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문외한

2008.02.25 18:18

김상권 조회 수:103 추천:12

문외한(門外漢) 전주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상권    수필집을 사려고 서점에 갔다가 사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모처럼 짬을 내어 전주에서 제일 크다는 교보문고를 찾은 것이다. 안내양을 따라 수필집 코너로 갔다. 새로 나온 수필, 베스트 에세이 표지판이 있는데서 이 책, 저 책을 살펴보았으나 어떤 수필집이 좋은 수필집인지 도대체 판단이 서지 않아 고르지 못하고 그 옆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6칸 8단으로 된 책장에 많은 수필집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여기에서도 이 책 저 책을 뽑아서 목차를 살펴보기를 되풀이했다. 어떤 분이 유명한 수필가인지, 어떤 책이 좋은 수필집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수필에 관한 책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수필에 대한 나의 무지(無知)를 탄식하면서 책사기를 포기하고 서점을 나왔다. 마음이 씁쓸했다. 친구의 권유로 수필창작반에 수강신청을 하고 처음으로 수필강의를 들었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호기심과 기대를 갖고 수강신청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일기를 쓰고, 그 뒤 한 번도 일기조차 써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 대면하는 교수님은 온화하고 자상하며 성실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좋은 수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수필이란 막연히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강의를 듣고 가벼운 흥분을 느꼈다. 지금껏 허송세월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수필을 쓰려면 유명인의 좋은 작품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아야 한다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수필집을 사러 책방에 갔던 것이다. 나는 판소리도 배운다. 역시 초급반이다. 중머리 장단을 가르쳐주었다. 합궁딱, 궁딱딱, 궁궁척, 궁궁궁 하는 장단인데 처음 하는 것이라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구음(口音)부터 하라했다. 외워지지 않았다. 또 ‘쑥대머리’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가사가 A4 2장이나 되는 분량이다. 이것도 외워야 한단다. 외워질까? 유행가 가사도 못 외우는데……. 쑥대머리란 뜻도 전연 몰랐던 나다. 마구 얼크러지고 흐트러진 머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소위 소리의 고장에 산다는 것이 부끄럽기만 했다. 나도 운전할 날이 있겠지 하고 운전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처음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대를 잡은 터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옆에 앉은 교관이 출발하라고 하여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 덜커덩하고 시동이 꺼지고 말았다. 심장이 뛰고 이마에서는 땀이 솟았다. 처음 부닥치는 일이라 당황한 것이다. 그날 30분은 머리가 몽롱하게 지낸 것 같다. 시간이 지나 한 달 뒤에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다. 필기시험은 합격하고 1차 코스시험까지는 통과했는데 주행(走行)에서는 보기 좋게 떨어졌다. 두 번이나 떨어지고 나서야 세 번째 겨우 합격했다. 어찌나 좋던지……. 그리고는 5년 동안 장롱 면허증이 되고 말았다. 5년 뒤에 승용차를 구입했는데 운전이 서툴러 핸들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운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 까먹은 것이다. 다시 선배로부터 열흘간 운전교습을 받고서야 비로소 차를 운전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담력이 약한 탓인지, 운전 미숙인지 추돌사고와 접촉사고가 잇달았다. 이따금 이름난 산에 오르면 산자락 가장 좋은 터에 옹기종기 여러 사찰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곳 대웅전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면 여러 불상이 있다. 그런데 그 불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기웃거리며 바라보다가 그냥 그 곳을 떠나 주변을 한 바퀴 빙 돌고는 발길을 옮기곤 한다. 내가 불교에 대하여 문외한이라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가슴이 뻥 뚫린 허전한 마음이다. 나는 지금까지 참 바보처럼 살아왔다 어느 한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여러 분야에서 문외한이지만 앞으로는 내 무지의 껍질을 벗겨내기 위하여 도전하고 싶다. 도전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2008. 2. 26.)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214,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