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서울 인왕산에 오르다

2008.03.10 06:53

김길남 조회 수:85 추천:6

서울 인왕산에 오르다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인왕산은 서울의 우백호에 해당한다. 오랜 세월 등산을 통제하다 풀린 산이다. 인왕산에 오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다가 마침내 한길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오늘 오르게 되었다. 우리 친구들 6명도 참가하여 아침 7시 반에 전주종합경기장을 출발하였다. 서울 인왕산 밑에 도착하니 11시가 되었다. 홍지문까지 걸어가 등산을 시작했다. 경사는 심하지 않지만 등산 속도가 빠르고 쉬지 않고 가기 때문에 힘들었다. 요소요소에 철조망과 초소도 있었다. 청와대를 지키는 시설들이다. 자세히 보니 철조망에 순찰함도 걸려 있었다. 군인인지 경찰인지 알 수 없으나 청와대를 철저히 지키는 모양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인왕산은 통제구역이었다. 그러다 참여정부가 3년 전에 개방하여 지금은 민간인이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옛날 군사정권 때는 무장공비가 이곳까지 와서 청와대를 넘본 일이 있어서 철저히 통제하다가 남북 화해정책으로 그러한 위험이 없어지니 이렇게 인왕산을 개방한 것이다. 인왕산 호랑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근처 산 아래까지 건물이 들어차 있으나 옛날에는 북한산 줄기가 뻗어내린 깊은 산이었던 모양이다. 간간이 눈이 내린다. 구름도 잔뜩 끼고 안개가 주위를 감싸고 있어서 주변 경관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한 시간만에 인왕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구멍이 숭숭 뚫려 해골바위라고 한단다.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을 맛보았다. 산 아래 청와대를 볼 수 있다고 하여 잔뜩 기대를 걸었는데 불행히도 안개 때문에 보지도 못하고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치마바위를 깜박 잊고 보지 못했다. 매우 서운했다. 중종반정 때 중종의 왕비는 신수근의 딸이었다. 신수근이 연산군 처남이기도 하고 좌의정으로 있으면서 연산군의 폐정을 막지 못했다는 죄목으로 역적으로 몰려 죽으니 중종비는 역적의 딸이라 하여 강제로 폐비가 되었다. 쫓겨나며 중종과 약속을 했다. 임금이 그리우면 인왕산 바위에 치마를 걸어 놓겠다고……. 그 뒤 그 바위를 치마바위라 했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은 편했다. 바위 절벽도 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위험한 곳은 밧줄을 매어 놓아 잡고 내려오기 좋았다. 다 내려와 독립공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각자 싸온 도시락을 펴고 반찬을 나누어 먹는데 눈이 심하게 내렸다. 그래도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고 웃으며 술도 한 잔씩 나누었다. 이어 서대문 형무소를 관람하였다. 지금은 독립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적으로 지정하여 옛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어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일제가 우리 독립투사들을 얼마나 혹독하게 고문하고 열악한 감방에 가두어 고생시켰으며 사형을 집행했는지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독방은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방이고 겨우 밥을 넣어 주는 구멍만 있었다. 유관순 열사가 갇혀있던 독방도 있었다. 앉지도 못하게 세워 놓고 문을 잠가 버리는 고문 아닌 고문을 하는 좁은 틀도 있고, 물 고문, 고춧가루 고문, 전기 고문, 손가락 사이를 꼬챙이로 찌르는 고문을 하는 장면은 마네킹으로 만들어 보여주고 있었다. 마음에 전율이 느껴지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사형을 집행하는 건물은 따로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 독립투사들이 얼마나 많이 죽음을 당했을까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밖의 뜰에는 조국 독립을 위해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하신 선열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다. 선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고증하여 세웠다고 한다. 그 앞에서 머리를 숙여 묵례를 올렸다. 마침 하늘이 흐리고 눈마저 내려 우울하고 측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시 안산을 거쳐 서대문구에서 세운 자연사박물관을 구경하고 전주로 향했다. 동행한 분의 딸이 마침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는데 맥주 세 박스와 마른 안주를 기증하여 박수로 환영하며 차내에서 마시며 오늘 하루를 즐겁고 뜻 깊게 마감했다. 여행도 자주 하고 등산도 많이 했지만 가는 곳마다 산천경개가 아름답고 역사가 살아 숨쉬며 만나는 인심이 좋았다. 역시 인생은 정말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2008.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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