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기다림

2008.01.29 18:11

이의 조회 수:110 추천:10

기다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목요반 이의 ‘탕! 탕!’ 이른 아침부터 들리는 소음으로 마음이 스산해지고 신경이 팽팽하게 댕겨져 심호흡을 해야 했다. 올 겨울 들어 아파트를 수리하는 소음이 끊이지 않아  힘들다. 쫓기듯이 내려오니 싸늘한 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들어 외투자락을 여미게 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은 저녁 굶은 시어미 상이라는 말이 딱 맞을 듯싶다. 안개 같은 비에 젖은 앙상한 가지가 추운 겨울을 어찌 보낼지 걱정이 되어 외투라도 벗어주고 싶었다. 가만히 가슴으로 안고 외투자락을 여미니 내가 안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나무에 안겨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대로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열었다. 모세혈관이 분주히 오르락내리락하는 미세한 떨림이 가슴으로 전하여 왔다. 죽은 듯이 자고 있다는 생각은 마음을 닫고 무심하였기에 그랬을 뿐, 그들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인간의 삶도 기다림의 연속으로 점철되지 않았나 싶다. 현재가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미래가 좀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면 살아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60년대의 보릿고개를 넘어 본 우리들이다. 밥 세끼 먹기도 힘들던 시절에 먹을 것이 넘쳐나는 때가 오리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우리들은 내일과 미래를 바라보며 좀더 나은 삶을 기다린다. 사람에게는 일생에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지만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아름다운 배우자를 만나려고 기다리지만 누구나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기다리며 행복을 만들어 가고 보람 있는 삶을 가꾸어 간다. 기다림이란 희망이고, 믿음이며, 사랑이고, 행복이다. 기다림은 나를 위한 기다림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기다림이다. 그 배려는 곧 나를 위한 것으로 되돌아온다. 기다리노라면 행복할 때도 있지만 초조할 때도 있다. 자가용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다. 그러니 부모가 도회지에 사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시간은 초조와 행복이 함께할 수밖에 없다. 명절 때만 되면 교통사고 뉴스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썰렁하게 만든다. 이래서 명절이 되면 거꾸로 부모님이 서울로 명절을 쇠러 가는 풍습이 생겨났다. 이런 부모의 마음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배려해서 생겨난 일이지만 부모에게는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복권을 매주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될 걸 알면서도 기다리는 1주일이 행복해지려고 복권을 산다.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복권, 1등을 한다면 그 돈으로 빌딩도 사고, 부자들만이 입는 명품도 사고, 자선도 할 수 있을 그러한 행운이 불러올 즐거운 상상이 현실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 이런 기다림이 삶의 활력소와 희망이 되어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되지 않나 싶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자면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면 꼭 온다는 믿음이 있기에 불안해하지 않고 기다린다. 조금 늦더라도 꼭 올 것이라는 약속을 믿기에 기다릴 수 있다. 약속된 기다림은 즐거운 시간으로 이어지고 그 시간은  행복하다. 우리형제들은 어린시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보호 아래 시골에서 자랐고, 초등 학교를 마치면 서울의 부모한테로 가곤 하였다. 명절이나 큰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엄마가 온다는 걸 안 우리들은 달력에다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날을 기다리며 살았다. 버스가 하루에 2,3번밖에 다니지 않았기에 그 시간만 되면 하던 일도 내던지고 대문으로 달려 나가곤 했다. 대개는 저녁 막차로 온다는 걸 알면서도 아침부터 기다렸다. 그날은 아침에 누가 깨지 않더라도 일찍 일어났고 신이 나서 시키지 않아도 할일을 열심히 했다. 엄마가 오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엄마가 안아주는 그 품이 행복했지만 무겁게 들고 온 보따리 속은 요술 상자라 더더욱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았나 싶다. 올해는 쥐띠 해다. 쥐는 12가지 띠 동물 가운데서 가장 작고 부지런하고 영리한 동물이다. 자신을 알기에 밝음을 피해 밤을 기다릴 줄 아는 동물이다. 올해 세계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신문과 방송이 연일 떠든다. 그래도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안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마도 새 정부에 거는 기대 때문이리라. 우리 민족은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급한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참고 기다리는 것도 잘하는 민족이며, 어려움을 잘 이겨낼 줄도 알고, 적응력도 뛰어나다. IMF를 맞아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자 금 모으기로 국민의 응집력을 보여줘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지난해에는 충청도 태안반도에 기름 유출사고가 터지자 이웃의 불행을  아파하며 전국에서 일손을 도우려 모여드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또 한 번 아름다운 겨레임을 보여주었 다. 이래서 희망이 생기는지도 모른다. 올해는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쥐처럼 서두르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며, 예의바르고, 순리대로 살며, 차분히 기다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8. 1. 3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14,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