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셋째 딸

2008.02.18 06:47

김영옥 조회 수:119 추천:11

     셋째 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영옥                                                   1966년 장수군 번암면 우체국 관사에서 4번째로 태어난 아이가 딸이었다. 남편은 위로 딸 둘에 아들을 얻었던 뒤라 또 아들인 줄로 믿었는지 잠시 서운한 듯했다. 탯줄을 자르고 나서, “셋째 딸이니 미스코리아로 만들자!" 라며 두세 번 비누질을 하여 씻기면서 산모를 웃기는 바람에 딸이라 서운한 마음이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름도 복될 희, 맑을 숙, (禧淑)이라 지었다. 아빠가 무척 사랑하는 딸로 잘 자랐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항상 기쁨과 즐거움만 안겨준 딸이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 남원에서 전주동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 왔다고 좋아하며 2학년 때까지 자기반에 두었다. 전주여자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였고, 연세대학교 국문과에 합격해서 또 한 번 기쁨을 안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학연구소에서 일하다 MBC방송사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길 때 교수님이 착하고 영특하고 참 훌륭한 딸을 두셨다며 보내기가 아쉽다는 칭찬을 해주셨을 때 어미로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으랴!    27세에 3살 위인 성품 좋은 신랑을 만나 연년생으로 아들 둘을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잘 기르기에 여념이 없다. 아이들 5,6세 때인가 갔더니 제 어미가 빨래를 걷어 놓으니 양말을 제 짝을 찾아 끼워 서랍장에 넣는 걸 보고 꼭 제 어미 닮았구나 싶었다. 아들 둘이 착하고 공부를 썩 잘한다니 그 부모에 그 자식이란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인 듯싶다. 외국인 회사에 이사로 근무하는 사위 역시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여 장모인 나에게 아내 자랑을 한다. 서로 협조하는 훈련이 잘 된 집이라서 보기에 늘 흐뭇하다.   지금까지 파마 한 번 해 본 적 없이 변함없는 소녀스타일로 청바지에 스웨터 차림으로 지내는 알뜰주부 1호다. 어려웠던 신접살림을 슬기롭게 잘 꾸려가는 걸 보고 시부모님께서 복덩이가 들어왔다며 좋아하신다니 친정어미로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으랴. 말이 없으면서 꼼꼼하고 차분한 딸의 성품으로 보아 무슨 일이든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종이접기, 그림, 글쓰기, 꽃가꾸기, 노래 등 다양한 취미에 아이들 사진첩, 종이접기작품, 스크랩북이나 책 정리 정돈은 수준급이어서 잘 보관하라고 당부한다.    딸집엘 가보면 아파트인데도 집안 곳곳에 꽃 화분이 50개도 넘어 마치 식물원 같다. 베란다에 논처럼 꾸민 어항이 있는데 벼가 심어져 있고 그 사이로 미꾸라지들이 헤엄치며 살고 있다. 3년이 넘자 작은 장어만 하단다. 몇 포기 안 되지만 올해로 3년째 벼를 2번씩 수확해서 쌀을 만들어 먹었다면 누가 곧이 들을까. 거짓말이 아니다. 벼 기른 것은 세상에 알려야한다며 우리 가족들은 입을 모은다. 도심 한 가운데서도 자연을 느끼게 해준다고 아이들 어릴 때 개구리 알에서 올챙이를 길러 개구리로 변하게 하여 논에 놓아주고, 배추벌레를 길러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도록 키워 날려 보내는가 하면, 시냇물에서 잡아온 버들치를 4년째 어항에서 기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 집에 가보면 볼거리가 많고 전시할 것들이 많다. 아파트가 아니라 자연의 집이다.   큰손자 일학년 때부터 근처에 있는 아이들을 모아 직접자료를 만들어 논술지도를 하고 용인에서 서울까지 번질나게 다니며 각종 공연이나 전시회를 빠짐없이 보여주며 알찬지도를 하는 걸 보며 제 언니들도 동생을 칭찬하고 부러워한다. 야외에도 자주 나가 자연을 관찰하게 하는 등 실물 교습을 위주로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넓혀주는 교육을 중시한다. 작은 손자는 지난해 <자연관찰대회>가 있었는데 경기도의 최우수상을 받았단다. 지금은 제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도서관 일을 맡아 봉사한다고 바쁘다. 항상 기쁜 소식만 들려주는 착한 셋째 딸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랑하는 딸아 고맙다.   셋째 딸 이야기를 하다 보니 팔불출 노릇을 한 듯싶다. 내 자식이 아닌 그 누구일지라도 요즘 세상에 물들지 않고 바르게 사는 그의 모습에 감동되어 칭찬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미스 코리아보다 마음이 더 예쁜 딸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여 자랑 좀 한 것이다. 항상 해 왔던 대로 앞으로도 소신껏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자신의 건강에도 유의하기 바란다.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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