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아름다운 연하장

2008.01.21 05:14

신팔복 조회 수:100 추천:6

아름다운 연하장(年賀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신팔복   참으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연하장이었다. 퇴직하기 전에 함께 근무한 여선생님이 보내준 것이다. 연말에 배달된 여러 개의 우편물 중에서 제일 눈에 띈 것이 사각의 연하장이었다. 색깔도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그 여선생님을 닮은 것처럼 그저 수수하고 청결하였다. “평안하시온지요. 새해에는 더욱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짧은 안부와 기원의 말이었지만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참으로 인정이 넘치는 축복의 인사말이었다.   직장을 떠나면 누구나 그 직장이 그립기 마련이지만 함께한 동료에게 간단한 소식이나 안부를 전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발령장 하나로 헤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이 우리네의 일상생활이 아니겠는가. 마치 무소식이 희소식인 것처럼 말이다.   연하장을 읽는 동안 여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정갈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열심히 교재연구를 하거나 사무를 보는 모습이며, 책을 읽거나 컴퓨터 뉴스를 보고 이야기해 주던 일이 금방 내 앞에서 일어나는 양 머리에 그려진다. 그 선생님은 부부교사로 아는 이들의 칭송을 받는 분이었다. 두 부부는 평생 헌신과 열정으로 제자를 사랑하며 책무를 다하시는 교육자이시다. 나와는 엇비슷한 나이로 교직생활이 그리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남은 기간이라도 보람 있게 생활하리라 믿는다.   항상 긍정적인 선생님은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말을 따뜻하게 하며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 인자한 분이시다. 동료선생님들로부터는 큰언니 같은 선생님이요, 어머니 같은 선생님이다. 제자와 상담을 할 때도 이해로부터 출발하여 이야기하시고 어린 학생과의 약속도 꼭 실천하시는 사도의 본보기이시다. 행동이 벗어나는 학생이 있을 땐 살짝 불러서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조용한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옷이 헤어졌으면 쉬는 시간에 꿰매주기도 하신다. 마치 제자를 자식 사랑하듯 하신다. 그래서 제자들이 항상 따르고 존경한다.   선생님은 신앙심이 두터운 천주교인이시다. 그래서인지 퍽 정숙하고 조용한 성품이며 봉사하는 분이시다. 교내친목회가 있는 날이면 다과상을 차리거나 후배 선생님을 돕는 등 말없이 젊은 여선생님들의 모범이 되어 실천하신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동료교사였다. 체육대회 날에도 꼬박 현관에 서서 학생들의 흙신발을 지도해 주기도 하셨다.   등산도 좋아하신다. 짬이 나는 시험기간 중에는 동료교사와 함께 등산을 갈 때가 많다. 산에 오르고 신선한 공기를 후련히 들이마시며 나무와 바람, 구름을 즐기는 자연인의 면모가 엿보이는 억새꽃 같은 여인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마음은 순수 그 자체이시다. 선생님은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옆방에서 근무하신다. 쉬는 시간에 간간히 들러 이런저런 교육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살아온 지난날의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을 때도 항상 고마움을 앞세우고 감사할 줄 아는 비단결 같은 마음의 선생님이셨다.   마구잡이로 짓는 농사가 별것 있겠는가. 내가 몇 해 전부터 묵은 밭을 쇠스랑으로 파고 다듬어 요모조모 여러 가지를 심어 가꾸고 있다. 흔하디흔한 오이와 호박을 따다가 교무실 선생님들께 두어 번 나누어 드린 적이 있었다. 늦은 여름철 옥수수가 익으면 그것을 아껴 삶아가지고 가져가 나누어 먹기도 했었다. 그 때도 항상 고맙다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던 선생님이시다.   금년에는 나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일이 교직의 출발이었다. 도내 중·고등학교 이곳저곳에서 근무하다 지난 8월에 명예퇴직을 했다. 가끔씩 옛날이 생각나서 전화나 메일을 보내보곤 했었다. “지금은 몇 교시가 진행되고 있을까? 학교 일정은 어떤가? 선생님들은 모두 잘 계시는가?” 대수롭지 않은 이런 안부들이었다. 여러 곳에서 근무를 했지만 젊은 후배 선생님으로부터 존경을 받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은 오히려 자기욕심과 안이함만을 추구하는 그런 이들이 많은 세상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을 양보하며 고마움을 앞세우는 인자하신 모습으로 후배들의 추앙을 받으시니 부럽기도 하다.   회색빛 하늘에서 겨울답게 포근히 눈이 내리고 있다. 길에도, 산에도 하얗게 눈이 쌓였다. 온 세상을 순결함으로 장식했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은 한해의 끝자락에 와있다. 항상 이맘때면 묘한 감정이 드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진실로 한해를 잘 살았는지, 하는 반성과 멀리 떨어진 친구나 가까운 이웃에게 얼마나 친절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 되곤 하는 때여서 그런 것 같다.   해맞이 행사가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다가올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있다. 희망의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변화가 많았던 금년 한해를 잘 마무리 해야겠다. 송구영신해야겠다. 그리고 희망찬 새해는 더욱 알찬 한해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무자년 새해엔 고맙고 자상한 ‘하민자’ 선생님의 건강과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기를 합장하여 기원한다.                               (2007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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