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우리 집 10대 뉴스

2009.01.15 18:30

서미선 조회 수:173 추천:5

건강한 삶을 꿈꾸는 한 해
                               -2008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서미선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언제나 작은 가족파티를 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케익과 통닭을 나눠 먹으며 서로 잘한 것은 칭찬해 주고 반성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무자년 한 해를 돌이켜 보니 기쁜 일보다 힘든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철없는 나는 마냥 행복에 겨워 했다.

1. 서미선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등록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권태로웠다.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듯 안으로 침잠해 가는 내 영혼이 소리를 지르며 구조요청을 했다. 마음에 걸레질을 하고 먼지 낀 심장에도 힘차게 펌프질을 해 줘야 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수줍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문을 열였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교수님과 어머니처럼 잔잔한 미소와 환한 웃음이 예쁜 문우님들, 부족한 것 투성이인 나를 그저 어여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는 분들 덕분에 활짝 핀 아름다운 꽃이 된 것마냥 우쭐대기도 하고 행복해 하면서 올 한 해를 노래부르며 지냈다.
즐겁게 103호 강의실에 앉아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성적은 낙제 점수나 아닌지 모르겠다. 올 한 해 동안 행복의 노래를 흥얼거렸지만 새해에는 한 발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 보리리.

2. 축구선수 둘째아들 이지훈, 왼쪽 뒤꿈치 족적근막염 치료 중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던 작은 아들이다. 4학년 겨울방학 때 서울로 전학을 가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운동을 열심히도 했던 아이다. 초등학교 시절 줄곧 주전 선수로 열심히 운동하였는데 중학교 2학년인 올 가을부터 발 뒤꿈치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갔더니 무리한 운동으로 피로가 발바닥으로 내려와서 그렇단다. 전주로 내려와 두 달간 치료를 받았으나 여전히 좋아지지 않아 동계훈련도 포기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보내고 있어 걱정이다.

3. 남편 이재노, 가게 화재와 사기

경기도에서 냉동탑차 장착을 하던 남편이 2007년 전주로 내려와 냉동탑차 장착 및 서비스점을 열었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내 의견은 묻어 두고 잘 되길 바랐는데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지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 교수님이 보내주신 천만송이 장미꽃을 한 아름 받으며 좋아했던 그 시각에 가게에 불이 나서 건물이며 집기가 전소되였다. 옆가게 전기 과열로 인한 화재였다. 화재손실을 보상해 주기로 했던 그 사람은 차일피일 미루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니 가게를 정리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사라져 버렸다.
남편이 정신적 경제적 타격을 받아 힘들어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불이 났으니 앞으로 잘 될 거라며 날 안심시켰다. 경제적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다.

4. 큰 아들 이정도 다이어트로 15kg 감량

고등학교 2학년인 큰아들은 키 185cm에 몸무게가 85kg이었다. 삼겹살과 통닭을 일주일마다 먹어야 허기가 지지 않는다는 우리 집 냉장고 하이에나다. 냉장고가 가득 차 있는 것이 행복 1순위인 킁아들이 무슨 이유인지 6월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에 오는 시각은 밤 10시 30분. 여느 때 같으면 들어서기 무섭게 냉장고를 살피던 아이가 곧바로 삼천천변으로 직행해서 2시간 넘게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15kg이 빠졌는데,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난 일년 내내 다어어트를 하지만 1kg 빼기도 힘이 드는데 끈기와 노력에 칭찬을 해 주며 그런 열정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 원하는 대학에도 들어갔으면 좋겠다.

5. 친정 형제계 17년만의 나들이

해마다 8월 첫째주 휴일에 친정이 있는 남원에서 9촌 형제들의 모임을 가졌었다. 섬진강 다리 밑에서 여름이면 어느집이나 모임에 빠지지 않는 보신탕을 먹으며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어른들은 한 잔 술을 마시며 정담을 나눴는데 이번에는 큰집 막내인 언니 서길선과 당숙네 막내 서강자 언니와 작은 집 막내인 서미선이 거금 50만 원씩을 내고 부족한 비용은 모임에서 충당하기로 하고 삼천포로 가족 나들이를 계획했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아침 7시, 친정 집 앞에서 28명의 가족나들이가 시작되였다.
대형 버스 기사 아저씨의 친절한 안내로 화개장터를 거쳐 최 참판댁을 지나 삼천포까지 가는 동안 언니 오빠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종종 이런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6. 강아지 루이와의 만남과 이별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 집 식구가 되였다. 유난히도 강아지를 좋아하는 남편은 목욕도 시키고, 산책도 하며 세상의 기쁨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해서 우리의 질투 아닌 질투를 받았다. 루이의 이름은 큰 아들이 지어 주었는데 루이 14세가 생각나서라나? 출퇴근시에 꼬리를 흔들며 까만 눈을 마주치며 좋아하던 루이는 몇 달이 지나자 몰라보게 자랐다. 몸집이 커진 만큼 소리도 우렁찼다. 주위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3층 주택이다.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루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분을 알아보는 것 뿐이었다. 결국 임실에 사시는 지인에게 보냈다. 얼마 전 루이를 보러 갔었다. 대문밖에서 루이를 부르며 담장 안을 보니 꼬리를 마구 흔들며 반가워했다. 훌쩍 커 버려 작은 송아지만 했다. 잘 있는 것 같아 안심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7. 큰아들 이정도 주민등록증 발급

드디어 큰아들이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내 눈에는 어린애로만 보이는데 말이다.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지문을 찍는 아들을 보며 부디 현명한 재목이 되어 주길 바랐다.

8. 큰조카 이춘기 11월 23일 결혼

경기도 성남에 사시는 큰시숙님의 큰아들 춘기가 결혼한다고 알려왔다. 처음으로 맞이하게 될 조카며느리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시댁 어른들은 아직도 어렵고 조심스럽다.
잘 생기고 훤칠한 조카에게 잘 어울리는 순하고 귀여운 조카며느리를 보며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사랑하며 예쁘게 잘 살아라."라고 덕담을 해 주었다.

9. 귀우회 총무 1년

10년 동안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큰 불협화음 없이 잘 지냈던 친구들이 올해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보냈다. 많은 관심과 사랑도 지나친 간섭으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 한마디로 모두들 힘들어했던 한 해였다. 중간에서 친구들을 잘 다독이며 어우러지게 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을 내년에는 만회해야겠다.

10. 퇴근길 30분 걷기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운동은 걷기이다. 빠른 속도로 걸어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줄 알지만 난 느릿느릿 걷는 걸 좋아한다. 나는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는데 오후 1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 30분에 하루일과를 마친다. 일 년 전부터 밤하늘의 별을 보며 거리의 네온 불빛에 세상도 보면서 재 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오롯한 나만의 시간이다.

힘들고 지칠 때 밝은 마음으로 나를 이끌어 주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좋은 님들이 내곁에 있기에 마음이 따뜻했던 한 해였다. 새해에는 우리 귀여운 막내가 꼭 완쾌되어 가슴을 활짝 펴고 뛰고 달릴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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