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blue>끼리끼리

2009.01.14 14:02

김상권 조회 수:132 추천:10

끼리끼리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김상권 2008년 12월 31일 오후 6시에 전주남중 7회 송년의 밤 행사가 열렸다. 해마다 연말이면 으레 회관에서 송년행사를 가졌는데 올해는 동창사무실에서 있었다. 나는 시간에 맞춰 동창사무실로 나갔다. 이미 동창사무실은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20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30여 명의 동창이 모였다.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주름살로 수놓은 얼굴의 60대 후반 노인들이 모인 것이다. 머리칼과 주름살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 주는 듯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가 50년이나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정담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동창회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친구들이 많다. 한 친구는 사무실을 알뜰하게 꾸몄고 어떤 친구는 모래무지, 붕어, 쏘가리, 피라미 등 민물고기 탕, 돼지찌게 등 맛있는 음식을 자주 가져와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요리와 설거지까지 하는 친구, 사무실 청소를 하는 친구 등 동창사무실에 애착을 갖고 서로 돌본다. 동창사무실은 우리들의 쉼터다. 평상시 많은 친구들이 들르는 행복한 장소다. 송년회 잔치 메뉴가 다양했다. 굴, 복어탕, 숭어회, 홍어회, 양주, 이강주 등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가져온 것들로 차려진 음식들이었다. 음식점에서보다 메뉴가더  다양하고 푸짐하여 막음직스러웠다. 사무실은 싱크대와 주방기구가 갖춰져 있어서 언제라도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나와 친구들은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오래도록 송년의 밤을 즐겼다. 나는 많은 모임을 갖고 있다. 초․중․고 동창회를 비롯해서 직장이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로 조직된 모임들이다. 15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은 20개였는데 4개의 모임은 흐지부지 깨지고 하나는 내가 스스로 빠진 것이다. 매달 만나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두 달, 석 달, 여섯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도 있다. 나는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모임의 시작은 아마 초등학교 동창회가 아닌가 한다. 다음으로 중‧코‧대학 그리고 동네 친구끼리 모인 친목계, 직장과 사회에서 만난 사람끼리의 모임이 아닐까. 향우회란 것이 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끼리 만든 모임이다, 가령 고향을 떠나 전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고향이 같은 사람끼리 모임을 만든다. 서울에 살면서 고향이 전주이면 전주향우회를 만들고 전북출신이면 전북출신끼리 향우회를 조직한다. 그들은 서로의 만남을 통해 고향을 그리며 옛 추억에 빠질 것이다. 이처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람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재산을 늘리려고 만든 모임도 있다. 옛날 시골에서는 쌀 계라는 것이 있었는데 나도 거기에 든 적이 있었다. 조직 인원은 대개 11명 정도였고 1년에 쌀 한 가마씩을 거두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쌀 100가마를 타는 식이었다. 소요 기간은 무려 5년에서 10년 가까이 걸렸다. 또 도시에서는 돈 계라는 것도 있었다. 12명쯤으로 조직됐고 기간은 보통 2년이었다. 쌀 계나 돈 계 모두 순번이 정해지고 그에 따른 규약이 있었다. 깔 계나 돈 계에 가입하려면 친분과 신용이 필요했다. 이와는 달리 직업이나 직능별로 조직된 모임이 있다. 시인, 소설가, 수필가 등의 협회가 있고 이들 협회를 포함한 한국문인협회가 있다. 배구, 야구, 축구협회 등 각종 경기 단체마다 협회가 있다. 예능과 예술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각 분과별로 협회가 있다. 또 각기업체마다 노동조합 그리고 직업에 따른 협동조합 등이 있다. 모든 단체들은 협회나 조합을 만든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사상이나 이념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 정당을 만든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끼리끼리 단체를 만들어 자기들의 권익을 주장한다. 또 우리 시야(視野)를 국제사회로 넓혀보자. 세계 각국은 자국(自國)의 안보와 경제성장을 위해 국가와 국가 간의 모임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동맹을 비롯해 한‧미‧일 등 환태평양 12개국이 경제협력을 목표로 창설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각료회의)에 가입하고 있다. 또 30개국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도 가입하였다. 이밖에도 우리나라는 많은 국제기구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각 국가들은 자국의 안전과 경제성장을 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끼리는 물론 멀리 떨어진 나라와도 동맹을 맺거나 경제협력기구에 가입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끼리끼리 모임을 만드는 세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마 나라와 나라 사이에 만든 모임에 얽혀 살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나는 모임에 참석하기를 좋아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미국에서 100세 이상 장수한 사람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건강장수비결은 만나는 사람이 많을수록 장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나는 장수하기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과 사귀며 노후를 즐기고 싶다. 그래야 9988234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009.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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