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행촌수필과 진도아리랑

2008.12.25 14:13

박귀덕 조회 수:302 추천:5

행촌수필과 진도아리랑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박귀덕 신명나는 남도민요 한바탕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일 때 전북도립국악원 뜰에서 우연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반장을 만났다. 김정길 회장이 대구 수필의 날 행사 때 무대에 올릴 장기자랑을 준비하라고 했다며 진도아리랑을 여러 명이 같이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수필의 날 행사에 참여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못 간다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로니에 게시판에 모임공고를 보고 참석한 사람들이 평생교육원 103호 강의실에서 만났다. 진도아리랑 가사를 나누어 주고 녹음기를 틀어 노래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부채를 펴기도 하고, 가사를 강조하며 가락에 맞춰 부채를 접어 찍기를 여러 번 연습했다. 어깨를 흔들며 흥을 돋우는 발림을 신명나게 하기 위해 연습을 했다. 기녀처럼 천박한 교태는 부리지 말고, 규방마님처럼 도도하면서 학처럼 고고한 자태로 발림을 하자고 했다. 선창자들의 가사선택은 본인이 가장 쉬운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무대에서 긴장하면 가사를 잊어버려 난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습기간은 며칠 안 남고, 서로가 바쁘다보니 만날 시간이 없다. 집에서 큰 거울을 보고 발림을 연습하라고 했다. 몇 시간의 연습을 하고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모자라는 노래를 채워 줄 그 무엇을 찾아야 했다. 대중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흥겹게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을 찾아내야 했다. 대중의 시선집중은 규방여인들의 의상으로 통일하고, 노래가 부족한 선창자에게는 같이 노래를 불러 준다며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 무대와 관객의 호흡은 추임새로 흥을 돋우기로 했다. 집에 있는 한복 중에서 가장 화려한 한복을 준비하라고 말하고, 머리는 쪽을 짓기로 했다. K씨는 짧은 머리에 쪽을 지어주려는 사람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마를 하겠다고 했다. 예쁘게 하고 대구에 가고 싶어 파마를 한다니 말릴 수도 없었다. C씨는 긴 머리와 쪽 비녀가 있어 다행이지만 나머지 두 분이 걱정이었다. 무대에 한 번 서려고 쪽과 비녀를 구입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쪽과 비녀를 국악원 동료들에게서 빌려오기로 했다. 무대화장을 하려고 속눈썹을 사고, 짧은 머리를 갈무리하기 위해 까만 스타킹과 까만 고무줄을 샀다. 평소 쓰던 젤과 무대 화장품 등 무료분장사가 될 준비가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건 객석에서 호응해줄 추임새 연습이었다. 그것은 가면서 버스 안에서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엔 많은 사람이 탔었다. 얼굴을 모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바빠서 잘 안다니던 K씨 얼굴도 보였다. "어찌, 우렁이도 다 나왔네?" 말을 건넸다. 빙긋이 웃으며 "회장님의 전화를 받고 안 나올 수가 없어서 일정을 취소하고 오게 됐어요." 그 말을 듣고보니 김 회장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졌다. 차 안에서는 자기 소개와 노래가 끝나지 않고, 버스는 어느새 대구 시내로 접어들었다. 글로만 뵙던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로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을 싣고 버스는 달렸다. 버스 안은 흥겨웠다. 장기자랑에 나갈 노래연습도 한 번 더 해 봐야 했고, 노래 부를 때 객석에서 흥을 돋우어 줄 추임새 연습도 해야 할 텐데……. 연습할 시간이 없어 다급해졌다. 다른 사람이 잡고 있던 마이크를 가져왔다. 그리고 진도아리랑을 다 같이 합창하자고 제의했다. 우렁찬 노래 가락이 흥겨웠다. 얼씨구~, 그렇지, 암~먼~, 좋~다, 얼~쑤 등 추임새를 충분히 연습했다. 우리가 일등을 하자고 다짐도 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그 때의 흥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었다. 객실에 짐을 풀고 제일 먼저 두 분의 짧은 머리에 젤을 붓고 빗질을 해서 까만 고무줄로 묶으니 머리가 너무 짧아 잘 안 묶어졌다. 암초에 부딪히듯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당황했다. 한참 애를 먹는데 배윤숙 님이 두 분 머리에 쪽을 올리는 일과 무대화장을 하는데 도와주었다. 그 덕에 나도 무대화장을 하고 한복을 입을 수 있었다. 규방여인들이 모두 함께 입장을 하니 한복차림으로 안내하시던 분들이 참 곱다며 한복 입은 우리들 모습에 찬사를 보내 주었다. 목례를 하고 행사장의 원탁에 둘러앉았다. 행사장 좌측 전면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스크린에 소개되는 수필집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유명 작가의 책들도 많이 눈에 띄지만 내 시선이 머문 곳은 우리 동인지 '행촌수필'이었다. 여러 번의 화면이 바뀌고 낯익은 김재희 선생님의 수필집 '그 장승이 갖고 싶다'가 보였다. 서정적인 글을 비단결처럼 펼쳐놓은, 맛깔스러운 글을 담고 있는 책이다. 김재희 선생님이 큰 거목으로 보였다.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것도, 행촌수필문학회 회원인 것도 자랑스러웠다. 나는 언제쯤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을까? 소개되는 수필집들을 바라보니 한 없이 부러웠다.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열하일기 중‘일신수필'을  쓴 날을 기념하여 7월 15일 대구 프린스호텔에서 ‘수필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정목일 운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지역과 출신문학단체를 벗어나 수필문단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축제를 열게된 것 자체가 문단사에 남을 일이라고 했다. 예술 공연도 끝나고, 시상식도 끝났다. 김봉군 교수의' 21세기 수필문학의 과제'에 대한 강연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각 지역 문학단체가 참가하는 장기자랑 시간이 되었다. 우리 행촌수필문학회는 민족의 혼이 담긴 노래 진도아리랑을 불렀다. 무대 위의 열창과 관중들의 추임새가 한데 어우러져 흥겨웠다. 대중가요보다는 민요가 우리 정서를 더 파고들었다. 모르는 노래보다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진도아리랑이라서 더욱 흥겨웠다. 두루마기를 입은 선비와 쪽진 규방여인들이 발림을 하면서 남도 민요의 흥을 실어 노래를 부르니 무대가 더욱 화려했다. 부채를 활짝 펴며 환한 미소로 너울너울 춤을 추니 더욱 흥겨웠다. 즉석에서 나와 장기 자랑을 하는 팀들보다는 준비를 한 우리 팀이 단연 돋보였다. 달구벌의 무덥던 여름밤의 갈채가 가슴 가득 여울져 환희로 다가 왔다. 이 기쁨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호랑이가 토끼를 사냥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듯, 여러 날 생각하고 연습했기에 가능했던 성과물이었다.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214,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