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아,백두산 천지

2007.08.08 08:18

장병선 조회 수:86 추천:9

아, 백두산 천지                                               행촌수필문학회  장  병  선 백두산천지가 반갑게 환영해주었다. 천지는 구름을 밀어내고 먼 길을 달려온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얼굴을 내밀었다. 먹물 같은 짙푸른 수면을 바라 보노라니 나는 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구름이 걷힐 때마다 “야!” 하는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장엄한 천지와 연봉의 모습들을 모두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중국 장백산 서쪽(서파)에서 시작되는 트레킹코스는 5호 경계비(조, 중 국경 표시석)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하산까지 13km를 완주하는데 10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우리 일행, 직장 산악회원 40명은 어둠이 잠을 깨는 새벽 6시에 배급받은 도시락 두 개씩을 배낭 속에 넣고 흥분된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조금은 있었다. 천지를 향하여 올라가는 산야는 커다란 꽃밭이었다. 그 꽃밭에는 수십 종의 야생화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꽃밭에는 노란색의 봉오리가 유난히 많았고, 이름 모를 빨갛고 하얀 꽃봉오리들도 작은 풀잎에 싸여 가볍게 춤을 추며 등산객을 반기고 있었다. 일행 중 어떤 이가 예쁜꽃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구름은 산허리를 감아 돌다 뒤따라오는 사람을 휘어감아 가물가물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마천루를 지나 청석봉을 향할 때 또다시 천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파른 벼랑 오른쪽으로 천지가 저만치 있고, 왼쪽으로는 너른 백두고원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은 천지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미끄럼 시설이 많았다. 인적이 드문 날에는 천사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모래로 다듬어진 미끄럼틀을 타고 천지로 내려가 놀다 간 자국일까?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천지는 금방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우리는 중국 쪽에서 제일 높다는 백운봉(장백산)에서 천지 건너편에 있는 장군봉(백두산 정상)을 바라보았다. 장군봉은 구름에 반쯤 가려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지 않았다. 천지너머 외롭게 보이는 작은 건물은 북한의 기상관측소로 보였고, 그 줄기를 타고 오르면 비류봉으로 이어진다.  조금 더 오른쪽에 장군봉이 있었다. 장군봉은 얼굴을 구름에 가려 반쯤만 보여 주었다. 우리가 지금 장군봉에 올라와서 천지의 운무를 바라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성산으로 누구나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중국은 재빠르게 백두산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여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천지의 북쪽(북파코스)에서 올라오는 천문동 관광코스를 개발하여 차량으로 천지를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등산객에게는 서쪽(서파코스)길을 개발하여 일인당 입장료 10만 원을 중국에 주어야 입산할 수 있는 백두산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도 북한에서는 백두산 등산길을 꽁꽁 묶어놓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직선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중국을 거쳐 반 원을 그리면서 가야했다. 좀 더 큰마음으로 과감히 개방하면 좋겠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까? 우리가 꼭 가고 싶은 백두산(장군봉) 봉우리는 가지 못하고 이렇게 중국을 통해서 천지를 사이에 두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꿩 대신 닭을 보고 즐기는 꼴이 아닌가? 사슴의 뿔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녹명봉을 지나니 다시 천지가 얼굴을 내밀었다. 천지의 물은 간간히 비치는 햇빛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였다. 보일락 말락 하는 여인의 치맛자락 마냥 어느 위치에서나 등산객이 지치면 잠시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용문봉 아래 넓은 고원지대에서 도시락을 풀었다. 이슬비가 내렸다. 비옷을 입고 쪼그리고 앉아서 점심을 먹었지만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 이제는 하산코스다. 장백폭포와 옥벽폭포가 시원스럽게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계곡의 물소리도 시원스럽게 들렸다. 체면이고 뭐고 잊고 폭포수에 뛰어들고 싶었다. 9시간 만에 하산하여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온천에서 씻어내니 등산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피로도 잊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백두산 천지를 마음껏 바라보며 일주했으니 죽기 전에 소원 하나를 성취한 셈이다. 백두산을 등산하기 위해 대부분 6개월 전부터 훈련을 쌓는다고 했다. 어떤 동료는 살고 있는 아파트 계단을 맨 위층까지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하고, 퇴근 후 인근 야산을 찾아 강화훈련을 하고 왔다고도 했다. 나도 다친 손목을 움켜잡고 익산의 미륵산을 꾸준히 다니면서 준비했었다. 어서 통일이 되어 북한의 양강도 삼지연군으로 통하는 코스로 다시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고 싶다. 다행히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개성을 경유하여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관광코스의 개발이 추진 중이라고 하니 우선 그때가 기다려진다. 그 때에는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고 내가 다녀왔던 백운봉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길이 내가 2007년 8월에 다녀왔던 길이야!”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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