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사랑 그리고 이별

2007.10.14 09:34

오명순 조회 수:59 추천:6

사랑 그리고 이별/오명순 네가 내 곁을 떠나던 날, 하늘은 무심하게도 너무도 맑은 코발트빛이었다. 그날,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말없이 순종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내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었다. 2년여 나의 친구가 되어 주고, 눈물을 받아 주었으며, 기댈 수 있는 등을 빌려 주었던 너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다. 네가 혹시 태풍에 넘어지면 낡은 건물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너의 생명을 앗아가는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나는 그러지 말라고 말 한마디 못하고 발을 동동거리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키가 너무 큰 것도 죄란 말이더냐. 그 때 너는 피를 흘리며 애원의 목소리로 나에게 도움을 청했건만 친구야, 나의 무능을 용서해다오. 교회가 새 성전 건축으로 멀어지게 돼서 가까운 곳으로 오려고 급하게 집을 구하느라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이사를 결정했었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딸아이가 이동용 베드로 자주 병원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1층이어야 했고, 햇빛이 방안까지 들어와야 하며, 우선 공기가 좋은 곳이어서 안성맞춤이었다. 처음 이 곳으로 이사오던 날, 아담한 오두막이지만 마음이 편안했고 무엇보다도 창문 밖의 너의 모습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하늘을 찌를 듯 장대한 몸짓으로 서 있는 너의 모습에 사랑하는 님을 만난 듯 가슴이 뛰고 설렜다. 14살 첫사랑의 가슴뛰던 그 때처럼 너를 보고 어떤 운명같은 걸 느꼈었다. 그 날부터 우리의 사랑의 속삭임은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픈 아이에게 입 맞추고 곧장 창가로 가서 창문을 활짝 열고 너와 인사를 나누었다. 너는 너의 친구들인 새들과 작은 이웃들을 나에게 소개하느라 분주했고, 나는 진한 커피향을 너에게 전해 주려고 발뒤꿈치를 높이곤 했었지. 가끔 심술궂은 바람이 살랑대며 너의 몸을 간질이면 너의 작은 분신인 잎사귀들이 서로 깔깔거리며 웃어대는 소리가 어찌나 맑고 이름다운지 깊은 산 속 어느 계곡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었다. 아픈 아이를 바라 보며 해바라기 사랑에 지친 나의 영혼이 너의 노래와 연주를 듣노라면 순간순간 작은 행복에 몸을 떨었었다. 그날 이후로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너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했다. 너의 연둣빛 옷이 점점 초록으로 짙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너무나 지치고 외로웠다. 내 안에 슬픔으로 가득찬 내가 통곡의 소리로 뛰쳐나오려고 해서 그날도 너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멈출 줄 모르고 흐르던 나의 눈물이 1시간여 계속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듯한 노래가 귓가에 들려왔다. 순간 눈물이 뚝 그치며 슬펐던 나의 가슴에 미소가 피어 오르고 평안함이 몰려왔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네가 초청한 노란 드레스를 입은 아주 작은 요정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동안 너의 친구들을 많이 만나 봤지만 처음 보는 친구들이었다. 천상의 노래가 이리 아름다울까. 어느 가수가 저들보다 더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 가끔 우울할 때면 그때의 그 노래를 떠올리면 마음이 행복해지곤 한단다. 너의 작은 친구 노란 꾀꼬리 이야기는 또다시 인터넷을 통해 시가 되어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소개되었었지. 키 큰 나의 친구 포플러야, 우리는 서로 이별을 슬퍼하지 말자꾸나. 요란한 기계소리와 함께 너의 육신이 떠나던 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너를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옮겨 심었단다. 너와 나눈 사랑은 추억이 아니고 이제 동고동락하는 한 몸이 되었다. 그러니 내가 기쁠 때 기뻐해 주고 내가 슬퍼할 때 위로해 주며 눈물은 조금만 흘리게 해 주렴. 내 안의 마음의 동산에 계신 주님과 내가 떠나 보낸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정겹게 살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살아서는 많은 이들에게 그늘이 되어 주고, 새와 벌레 친구들에게 집터를 내 주고 양식을 거두게 도와주더니 이제 너는 죽어서도 이쑤시개와 젓가락으로 다시 부활하여 많은 이들을 섬기게 되겠구나.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주는 너의 사랑과 섬김에 고개가 숙여진다. 너는 너에게 맡겨진 사명을 충분히 잘 감당했으니 주님께 칭찬을 받을거야. 마음이 외로운 영혼들을 섬기지 못하고 나만 사랑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구나. 너는 떠났지만 사랑하는 이를 두 번이나 떠나보낸 이 집을 나는 쉽게 떠날 수가 없다. 이제 내 곁에 남겨 두고 떠난 너의 이웃들과 네가 떠난 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노래하는 네 친구들은 내가 더 사랑해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잘 가거라. 내 사랑 포플러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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