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핸드폰

2008.12.15 02:05

최윤 조회 수:94 추천:6

  핸드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아무리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 간에 연락을 주고받는 방법은 문자와 교통 수단이 발달하기 전부터 연구되었을 것 같다. 적군이 처들어오면 산 위에서 횃불을 피우기도 하고, 비둘기 발목에 쪽지를 매달기도 하며, 말을 타고 소식을 전하러 가기도 하고, 전승의 기쁨을 알리려고 그 먼 40Km를 달린 아테네의 병사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생존을 위해 무인도에서 물병으로 보낸 남자의 편지가 우연히 어떤 여자에게 발견되어 사랑으로 발전한다는 영화 속의 낭만적인 이야기도 있다. 이렇듯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물, 불, 동물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메일을 쓰거나 미니 홈페이지를 만들기도 하고, 네이트 온에 접속하여 대화를 나누며 상대방과 연락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편리하게 많이 쓰는 것은 ‘전화'가 아닐까? 그 중에서 단연 ‘핸드폰'이 돋보인다. 90년대 말쯤엔 ‘삐삐'라는 기계가 있었지만 이젠 거의 사라지고 이젠‘핸드폰'이라는 필수품이 생겼다. 내가 핸드폰을 갖게 된 것은 스물다섯 살 때였다. 그 전에는 핸드폰 없는 삶이었는데 그때는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핸드폰에 익숙해진 요즘이다. 간혹 핸드폰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강박적인 삶을 살지 않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면서 원시시대에 사는 기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전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 이유는 며칠 전의 전화통화 때문이었다. 얼마 전, 문의할 일이 있어서 전화를 했다. 상대방은 아마도 30대 초반의 남자인 듯했다. 카드 회사 직원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익숙해진 나는 그 사람의 퉁명스런 태도에 정말 불쾌했다.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 사실 내 목소리도 그리 곱거나 상냥하진 않았다. 특히 전화하는 법이 서툴다. 본의 아니게 퉁명스러워 보이고 전화 내용을 단번에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나서 얼굴표정이야 어떻든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해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상대방의 기분이 좌우되니 말이다. 그리고 친절한 목소리엔 가식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절하게 말하려고 하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었다. 아마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근육을 써야 기분 좋은 말투도 나오는 듯했다. 오늘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는데 주변이 시끄러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공중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무심코 공중전화를 보니 남은 동전이 있었다. 뒷사람을 위한 앞 사람의 배려인 것 같았다. 누가 요즘 공중전화를 쓸까 했는데 쓰는 사람도 있고 동전까지 남겨 둔 것이 신기했다. 그 순간 핸드폰이 없던 시절, 앞 사람이 남겨 둔 돈으로 유용하게 통화하던 기억과 공중전화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전이 모자라서 전화가 곧 끊길 것 같아!” 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면 곧 ‘뚜뚜’ 거리는 신호음과 함께 전화가 갑자기 끊기기도 했고, ‘찰카닥'하고 다시 동전 넣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으며, 뒤에 선 사람의 수가 많아 눈치가 보여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끊기도 했던 기억도 났다. 그리고 그 시절엔 핸드폰이 없어도 약속 장소에서 용케 친구를 만날 수도 있었다. 핸드폰만 믿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 시간에 나가 만나야 했기 때문에 늦는 일도 없었다. 언니 말로는 데이트도 가능했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조금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 1990년대 초, 가요 속에 ‘그녀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내 손엔 동전 두개 뿐'이라는 노랫말이 있었다. 지금은 몇 개가 있어야 전화를 할 수 있나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초등학교 때, 처음 전화기를 만든 사람은 ‘그레이엄 벨'이라고 배웠다. 새삼스레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친구에게 첫눈이 왔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고, 요즘은 영상통화라는 것도 있어서 상대방의 얼굴도 볼 수 있으며, 귀여운 조카의 목소리를 듣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기도 하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 부모님 눈치를 보지 않고 핸드폰이 뜨거워질 때까지 통화를 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보기도 어려웠지만 전화를 하면서 친밀해졌었다. 우리가 결혼까지 하게 된 일등 공신이 바로 핸드폰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핸드폰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만남에 배고픈 정이 많은 민족이라서 그런가 보다. 치열하고 바쁜 삶 속에서 누군가 자꾸 그립고 전화를 하고 싶어서 자꾸만 업그레이드 된 핸드폰이 출시되나보다. 그레이엄 벨이 자신의 발명품을 자꾸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고마워서 상을 주고 싶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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