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2박 3일의 천화원 수련

2008.11.17 03:14

이의 조회 수:82 추천:6

2박 3일의 천화원 수련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의 가을이 구비구비 깔린 산길을 따라 가는 맛은 잘 익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느낌이었다. 산 두렁 논밭에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고 나무마다 제 나름의 고운 색을 채색하기에 분주하다. 전주 영동 간의 옛길이라고는 하지만 대관령 고개 못지않게 꼬불꼬불한 길을 산중으로만 달리니 신종 귀양길이 이렇지 않을까라는 착각이 들었다.   6.25전쟁으로 전국 구석구석이 폐해를 입지 않은 곳이 없는데 이곳 충북 영동군 심천면 마곡리는 전쟁마저 비켜간 곳이라고 하더니, 그랬으려니 싶다. 그 깊고 깊은 산 속에 단월드의 심신수련원 천화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문명의 소음이 차단된 고요와 정적을 흔드는 바람만이 계곡을 스쳐가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긴 세월을 꿋꿋치 버틴 상수리나무가 일렬로 늘어서서 수런거리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외국 수련원들이 많이 다녀간다더니 이방인의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천화원 입구에는 반가운 웃음을 짓고 있는 단군할아버지의 동상이 마치 우릴 반기고 있는 것 같았고, 산 밑을 따라 가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P.B.M.(Power Brain Method)특별수련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수련실에 가득했다. 마스터 트레이너를 중심으로 6명씩 한 조가 되어 각 조별 트레이너의 진행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상상의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는 가정 아래 그것으로 10컷의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난 무었을 찍을까 두리번거리며 몇 컷을 눌렀다. 트레이너가 무얼 찍었느냐고 물었다. 대부분 창문 밖의 풍경, 실내의 사물, 그리고 사람들을 찍었다는 대답인데 50대의 남자만이 대답이 달랐다. 하늘의 별, 달, 구름, 바람을 얘기할 때에서야 화들짝 놀랐다. 보이는 것만 찍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며 힘들게 이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을까? 진정한 나를 찾아보고자 나선 길이 아닌가!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왜 각각 차이가 날까? 관념의 차이 즉 좋아하는 것이나 생각이 다르며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인식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즉 전체를 보는 감각이 있어야 통찰력도 키워지리라. 잘못된 관념은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본 것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 그냥 볼 수 있다면 그것과 하나되는 길이 열릴 것이며 생각너머 생각에 도달하는 길이기도 하다. 고정관념 즉 상식을 버릴 때 우리는 자유스러워질 것이다. 둘째 날 의식이동에 대한 수련이었다. 우주와 나는 하나다. 나는 우주의 일부분이기에 우주가 될 수도 있고 무엇이나 될 수 있는 방법은, 나의 생각이나 얄팍한 지식은 몽땅 내려놓고 5,6세의 순수한 어린이로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물체를 바라볼 때 생각과 느낌을 배제하고 대상으로만 바라 보일 때 즉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일 때 의식의 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즉 나뭇잎의 색깔이나 모양도 아닌 그저 있는 대로 즉 보이는 대상을 무심하게 볼 수 있을 때 내가 산이 될 수 있고 산이 나일 수 있는 하나 되기에 한 발 다가 설 수 있으리라. 3일째 마지막 날 101호 우리 반 전원 십오 명이 어둠이 가시지 않은 꼭두새벽 옥계폭포를 향해 산길에 나섰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별이던가! 검푸른 천장에 총총히 박힌 별을 안내자로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었다. 야트막한 산등을 몇 개 넘어 옥계폭포에 다다르니 어둠은 걷히고 시원하게 내리뻗은 골짜기 따라 신비스런 물안개가 스멀스멀 아래로 흐르고 30m의 절벽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내리다 잠시 쉬어 다시 내려꽂히고 있었다. 예로부터 시인묵객이 많이 찾고 난계 박연 선생께서 즐겨 찾으셨다는 곳으로 뛰어난 경치가 일품이었다. 잠시 명상에 젖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에 쫓겨 아쉬움을 남기고 천화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지막 과제는 무아(無我)의 경지를 체험해 보는 과정이다. 무아란 직역하면 내가 없다는 단어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는데 없다니 도저히 끝이 안보일 것 같았다. 어떤 스승이 제자에게 나를 때리면 얼마의 돈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제자가 스승의 팔을 막대기로 후려쳤다. 그러나 스승은 나를 때린 것이 아니고 나의 팔을 때렸을 뿐이라고 하였다. 화가 난 제자는 스승을 더 심하게 매질을 하여 피까지 났으나 그는 나의 혈관이 터져 피가 흐를 뿐이지 내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를 구성하고 있는 육체는 내가 아니라 나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에 불과할 뿐 결국은 나에게 소속된 내 것이라는 개념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으며 내 존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찾으려고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 내려놓다 보니 나 자신은 한없는 평화스러움 속에 나 만이 존재하는 듯싶었다. 다시 정좌하고 앉아 자신의 생각을 지우고 내려놓기를 반복하였다. 어느 순간 내가 가고 싶은 곳 그곳에 가 있었다. 구름이 되어 흐르고, 해가 되어 한없이 따뜻하고 밝음을 보았고, 폭포가 되어 흐르고 있는 느낌이 너무 자연스러워 나 스스로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무아의 한 부분이 될지는 몰라도 무아는 아니었다. 다시 벽을 향해 앉아 모든 생각을 지우고 또 지우고 내려놓았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머릿속이 텅 비고 아무 것도 없는 그냥 그저 검은 공간만이 있을 뿐 존재하는 것이 없었다. 트레이너가 시간이 없으니 일어나라고 했다.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기에 아무 것도 없노라고 하였더니 바로 그 것이라며 얼싸 않아주어 황홀한 순간을 체험하기도 했다. 내가 없는데 무엇인들 못 하고 못되겠는가! 천국도 지옥도 스스로 만들고 그곳에 갇혀 구속된 줄도 모르고 살아온 것이 인생이지 싶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숙소를 향해 내려오는 산길은 가로등도 꺼져 총총한 별들이 다이아몬드를 깔아놓은 듯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2008.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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