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계절의 복병, 정전기

2007.10.28 14:41

신기정 조회 수:117 추천:6

계절의 복병, 정전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신기정 오늘도 한 방 세게 당했다. 수돗물에 손을 댄 순간 핏줄을 역류하여 강렬하게 심장까지 전해져 오는 찌릿함! 세상 만물이 물기를 줄이고 겨울준비에 들어갈 무렵에 어김없이 존재를 알리는 정전기란 녀석의 장난이다. 정전기(靜電氣, static electricity)란 마찰한 물체가 띄는 이동하지 않는 전기를 말한다. 겨울철에 털이 많은 스웨터를 벗을 때 따끔거림을 느끼거나 자동차 문을 열려다 찌릿한 전기가 통하는 것이 이 정전기 때문이다. 건조가 심할 경우 털 카펫 위를 걸을 때 많게는 수만 볼트의 정전기가 생긴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정전기는 전압은 높으나 전류는 아주 짧은 순간에만 흘러 이 때문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자동차에 불이 붙거나, 컴퓨터 회로 등 전자기기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기도 하므로 언제나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 출근길에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소품을 하나 더 챙겼다. 휴대용 정전기 방지기구다. 피부가 다소 민감한 편이라 늦가을부터 이듬해 건조주의보가 해제될 때까지 모든 금속류는 사전검열 대상이다. 당연히 비싼 정전기방지구두와 함께 정전기를 방전시켜주는 휴대용기구는 필수휴대품이고, 추가로 피부 습도유지를 위한 크림과 가습기 등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정전기가 심한 덕에 호강하는 점도 있다. 가격은 비싸더라도 천연섬유만 입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만약 화학섬유 100%인 옷을 입는다면 어떻게 될까? 나와 악수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로 전기가 통하는 좋은 사이가 되어야 한다. 조금만 걸어도 넘치는 정열을 주체하지 못한 정전기가 “틱 틱” 소리와 함께 불꽃을 일으키고, 옷이 몸에 달라붙는 새로운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옷을 벗는다면 혼자서 빛을 내며 춤추는 신기한 옷의 공연을 구경할 수도 있다. 또 아이들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녀석들에게 평생 기억하고도 남을 찌릿하고 강한 아빠의 인상을 전해줄 수도 있다. 우리가 불편하게만 생각하는 정전기가 생활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복사기인데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전류에 의해 음전하(陰電荷)를 띤 토너 입자들이 정전기에 의해 드럼의 상(像)이 비친 곳에만 달라붙게 된다. 이후 종이를 밀착시키고 종이 뒤에서 강한 양전하(陽電荷)를 쪼이면 드럼에 붙어 있던 음전하의 토너 입자들이 종이쪽으로 다시 옮겨져 복사가 되는 것이다. 정전기는 또 청정구역이 필요한 산업현장에서 미세먼지를 체포하는 일꾼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겨드랑이에 마찰시킨 책받침이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는 것처럼 먼지들이 달라붙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번개와 함께 이 정전기를 체포하여 전기로 쓰는 기술만 개발한다면, 무엇이든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다스(MIDAS)왕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특허품인 정전기방지구두의 상표가 MIDAS인 것도 접촉에 의한 변화의 의미와 부자가 되고픈 소망을 함께 담은 것이 아닐까. 세상이 온갖 순색의 경연장으로 치닫는 좋은 시절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때 시샘하듯 정전기가 고개를 내미는 것일까? 혹여 가을잔치에 한 눈 팔다가 겨울준비를 잊은 이들을 경계하는 자연의 선물은 아닐까? 세상에는 새것을 만드는 일보다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이 더 힘든 경우가 있음을 정전기를 통해서 배운다. 쇳덩이 앞에서 주저하는 손으로라도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겨울 맞이를 알차게 준비해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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