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우정이 꽃피던 날

2007.08.21 17:11

임두환 조회 수:166 추천:7

우정이 꽃피던 날                                                      - 가로수회 모임을 갖고서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r과정  임두환 고등학교시절 뜻을 함께했던 아홉 친구들이 모여 가로수회를 만들었다. 우리들이 모임을 갖고 뜨거운 우정을 쌓아온지 벌써 37년째이다. 강산이 변해도 세 번 이상 변했으리라 싶다.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하고서 천하평정에 나섰다고 했다. 우정으로 맺어진 가로수회도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빛과 소금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로수회는 오랜 세월 모임을 같이하였기에 죽마고우나 다름없다.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고, 재산은 어느 정도며, 부부간 금슬이 어떠지를 속속들이 잘 알고 지낸다. 진안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우리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노력하여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던 일꾼들이었다. 읍면장, 교장, 법무관, 행정사무관, 회사간부, 자영업자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한 친구들이다. 지금 교장직에 있는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직하여 제2의 길을 살아가고 있다. 가로수회에서는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부부모임을 갖고 있다. 여름에는 피서를 즐기고, 겨울에는 송년의 밤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금년에도 예년이나 다름없이 여름철피서에 나서야 했다. 지난해에는 담양호 주변에서 떡갈비와 대나무통나무밥을 먹으며 즐겼었다. 올해에도 피서를 떠나야 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숙박과 교통편이 항상 문제였다. 올해는 한 달 전부터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에 위치한 운일암반일암으로 장소를 정하였다. 이곳은 운장산 동북쪽 명덕봉(845.5m)과 명도봉(863m)사이의 약 5km에 이르는 계곡이다. 맑은 물이 바위를 휘돌아 내려오는 기암절벽 옥수청산이어서 여름철 피서지로는 이만한 곳도 없으리라 싶었다. 가로수회는 8월10일~ 8월11일 1박2일 일정으로 여름철피서에 나섰다. 각자 승용차를 이용하여 운일암반일암계곡의‘운장산송어횟집’에서 11시30분에 만나기로 했었다. 운장산 자락에 자리 잡은 송어횟집에 들어서니 주변경관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맑은 물을 자랑하는 양식장에는 수 백 마리나 되는 송어 떼가 맵시라도 자랑하듯 여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10여 분을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이 도착하였다. 옥정호부근에서 임실치즈체험학교를 운영하던 K부부만 저녁에 합류하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악수를 나누며 우정을 확인하였고, 부인들도 서로 안부를 전하며 반가워했다. 이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송어회가 나왔다. 불그스레한 육질에 신선함이 구미를 당겼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진 상추깻잎에다 회를 한입 넣으니 향긋하면서도 고소함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이곳 청정지역 운일암반일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천하일미 송어회였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게릴라성 폭우가 걱정이었다. 오늘은 폭염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피서지를 찾은 우리들은 날짜를 잘 잡았다며 모두가 희희낙락하였다. 운일암반일암에 도착해 보니 피서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기암절벽에 어우러진 푸른 소나무와 바위를 휘감아 내려오는 맑은 물의 조화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였다. 어렵사리 계곡 한 구석을 차지한 우리들은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발을 담갔다. 가슴까지 시원하였다. 온갖 잡념을 다 떨쳐버리고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바로 신선인 듯하였다. 이튿날은 옥정호 상류에 자리 잡은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에서 한나절을 보내야 했다. 이 임실치즈요리체험학교는 친구 K가 임실군 강진면 옥정호 부근의 폐교된 옥정분교를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 모임에서는 방문 기념으로 대형원형시계 1점과 서양란 1점을 전해주며 격려해 주었다. 체험학교를 개설한지 4개 월째라는데 인터넷에 힘입어 전국에서 매일 평균 150여 명정도가 찾아든다고 하였다. 접수가 끝나면 오리엔테이션에 이어서 곧바로 우유에서 피자, 치즈 만들기까지 실습에 들어간다고 했다. 자기 손으로 만든 피자와 치즈를 맛보는 시간도 있었다. 밖에서는 전통놀이에 마음이 쏠렸다. 굴렁쇠돌리기, 풀썰매타기, 그네뛰기, 소달구지타기, 송아지 젖먹이기, 경운기 타고 옥정호 돌아보는 코스도 있어서 추억거리를 만드는 데는 제격이었다.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하루를 즐기기엔 아주 좋은 장소였다.     전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년에 두 차례씩 만나는 모임인데 그냥 헤어질 수 있느냐며 부인들이 생떼를 썼다. 시원한 곳에 자리를 잡고 더 놀다 가자는 것이었다. 차창너머로는 땀 흘리며 논밭을 가꾸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땡볕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여물어가는 벼이삭에 막바지 농약을 치고 있었다. 농사가 잘 돼야 아들딸 가르치고 시집장가 보낼 농부의 마음이 아니던가. 지금까지는 날씨가 잘 해주어 대풍작이라며 흐뭇해하던 농부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들은 하운암 댐 주변에서 우정의 꽃을 피우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다가 겨울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져야 했다. 나는 직장일 때문에 항상 바쁘다는 핑계였고, 아내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된다며 여행은커녕 외식까지도 마다 했었다. 그러던 아내가 요즈음에는 문화센터에도 나가고,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노래교실에도 열심이참석한다. 한때 우울증세가 있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여름철 부부모임에도 아내가 적극적이었다. 오늘날 내가 있고, 우리 가정이 있기까지를 생각한다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라도 아내를 업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2007.  8.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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