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내 바탕화면

2008.06.30 13:48

구미영 조회 수:99 추천:9

내 삶의 바탕화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구미영 아침마다 남편과 아이들이 그들만의 터로 가고 난 뒤 난 컴퓨터를 켠다. 오늘도 어김없이 교수님의 메일과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도착했다. 수필창작반 식구들의 글과 나머지 메일들을 확인하다 '내 삶의 바탕화면'이란 제목의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시선이 멈췄다. 우리 집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바탕화면에 아이들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삶의 바탕화면은 무엇일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34년의 추억들을 바탕화면에 가득 메우면 어떤 사진이 나올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한테는 썩 괜찮은 사진이라 생각해 보지만 남들 눈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나나무수꾸리의 음악에 심취해 있을 때 가슴을 뛰게 했던 사람, 벚꽃이 흩날리는 교정에서 국어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던 그 시절의 사진은 어디쯤에 있을까? 요즘들어 그 때 그 시절, 가슴 설레게 했던 일들이 자꾸 떠오른다. 내게도 그런 추억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연유로 그 추억들을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미술의 표현기법 중 스크래치란 게 있다. 예쁜 색깔로 멋지게 그림을 그린 뒤 검정색 크레파스로 그 그림들을 모두 덮어 버리고 뾰족한 송곳 같은 것으로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다. 뾰족한 송곳으로 그림을 그리면 검정색 크레파스에 감춰졌던 색깔들이 나타나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이 된다. 난 어쩌면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잠시 검정색 크레파스로 덮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날 그렇게 캄캄한 세상에 가뒀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엔 그 감춰졌던 예쁜 색깔의 그림을 찾아가며 뾰족한 송곳으로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지난날 내 인생의 바탕화면은 아마도 그 검정색 크레파스에 감춰진 그림일 거란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너무도 꼭꼭 숨어버려 그 그림들을 다시 찾을 수는 없다. 그 검정색 바탕화면에 그려질 그림은 앞으로 나의 몫이겠지. 언제 그 그림이 완성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날을 생각하니 지금부터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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