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늙은 부부가 살아가는 법

2007.11.14 15:24

황만택 조회 수:58 추천:8

늙은 부부가 살아가는 법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야) 황만택 춘.하.추.동 4계절 중에 나는 가을을 좀 싫어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은 가을이 풍요롭고 결실의 계절이어서 좋다고 하지만, 나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그것이 마치 사람이 살아온 인생사 같아 싫다. 며칠 전, 아내에게 무척 미안한 일이 하나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러 현관문을 나설 즈음 아내가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여보! 여기 파스 한 장만 붙여주고 가실래요?" "왜! 어디 아파?" "아니! 어제 운동을 한다고 훌라후프를 좀 돌렸더니 무리를 했나봐!" 아내는 아픈 곳을 만지면서 괴로워했다. 나이가 든 부부는 서로가 보호자(保護者)라는데, 아내가 아프다면 어쩌나 하면서도 나는 보호자 입장에서 아내가 무리한 운동을 하다 아프다니 기분이 좀 언짢았다. '당신 나이가 몇인데 어린애처럼 훌라후프를 돌려?' 이렇게 마음 속으로 생각 하면서 조금 높은 소리로, "훌라후프를 돌렸다고?" 되받아 물으면서 퉁명스럽게 "나 몰라, 같이 운동한 그 사람들 보고 붙여달라고 그래! 당신 나이가 몇이야?" 하면서 몸을 돌려 버렸다. 그리고 나서  조금 뒤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몸을 되돌려서 "파스 이리 주어봐. 붙여 줄께!" 하니 아내는 내심 서운했던지, "됐어요. 내가 붙였으니 당신 그냥 나가봐요!" 했다. "정말? 어디 좀 보자고." 아내는 허리춤 옷을 살짝 들추어 보였다. 보이지 않은 등허리에 붙인 두 장의 파스가  꾸불꾸불하게 제멋대로 붙어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보호자 입장에서 몸을 무리하지 말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지만, 아내는 퉁명스럽게 내 뱉은 내 말의 의미를 어찌 거기까지 알 수가 있었으랴!  혼자서 지독히도 정(情)이 없는 남편이라 생각하면서  아무렇게나 붙인 파스를 보니 금세 안쓰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서로가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부부는 이런 것인가.  아프다는 곳을 찾아 정성스럽게 파스를 붙여주면서 조용히 속삭이듯 "당신 나이가 몇이야? 이제는 서로가 아프지 말아야 할 나이가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서 가만히 허리라도 한 번 살짝 장난처럼 껴안아 주었더라면 아내는 얼마나 고마워 했을까? 참으로 후회스러웠다. 붙인 파스를 확인하고 다시 몸을 돌려 현관문을 나서노라니 노랗게 물든 가로수 은행잎이 오들오들 떨며 오늘 따라 더 가을의 쓸쓸함을 말해 주고 있었다. (2007.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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