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알몸의 여인 상사화(想思花)

2008.10.23 18:48

이기택 조회 수:106 추천:14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기택 나는 지금 '알몸의 여인(Naked lady)'을 보고 있다. ‘알몸의 여인(Naked lady)!' 참으로 직관적인 서양인다운 미주인(美洲人)들의 명명(命名)이다. 홀연히 이파리가 사라진 자리에 훤칠하게 꽃대가 솟꾸처 올라, 화사한 연분홍 꽃송이 를 피어낸 상사화! 그녀는 외롭고 tmfvmek. 동양의 우리 조상들은 이를 미리 알고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애틋이 여겨 상사화(想思花)라 하였다. 상사화는 3월 동풍(東風) 마다하고, 5월의 꽃철마저 저버리고, 8월 염천에야 푸른 잎의 옷을 벗고 꽃을 피운다. 그러기에 현실적인 미주인들은 '알몸의 여인(Naked lady)'이라 하고, 우리 조상들은 내면의 사연을 살펴 '상사화' 이름을 지었다. 여름이면 사찰 화단이나 시골집의 오래된 정원 한 켠에서 간혹 상사화 꽃을 볼 수 있 다. 연분홍 꽃송이들이 얼마나 고운지 모른다. 이 식물은 잎이 날 때에는 아직 꽃이 피 지 못하고, 꽃이 필 때에는 잎이 시들어 사라진 뒤다. 이처럼 서로 만날 수 없는 까닭 에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여 '상사화'란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한편 세속여인을 사랑한 스님이 만날 수 없는 여인을 그리워하며 절 마당에 심 었다고도 하고, 반대로 스님에 대한 사모의 정을 키우던 여인이 수도 중인 스님의 방밖 에서 그리움만 키우다 죽어 핀 꽃이라는 슬픈 이야기로도 전한다. 사연이야 어떠했던 간에 못다 이룬 사랑을 위하여 탈속(脫俗)의 범용(凡庸)을 벗어난 알몸의 몸짓은 가식없는 진솔한 시위가 아닐까. 상사화는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아주 살이 많이 찐 부추 같기도 하고, 양파 같기 도 한 새순이 봄에 삐죽삐죽 올라오다가 이내 초록빛이 무성한 포기를 만든다. 그만큼 열심히 광합성을 하여 알뿌리에 양분을 비축한다. 그러다가 여름이 시작되고 어느 날   문득 땅에서 사라져 버린다. 여름이 짙을 무렵 다시 어느 순간 쑥 꽃대를 솟아 올려 꽃을 피운다. 물론 잎도 없이 꽃대마다 여러 송이의 큼직한 꽃송이들이 사방을 향 해 달려 한 포기를 이룬다. 상사화는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방식도 극적일 뿐 아니라 한 계절  비축했던 것을 소진하여 다른 꽃들이 사라진 한여름을 자신의 계절로 마음껏 향유 하겠다는 당돌함도 지니고 있다. 더구나 상사화는 사람의 손에 의해 키워진 지 너무 오 래된 탓에 본성을 많이 잃어버린 듯하다. 꽃의 존재이유인 열매를 잘 맺지 않을 뿐 아니 라 열매가 달린 듯해도 후손이 될 씨앗은 여물지 않는다. 그냥 뿌리번식으로 만족하는 것일까? 일본이 원산지인 상사화는 습기가 있는 나무 그늘에서 잘 지란다. 비슷한 식물인 꽃무 릇(석산)이 있다. 상사화는 8월에 꽃이 피는 반면 꽃무릇은 그보다 늦은 9-10월에 꽃 이 핀다. 상사화나 꽃무릇의 알뿌리의 방부효과와 불경의 종이배접 때 책을 엮는데 쓰 는 접착제에 넣거나, 탱화를 그릴 때 섞어 좀이 슬거나, 색이 바래지 않게 하는 긴요한 용도 때문에 절 가까운 곳에 심어두고 이용하게 하였다. 알뿌리는 또한 타재핀, 리코리민, 갈라라민, 갈라틴 등 20여 가지가 있어 거담, 이 뇨, 소종, 복수, 등의 작용이 있으며, 기침, 가래, 임파선 염, 각종 종기 등에 약용으 로 사용된다.   상사화는 이름도 다양하고, 사연도 많으며, 애잔한 �뮌� 식물이지만, 절에 없어서 는 안될 귀한 식물이고, 약용으로도 소중한 식물이다. 상사화! 그녀는 오늘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뮌� 사연을 새기며, 사찰에 유용한 재료이자 약용으로서 자기 몫을 다하 리라.                           (200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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