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촛불

2008.06.14 08:56

김길남 조회 수:97 추천:8

촛불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촛불은 어둠을 밝혀주는 빛이다. 제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희생의 표상이다. 촛불이 요즘 우리의 거리를 밝히고 있다. 무엇이 어두워서 촛불을 밝힐까. 마음이 어두운가? 정치가 어두운가? 촛불은 옛날 잘 사는 집에서나 사용하던 조명수단이었다. 가난한 집에서는 제사 때나 썼지만 냄새도 나지 않고 불빛이 깨끗하고 밝아 많이 사용하였다. 지금은 전깃불이 있어 쓸모가 없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초였다. 혼인식 때도 촛불을 밝혔다. 결혼식을 일컬어 화촉을 밝힌다고도 했다. 의례히 혼례상 양쪽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요즘도 제사에는 촛불을 밝힌다. 촛불을 밝혀야 신이 내려와 향음한다고 여겼다. 그만큼 촛불은 의식을 행할 때 소중한 것이었다. 밖에서 촛불을 켜면 바람에 잘 꺼진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종이컵에 끼워 밝히는 것이다. 이러한 촛불 켜기는 보이스카우트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여름철 캠프가 열리면 밤에 촛불을 켜고 행사를 했다. 촛불을 한 사람이 켜면 옆으로 옮겨 붙여 점점 전체가 켜고 하나가 되었다. 단결의 표시이고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의식이었다. 요즘에는 미군 탱크에 희생당한 신효순 심미선 양을 추모하느라 촛불을 이용했었다. 억울하게 죽은 어린 영혼을 달래기 위해 촛불을 켰던 것이다. 미군에 항의하는 표시로 이용하였다. 집단의사를 나타내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다. 이제는 집단시위에는 촛불이 단골손님이 되었다. 촛불시위에는 폭력이 없다. 참여하는 사람도 어린이로부터 각계각층으로 번져 남녀노소가 없다. 민주화투쟁 때와는 다르다. 화염병도 벽돌조각도 없고 최루탄도 나타나지 않는다. 청년 대학생 위주였던 시위가 모든 사람으로 바뀌었다. 거기에는 음악도 있고 춤도 있는 문화축제가 되었다. 아무나 나와 자기의 자유의사를 외치는 무대도 있다. 누가 주도하는지 핵심도 없다. 각자 자유대로 나와 참여하고 돌아간다. 미국과의 쇠고기협상에 반대하는 의사를 촛불에 담았다. 날마다 모여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그 수는 점점 늘어 몇 천 몇 만이 되었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학생, 농민, 노동자, 교수, 노인에 이르기까지 촛불을 들었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서울광장으로 번졌다. 서울에서 지방 곳곳으로 퍼져 갔다. 그 수가 70만 개라 했다. 들불처럼 번진 것이 촛불이었다. 그 힘은 막강했다. 대통령 비서실도 무너뜨리고 내각도 쓰러뜨렸다. 경건한 의식에나 쓰던 촛불이 이제 민중의 힘을 모으는 데 쓰인다. 보잘 것 없는 한 자루의 초가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제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힘을 남김없이 발휘한 것이다. 어둠이 가셨는가? 마음의 어둠, 정치의 어둠이 가셨는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촛불이 꺼질 날이 아직 먼 것 같다. 그 책임은 정권을 쥔 사람들의 몫이다. 강부자 고소영 정권이라 비판을 받았던 현 정부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싶다. 촛불이 빨리 꺼져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다. ( 2008. 6.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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