고 소나무의 사계를 관찰하며 사랑을 쌓아 가는 이 놀이터를 사랑한다. 그 때는 땔감이 귀해 솔방울을 줍고 솔가루를 긁어 모으려고 산에 가곤 했었다. 이제 솔방울이 땔감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추억을 떠 올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놀이터가 텅 비어있다. 놀이 기구는 말끔하게 새로 칠을 하여 반짝거리는데 모래가 깔린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가끔 이름 모를 새들이 지친 걸음을 쉬어가고 짧은 생이 아쉬워 힘을 다해 울어대는 매미소리만 무성하다.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돌치기 등 흙먼지와 합께 뛰어 놀던 옛날 우리의 어린 시절. 그 때는 자연이 우리의 놀이 기구였고, 친구였으며, 학원이었다. 고무줄놀이를 하며 노래를 배우고, 땅따먹기를 하며 부자가 되는 꿈을 꾸었다. 공기놀이는 산수공부요, 구슬치기로 집중력을 키우며 그렇게 몸과 마음을 키웠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떠한가. 그들이 그네를 탈 줄 모르고, 미끄럼틀을 탈 줄 몰라서일까. 어른들의 욕심과 과잉 교육열 때문에 희생되는 것은 아이들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꽉 짜여진 학원 시간표대로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측은하고 안쓰럽다. 학교가 우선인지 학원이 우선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고, 학교 선생님들이 무엇을 가르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아이들도 다 하는데 내 아이만 그냥 둘 수 없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것이 대부분 엄마들이다. 내가 요즘 엄마라면 과연 나는 다를 수 있을까. 요즘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조금 과장된 부분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지만 요즘 학원가의 세태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강남성에 입성해서 살아남기 위해 밤낮으로 뛰며 아이를 교육시키려 하는 엄마의 뜨거운 교육열은 대리 운전에 급기야 노래방도우미로까지 나서게 된다. 여자는 약하고 엄마는 강하다는 말을 또 한 번 실감나게 하지만 어쩐지 박수를 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누구를 위한 공부이고, 무엇을 위한 공부인가. 공부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게 요즘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첫째는 인성이고 다음은 자아를 찾아 주는 일이 아닐까. 지식은 높아지고 두뇌도 점점 좋아지는데 인격은 자꾸만 떨어지고 심장도 차가와지는 것 같다. 사랑이 식어가고 인정이 메말라 가는 것은 그저 자기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부모들의 이기심의 결과려니 싶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아이들이 너무나 안쓰럽고 그들의 후손 또 그들의 후손들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걱정이다.   그네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림을 그려 본다.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놀이터를 가득 채운다. 주인을 기다리며 목을 길게 빼고 하루를 살아가는 놀이터가 고마워 이방인인 나는 하루에 한 번 솔향기를 맡으며 발자국을 남긴다. 놀이터는 오늘도 주인인 아이들이 돌아 올 날을 기다리며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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