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엄마의 질투

2008.07.16 06:58

오명순 조회 수:93 추천:7

엄마의 질투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오명순 내일이 어버이날이라고 아들은 카네이션 화분을 사들고 왔다. 그냥 고맙다고 말하면 될 걸 나의 입에서는 뭐하러 이런 걸 사왔느냐는 말이 툭 튀어 나왔다. 내가 요즘 아들에게 서운했던 마음이 많이 쌓여 있었나 보다. 나이가 많아지면 속이 더 넓어져야 하는데 나는 왜 나이가 들수록 더 좁아지는지 모르겠다. 사소한 일에도 서운하고 외롭고 슬프다. 특히 아들에게는 그게 더 심하다. 며칠 전의 일이다. 늦는다는 연락도 없이 자정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다가 잠을 설쳤다. 그냥 불을 끄고 자면 되는데 걱정이 돼서 잘 수가 없었다. 직장에서 회식이 있는 날이면 잘 먹지 못하는 술을 먹고 집에 와서 토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갓 입사한 말단사원이라서 거절하지 못하고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지혜롭게 하지 못했다고 야단을 치면서 한편으로 안쓰럽고 걱정이 되었다. 술이 우리 집안의 내력인가. 할아버지, 아빠 그리고 아들. 술버릇이 좋지 않아서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아빠를 보고 자라서 아들은 술을 먹지 않기를 바랐었다. 이런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술을 먹는 아들이 야속했다. 새벽에 잠깐 눈을 붙혀서인지 다음날 하루 종일 피곤하고 힘들었다. 그리고 짜증이 났다. 아들은 아침에도 연락이 없었다. 이제는 아들이 나의 보호자가 되어 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싶다. 의지하고 싶다. 아들이 나를 지켜 주었으면 좋겠다. 엄마 혼자 있는데 저녁에 들어오지 못하면 전화라도 해 주기를 원하는데 그렇게 해 주지 않는다. 이유는 자기는 마마보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한테 일일이 보고하는 것을 친구들이 놀렸다고 한다. 혼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전화를 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이고 예의라고 말해주었다. 이제 결혼하면 기다릴 일도 없고 같이 사는 동안이라도 그리 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엄마의 말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니 더 서운하고 화가 났다. 오후가 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원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갔다고 했다. 신학원 수업중이라서 싸울 수도 없고 퇴근하고 집에서 얘기하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더니 더 화가 났다. 간다고 하면 누가 못 가게 할까봐 그리도 나를 걱정시키고 밤새 잠을 못자게 했나. 그런 줄도 모르고 온갖 상상을 하며 밤을 새운 일이 억울하고 속상했다. 다음부터는 기다리지 않고 그냥 자리라 다짐해 보지만 또 속없이 기다릴 것이다. 걱정을 사서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삼십이 다 된 아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마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걱정하고 서운해 한다. 마음을 비워야지 하고 아무리 다짐해도 며칠 가지 못한다. 많이 비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돌아 서면 다시 그 자리이다. 내 마음 속에는 아들로 채워져 있는데 아들의 마음 속에는 이 엄마의 자리가 얼마쯤 될까. 아들이 서운하게 할 때마다 딸이 생각난다. 요즘 부쩍 딸 꿈을 많이 꾼다. 꿈 속에서 딸이 있는 곳을 찾아 가려고 그리 애를 써도 찾지 못하고 꿈을 깨곤 한다. 천국은 역시 먼 나라인가. 아들의 마음 속에 이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다. 당연한 일이고 그게 맞는데 내 마음은 왜 이리 허전할까. "아들아,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2008.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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