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수필을 배우면서

2007.12.11 14:42

조규열 조회 수:113 추천:8

수필을 배우면서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수요반 조규열 지난봄부터 시작한 수필공부는 내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을 찾는 일은 학창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기쁨이다. 낭만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젊은이들의 당차고 풋풋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옛날 모교 교정을 거닐던 추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복도 양쪽으로 강의실과 연구실이 늘어서 있어서 더욱 학창시절이 실감난다. 다만 지나치는 교우들의 연령대가 대체로 높은 편이어서 세대차가 확연히 드러나고, 도수 높은 안경을 끼었거나 조금 무거워 보이는 걸음걸이에서 젊은 대학생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봄 학기에 나와 같이 등록한 수강생들은 모두 21명이었는데, 가을 학기에는 15명이 등록하였다. 남녀 비율이 비슷하나 연령대가 다양하고 전현직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전주에 사는 분들이 많지만 멀리 남원과 정읍에서 그리고 김제와 완주에서 찾아올 정도로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어서 시내에 사는 나로선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입장이다. 봄 학기에 같이 시작했던 분 중에는 벌써 문예지에서 등단한 분들도 여러 명 있을 정도로 수필을 잘 쓴다. 그 동안 열정이 대단해 부러움 반 시샘 반이었다. 가을 학기에 처음 시작한 분 중에서도 봄 학기에 시작한 나보다 더 많은 수필을 쓰고 내용도 뛰어나니 주눅이 들어 교수님 뵙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렇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듯 지금부터는 열심히 쓰는 것 뿐, 다른 변명이나 이유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돌이켜 보니 조금 겸연쩍고 꾀를 부렸다는 자책감이 앞서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갈고 닦는 공부이며 우리의 진솔한 삶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것이기에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이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같이 시작한 문우들은 인품이 훌륭하고 다양한 사회 경험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좋다. 1주일에 한 번씩 점심과 차 한 잔씩을 나누면서 마치 예전부터 친했던 벗들처럼 정담을 나눌 수 있어서 글 쓰는 것 못지않게 더 정겹고 훈훈하다. 또, 항상 푸근하고 소탈하면서도 칭찬거리 찾기로 시작하는 강의는 생동감이 있어서 좋고, 메일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첨삭하여 행촌수필문학회 게시판에 올려주시는 교수님의 열정과 소박하고 진솔한 삶의 모습은 수백 권의 책이나 석학들의 강의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앞으로는 내 진솔한 삶의 경험들을 가슴 따뜻한 이야기에 담아서 수필로 빚고 싶다.    나는 교직생활 내내 일상적인 글쓰기나 훈화와 대회사, 학교신문이나 문집의 발간사, 주례사 등은 그 때의 입장과 상황에 맞춰 별로 주저하지 않고 직접 써 왔다. 평소 신문이나 월간지, 인생론이나 수필, 칼럼 등을 많이 읽고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별다른 거부감은 느끼지 않았다. 나는 수필이란  붓 가는 대로 쓰면 된다니 좀 쉬울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수필 쓰기에 대한 강의가 이어지면서 결코 쉽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앞뒤가 막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몇 줄 쓰다가 지우고 던져 놓으며 내가 이 정도밖엔 안 되나 싶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기도 했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던가. 수많은 소재들을 챙겨 메모해 놓았기에 살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정리해 가면 얘기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써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작품을 올린 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한 편의 완성품을 만들지 못하고 핑계만 대고 있었다. 사라지는 입소문처럼 그 무렵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꺼냈던 얘기꺼리가 몇 번 꺼냈다 넣었다 하는 사이에 때를 놓치고 생생함이 반감되어 폐품처럼 한쪽 구석에 밀쳐두고 잠을 재우곤 했었다. 다른 문우들은 문학기행이다, 해외여행이다, 가족자랑에 고향자랑까지 수많은 추억들을 야금야금 쥐 소금 먹듯 꺼내 잘도 쓰고 멋지게 그려내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던데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멋쩍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금 포기하면 영영 다시 일어설 수 없으려니 싶어 용기를 내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 못된 생각이면 잘 못된 대로 계속 쓰는 것이 중요한 길이겠지 싶어 붓을 잡는다. 처음부터 잘한다면 누가 돈 들이고 고생하면서 청승을 떨고 있겠는가! 운동선수들의 ‘사전오기다, 칠전팔기다, 진학이나 고시에 재수다 삼수다 하는 도전정신 없이 어떻게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합격의 영예를 얻겠는가! 더 많은 독서와 열정을 가지고 쓰고 지웠다가 다시 쓰는 인내를 실험하면서 더 좋은 생각과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리라. 어차피 시한이 없는 평생교육으로 선택한 공부가 아닌가.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요,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글을 쓰면서 나는 참된 인생을 공부하는 오뚝이 정신을 지녀야겠다. 나는 월드컵 축구에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16강의 목표를 이뤘는데도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여 4강 신화를 일궈냈던 히딩크 감독의 의미심장한 말을 음미해 보고 싶다. 배부른 사자가 어찌 사냥에 나설 것인가. 천재도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데 재주도 없고 더구나 늦깎이 주제에 쉽게 이루려하고, 한꺼번에 많은 걸 얻어내려는 내 욕심과 망상에서 벗어나야 함을 알았으니 게나마 다행이다. 내 삶의 과거와 현재를 떠올리며 숱한 인연으로 얽혀있는 희로애락을 오늘의 처지에서 되뇌어 보면서 그때그때의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놓치지 않고 써볼 작정이다. 주위 사물에 대해 세심한 관찰력을 키우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생활습관을 바로 하고, 희미한 기억들을 또렷하게 재생시켜 나가는 노력도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 속에서 진솔하고 인정어린 삶의 모습과 생각을 헤아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맛깔스럽게 버무려 의미 있고 따뜻한 얘기들을 수필로 쓸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유형무형의 사물이나 생물과 무생물의 존재까지도 수필의 소재가 된다니 무한히 넓고 많은 재료 속에서 빚어낼 다양한 방법과 특색을 찾아내는 안목 그리고 꾸준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각오다. 수필쓰기에 왕도는 없다. 나도 바르고 진솔한 삶을 영위하면서 밝고 따스한 모습들을 보고 배우며 좋은 소재들을 찾아 인간미가 깃든 글을 써야겠다. 마치 석공이 온갖 고난과 인내를 감수하며 혼과 열정을 퍼부어 크고 단단한 돌덩이 속에서 자비로운 불상을 찾아내듯이 수많은 소재들을 잘 다듬고 어루만져 질박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내용의 푸근한 수필을 쓰고 싶다는 말이다. 항상 따사로운 눈빛으로 오묘한 우주만물의 섭리와 참된 인간의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보고 배우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은 여유롭게 사람냄새 풍기며 진솔한 수필적 삶을 살아가고 싶다.(2007.12. 6.)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14,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