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전주에 사는 기쁨(2)

2008.10.03 11:15

김길남 조회 수:105 추천:14

전주에 사는 기쁨(2)                          -소리의 고장 전주에 사노라니-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평생교육원 야간반 김길남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중국 강서성 가무예술단이 부르는 우리 가락 아리랑이다. 연두색 주름치마를 입고 연주하는 전통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흥에 겨워 잘도 넘어간다. 구경꾼들도 모두 하나가 되어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추었다. 요즘 전주에서는 제8회 세계소리축제가 열려 14개 나라에서 3,800여명의 음악인이 참여하고 56개 프로그램을 230회에 걸쳐 공연하고 있다. 안숙선 조직위원장의 말을 빌리면 이별도 슬픔도 사랑도 기쁨도 다 녹여 담은 우리네 인생 얘기가 하나하나의 소리에 담겨 우리를 찾아간다고 했다. 세계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다 모여 우리를 반기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소리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에는 인생얘기를 듣고자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10월 3일 오후, 소리문화의 전당을 찾았다. 야외음악당에서는 중국 강서성 가무예술단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비파와 해금, 생황, 피리 같은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였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소리는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다음에는 빨간 옷을 입은 아가씨가 나와 도라지타령을 불렀다. 듣던 가락이라 깜짝 놀랐다. 우리 가락이니 흥이 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손뼉을 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손뼉을 치지 않아 나 혼자 칠 수가 없었다. 소리의 고장 전주에 사는 사람이 추임새도 넣지 않고 호응도 하지 않다니 부끄러웠다. 그 다음에 나온 남자 가수는 구경꾼을 이끄는 매력이 있었다. 아리랑을 부르니 일제히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추었다. 가수와 구경꾼이 하나가 되었다. 늦었지만 다행이었다. 조금 전 부끄러웠던 마음이 싹 가셨다. 무대 아래로 내려와 악수도 하고 어린이를 안아주기도 하였다. 내 앞에도 오면‘세세’하며 악수를 하려 했는데 오지 않아 서운했다. 어떤 무용수는 종지그릇 5개를 포개어 이고 춤을 추었다.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푸른 물결이 너울거리듯 제비 같이 날랜 몸짓을 했다. 관객에게 허리만 굽혀 절을 하기도 하였다. 기묘한 연기에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 외국에 까지 와서 하는 공연이니 오죽이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다음은 인도 사람 6명이 나와 라구딕시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구경꾼들을 아래로 내려와 가운데로 모이게 하여 같이 흔들고 춤추자고 하였다. 인도의 민속음악이라는데 영어와 힌디어로 불러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수의 목소리가 어찌 좋은지 영혼의 목소리가 저 소리가 아닌가 싶었다. 템포가 빠른 음악이라 젊은이들은 디스코를 추기도 하고 손뼉을 치며 몸을 흔들기도 하였다. 어떤 30대 아주머니는 아기를 안고 흔들어 댔다.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음악을 날마다 보여 주는데 오늘은 두 나라 밖에 보지 못했다. 모악당 앞에서는 풍물굿이 한창이고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둘러싸고 구경하였다. 장구와 꽹과리를 쳐보는 곳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붙어 두들겨 댔다. 외국 사람에게 우리의 민속가락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리라. 전주는 판소리의 고장이다. 춘향가와 흥부가의 발상지이고 우리의 판소리 12바탕을 재현한 곳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사습놀이는 정조 8년(1784년)에 전주 부성 통인들이 전국의 유명한 광대를 불러 노래를 듣고 명창을 만들어 낸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해마다 동짓날 밤에 열리는데 여기에서 장원을 해야 명창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1910년경 식민지 시대에 맥이 끊겼다가 1975년부터 부활하여 지금도 해마다 열린다. 나도 우리 국악에 관심이 많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사습놀이 때면 꼭 참여하여 즐긴다. 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세계소리축제가 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번 축제에 우리 판소리도 공연을 하였다. 심청가는 사흘간 무대에 올렸고, 창작 오페라로 흥부와 놀부도 3일이나 보여 주었다. 국창 임방울은 특별 코너를 만들어 그의 생애와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 외 춘향가, 적벽가, 수궁가도 부르고 미래의 명창 꿈나무 소리꾼도 선 보였다. 다른 나라에서 온 민속 소리꾼도 여러 팀이다. 일본의 가미무라가쿠엔 고부도부, 중국 강서가무예술단, 말레이시아 오페라페스트, 인도 라구딕시 프로젝트, 가나의 소고 아프리칸, 인도네시아 발리 가믈란 연주단 등이 전통 민속음악을 선 보였다. 전주에서만 열리는 세계 소리축제에 참여하여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가만히 앉아서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이 아닌가. 이런 음악적 호사 역시 전주에 사는 기쁨이 아니고 무엇이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덕진 취향정(醉香亭)의 연못가를 걸으며 소리의 고장 전주에 사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200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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