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선장의 편지

2011.04.24 22:56

잔물결 조회 수:282 추천:27

한진 텐진호 선장의 편지

존경하는 청해부대 부대장님, 그리고 머나먼 이국의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기상을 세계만방에 과시하며 세상 어디에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살신성인의 정신과 용맹함으로 철벽같은 방패막이가 되어 주시는 청해부대 최영함 장병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또한 긴 기다림 속에 그리움이 커져만 가다 결국 눈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실 장병 여러분의 소중한 가족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살면서 그 무엇으로도 갚지 못할 크나큰 은혜를 입은 저희 한진텐진호 승조원들은 여러분들의 희생과 노고에 힘입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탈한 상태에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순항을 계속 중에 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공포의 시간을 보내다 본선을 장악하고 계시던 대장님과 무선 통화가 처음 성공 했을 때의 그 살 떨리고 뭐라 형언이 불가했던 통렬한 기분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선원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무전기의 그 소리는 저와 저희승조원들에게 정말 하늘의 음성 그것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목소리 귓가에서 맴돌며 웃음 짓게 해 줍니다. 수만 가지 불길한 생각으로 백 년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밝은 하늘 아래서 처음 보았던 사람. 그 분들은 너무도 멋진 모습으로 이제 저와 우리 승조원 모두의 우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땀으로 완전히 젖은 군복에서 인도양의 바람을 타고 밀려드는 소금기 잔뜩 안은 그 진한 땀의 향기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최고급 향수였습니다.

그랬습니다. 희생을 희생이라 여기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하는 사명이라고만 생각하는 우직한 사람들...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했으면서도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에 진정 고마워만하며 호쾌하게 웃던 바보 같은 사람들... 당신들은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그 모습이 우리를 펑펑 울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런 깨끗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수고롭게 한 것이 그랬고 저한테는 이젠 없구나 하는 그 청아함이 그랬습니다

장병 여러분, 저와 우리 승조원은 그날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최소한 여러분의 그 모습 백분의 일이라도 닮으려 애쓰며 나머지 인생을 살아보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여러분처럼 남자다운 호쾌한 웃음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지요? 이제 곧 임무를 마치시고 귀국길에 오르시겠지요?

아무쪼록 늠름한 장병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여러분들의 가족과 함께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1년 4월 24일 한진텐진호 선장 박상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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