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첫 글

2007.09.19 14:17

신팔복 조회 수:57 추천:8

첫 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신팔복 글을 쓴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고 한다. 글에 대한 인연이 멀었던 나는 더욱 그러하다. 중학교 3학년 때 나를 가르쳐주셨던 구름재 선생님의 시조 외우기와 전교 백일장대회 그리고 졸업기념 교지에 게재할 숙제로  시조 한 편을 썼던 게 내 글의 전부다. 그러니 무엇에 대하여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또 어디서부터 쓸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아주 혼란스럽다. 연습을 많이 해야 운전을 잘 할 것이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라야 맛좋은 음식을 만들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마음이 끌려서 시작해본 수필창작 공부이기에 이제 첫 삽을 떠보려 한다. 손바닥에 옹이가 박힌 전문 기술자와는 아예 견주어 볼 생각조차 못할 일이지만, 그저 묵묵히 질통을 메고 계단을 오르는 선일꾼의 심정으로 한 짐 가득 지고 걸어올라 가기로 다짐한다. 책을 읽는 도중 매력적인 문구가 있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질 때면 이 분은 어떻게 이토록 자기 생각을 좋은 언어로 표현할까하는 부러움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마치 뽕잎을 먹은 누에가 체내 물질대사를 통해 실주머니를 채우고, 섶에 올라 토사구를 통해 고운 명주실을 뽑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나하나가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나서 품을 떠난 공간에 조그마한 서재를 만들고, 날마다 좋은 작품을 읽고 습작하며 생활을 하련다. 인터넷 세상에도 작은 창을 하나 내고, 변화하는 사계절의 모습을 내다보며 살련다. 좋은 이웃의 아름다운 삶을 배워가면서 살고 싶다. 대개 처음의 목적은 높고 고상하며 티 없이 맑아 보이는 것이 아닐까. 내 지금껏 살아오면서 미완의 생활이 많았던 것을 너무 확연히 잘 알고 있기에 수필창작도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앞선다. 애초부터 내가 또 스스로 내 우(愚)를 범하는 일을 자초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폭염과 장마로 인한 혼란의 계절을 보내고 이제야 겨우 가을이 시작되는 듯이 하늘이 멀리 보이고 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옷깃을 스친다. 봄에 돋아난 잎들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 채비를 하고 있다. 얼마나 다르게 어떤 모습으로 제 색깔을 나타내어 행인의 눈길을 끌게 될는지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고운 낙엽이 되어 살포시 잔디에 내려앉을 날을 생각하면서 나 또한 널따란 글밭에서 멋진 활강을 마치고 무사히 종착점에 도착하여 관중들의 박수를 받고 싶다. 그럴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려 보고 싶다.                                                    (2007년 9월 19일)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14,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